구조광(SL) 기반 3D 뎁스 카메라 이어 이번에는 ToF까지
하드웨어 플랫폼 확장해 개발자 생태계 활성화가 목적

애플이 하반기 출시하는 아이폰 시리즈에 ‘직접 비행시간차(dToF)’ 기술을 적용한다. 삼성전자의 ‘간접 ToF(iToF)’ 기술보다 부품 단가가 갑절 이상 비싸지만, 그만큼 정확도도 높고 쓰임새도 많다.

애플의 최종 목적지는 증강현실(AR)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AR은 ‘다음으로 올 큰 것(The next big thing)’이고, 우리의 삶 전체에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에 들어갈 dToF, iToF와 어떻게 다른가

ToF 기술은 펄스 신호를 쏴 대상물에 맞고 반사돼 되돌아온 신호 사이의 시간차를 기반으로 대상물과 신호가 발사된 기기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다. 수 ㎞의 거리에서도 모호성(Distance ambiguity)이 적고, 비교적 구현이 간단해 조선·항공 외 차량용 라이다에도 쓰인다.

 

iToF와 dToF 방식 비교./ams
iToF와 dToF 방식 비교./ams

ToF는 스위칭 속도와 측정 방식에 따라 다시 iToF와 dToF로 나뉜다. 

dToF는 사전적인 ToF 기술이다. 0.2나노초(㎱)~5㎱ 주기로 수십 와트(W)의 빛을 쏴 되돌아오는 신호의 ‘시간’을 재서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한다. 디텍터(Detector)로 단일광자애벌런치다이오드(SPAD)나 애벌런치광다이오드(APD)를 쓴다. 

쏘는 신호와 되돌아오는 신호가 1대1로 비교되기 때문에 시간을 얼마나 정확히 재느냐가 성능의 척도인데, 이 시간을 측정하는 센서가 비싸다. 하지만 빛의 출력값이 높기 때문에 자연광 간섭이 덜하고 수십 미터 거리에 있는 사물도 인식할 수 있다.

iToF는 빛 신호의 위상 변이(phase shift)를 분석, 거리를 측정한다. 수직 캐비티 표면 광방출 레이저(VCSEL)로 변조된 빛을 반짝 하는 펄스가 아닌 밝고 어두운 게 반복되는 변조 파장으로 쏘아보내면, 돌아오는 빛 역시 그 파장의 형태를 유지한다.

 

D는 대상까지의 거리, c는 빛의 속도, fm은 변조 주파수, ∮는 위상각. c와 fm은 값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만 알면 D를 계산할 수 있다./디지키
D는 대상까지의 거리, c는 빛의 속도, fm은 변조 주파수, ∮는 위상각. c와 fm은 값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만 알면 D를 계산할 수 있다./디지키

이 때 두 파장은 형태는 똑같지만 위 그래프의 두 파장처럼 서로 약간의 차이가 나는데, 이 차이(위상각, ∮)를 측정하면 공식으로 물체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VCSEL에서 20~100㎒의 변조 광 파장을 연속적으로 쏘고, 물체에 맞아 되돌아오는 광 파장과 쏜 파장 간의 어긋난 정도(위상각)를 계산하는 것이다.

박쥐가 초당 20~30회 가량 짧게 초음파를 발사, 반향되는 음파를 분석해 먹이를 찾거나 지형을 식별하는 것과 비슷하다. 박쥐가 초음파를 쓴다면, iToF는 빛을 써서 물체 간 거리를 파악하는 셈이다.

초기 주목 받았던 건 부품 단가가 저렴한 iToF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시장을 열었다. ST마이크로가 디텍터를, 소니가 센서를 공급했고 VSCEL 수요도 급증하면서 ams, 투식스(II-VI), 루멘텀 등 다수의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PMD가 올해 초 CES2020에서 선보인 내장형 ToF 모듈(위)과 시스템온모듈(SoM). ToF를 구현하려면 두 모듈이 둘 다 들어가야한다./PMD
PMD가 올해 초 CES2020에서 선보인 내장형 ToF 모듈(위)과 시스템온모듈(SoM). ToF를 구현하려면 두 모듈이 둘 다 들어가야한다./PMD

dToF는 iToF 대비 모듈 가격이 갑절 이상 비싸다. 그럼에도 애플이 dToF를 채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모듈 크기와 성능 때문이다. 

iToF는 디텍터와 센서를 포함한 구동부의 크기를 줄이기가 쉽지 않고 광파장으로 신호를 내보내기 때문에 자연광의 간섭이 상대적으로 심하다. 수십 ㎝ 이내 단거리에서는 두 방식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지만, 미터(m) 수준으로 거리가 벌어지면 위치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거리 모호성이 커진다.

