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팬 에디션' 개발 착수, 9월 양산
플레이갤럭시링크⋅삼성북스⋅밀크 등 서비스 종료
구독 서비스로 수익 만회하는 애플과 달라

삼성전자가 올해 초 선보인 ‘갤럭시S20’의 보급형 모델을 내놓는다. 애플이 ‘아이폰8’을 개량해 ‘아이폰SE2’를 출시한 것 처럼, 가격경쟁력을 높인 모델로 판매량을 수성한다는 목표다.

갤럭시S20 시리즈는 출시 초기 큰 관심에도 불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판매량이 예년 대비 60~70%선에 그쳤다. 

갤럭시S10 라이트(왼쪽)과 갤럭시노트10 라이트. /사진=삼성전자
갤럭시S10 라이트(왼쪽)과 갤럭시노트10 라이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10월 갤럭시S20 보급형 출시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S20 시리즈의 일부 부품을 다운그레이드한 보급형 모델(프로젝트명 팬에디션) 개발에 착수했다. 오는 8월까지 개발을 마친 뒤 9월 양산, 10월에 출시하는 스케줄이다. 8월 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노트20(가칭)’ 시리즈와 ‘갤럭시폴드2’ 등과는 출시일이 두달여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가 이 제품의 이름을 기존 ‘갤럭시S10 라이트’를 계승하는 ‘갤럭시S20 라이트’로 할 지, 프로젝트명을 딴 ‘갤럭시S20 팬 에디션’으로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부품업계에서는 ‘R8’이라는 전혀 새로운 레터링으로 출시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대표는 “갤럭시S20 보급형은 R8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출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20 보급형 기기는 카메라모듈 등 일부 부품 스펙을 기존 제품 대비 낮췄다. 따라서 999달러부터 시작했던 출고가는 800달러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 시리즈의 부품원가가 400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로서는 판매 마진을 양보하는 대신 판매량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가격 조정을 통해 판매량 확대를 모색하는 움직임은 앞서 애플로부터 포착됐다. 애플은 지난 4월 ‘아이폰SE2’를 출시하면서 출시가격을 399달러(이하 64GB 모델 기준)로 내놨다. 이는 아이폰SE2가 디자인을 계승한 ‘아이폰8’이 출시 당시 699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저렴해진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A13 바이오닉’으로 개선되고, 램 용량도 커졌다.

그동안 고가 정책으로 일관했던 애플로서는 파격적인 ‘가성비’ 모델이었던 셈이다. 애플은 올 가을 내놓을 ‘아이폰12(가칭)’ 역시 일부 출고가를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폰SE 주요 스펙. /자료=삼성스마트폰 카페
아이폰SE 주요 스펙. /자료=삼성스마트폰 카페

구독 매출 비중 늘어난 애플, 삼성은?

 

애플이 전과 다르게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난 2017년 ‘아이폰X’ 출시 당시 높은 가격(999달러) 탓에 판매 부진을 겪은데다, 스마트폰 시장 볼륨이 정체를 보이면서 과거와 같은 고가 정책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플TV 플러스⋅애플뮤직⋅애플아케이드 등 구독형 서비스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도 가격 정책 변화 원인으로 꼽힌다. 하드웨어 판매 마진을 줄이더라도 구독 서비스를 통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심산이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은 월 9.99달러,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인 애플 아케이드는 월 4.99달러다. 지난해 론칭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애플TV 플러스도 월 9.99달러다. 아이폰 사용자가 이 3가지 구독 서비스만 사용해도 애플은 월 25달러, 연간 300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다. 

아이폰SE2를 기존 대비 싸게 출시해도 결국에는 ‘남는 장사’인 이유다. 애플의 구독 서비스의 마진폭은 60% 안팎으로, 30% 내외인 하드웨어보다 훨씬 높다. 아이폰을 싸게 많이 파는 대신 구독 서비스 비중을 늘리면 회사 전반적인 매출 및 영업이익에는 플러스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보인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플레이갤럭시링크' 서비스 화면. 현재는 서비스가 종료됐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보인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플레이갤럭시링크' 서비스 화면