 

애플이 택한 dToF 들여다보니

애플은 초기 도트 프로젝터 기반의 구조광(SL)으로 3D 뎁스 센서를 구현했었다. 3D 뎁스 센서는 안면을 인식, 보안을 해제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ToF로 3D 센싱 방식을 바꾸면서 애플이 방점을 찍은 건 AR이다. 지난 2017년 애플은 iOS 개발자들이 AR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할 수 있도록 ‘AR 키트’를 내놨고, 이듬해에는 ‘AR 키트 2’와 함께 AR로 실제 객체의 크기를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앱)과 iOS 운영체제(OS)용 AR 오픈파일 형식 usdz를 공개했다.

그리고 올해 초 처음으로 dToF를 내장한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했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에 내장된 LiDAR 카메라 내부./시스템컨설팅
애플 아이패드 프로에 내장된 LiDAR 카메라 내부./시스템컨설팅

아이패드 프로에 내장된 라이다(LiDAR) 카메라는 얼핏 보면 기존 iToF 모듈과 비슷하지만, SPAD 어레이를 활용한 dToF 모듈이다. 기존 iToF 공급사였던 소니가 센서부를, 루멘텀이 VCSEL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VCSEL 드라이버 집적회로(IC)를 공급했다.

이 제품에 활용된 소니의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이미지센서(CIS)는 30K 해상도에 픽셀 크기는 10㎛다. SAPD 어레이, CIS와 로직(Logic)부는 서로 하이브리드 다이렉트 본딩(Hybrid direct bonding) 기술로 연결됐다. SPAD 어레이는 ams가 공급했다고 알려졌다.

이것보다 중요한 건 소니가 dToF의 핵심인 시간 측정 정확도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dToF에서 대상과의 거리(D)는 광속에 시간을 곱한 값이기 때문에 시간 오차가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오차가 커져 정확도가 급락한다. 

업계 관계자는 “여기서 중요한 건 소니가 dToF의 핵심인 시간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라며 “소니가 차세대 아이폰 시리즈에도 센서를 독점 공급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은 AR... 애플이 만드는 AR 시대는

아이패드에 이어 아이폰까지 ToF가 적용되면 애플 입장에서는 AR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내년 혹은 내후년에 AR 전용 기기 ‘애플 글래스(Apple Glass)’를 출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또한 ToF를 도입할 당시 AR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게 목표였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기본 AR 앱조차 잘 쓰이지 않으면서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되는 ‘갤럭시노트20(가칭)’에서 ToF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초 나오는 ‘갤럭시S21’의 탑재 여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애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바일 게임을 패드가 아닌 스크린을 터치하면서 즐길 수 있게 만든 게 애플이다. ‘앱스토어’로 개발자와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장을 처음으로 연 것도 애플이다. 출시 초기에는 ‘콩나물’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에어팟’은 무선 이어폰의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됐다. 

더군다나 애플은 매출의 중심을 하드웨어에서 서비스로 바꾸고 있다. 지난 2014년 소프트웨어를 포함, 46억800만달러(5조5918억원)로 전체 매출의 3%를 겨우 차지했던 서비스 부문 매출은 지난해 463억달러(56조1851억원)로 연매출의 17%를 차지했다.

물론 애플이 당장 AR 앱 숫자를 급격히 늘릴 가능성은 낮다. 유용한 기술이고 쓰임새도 많지만 아직 뚜렷한 모멘텀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애플이 AR을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늘린 이유가 이같은 모멘텀을 찾기 위해서라고 해석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게이밍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나 앱스토어를 내놓은 것처럼 AR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만들 가능성도 높다”며 “AR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일단 개발자 생태계에서 만들어지는 앱과 사람들이 이 앱을 어떻게 쓰는지 추적하면서 사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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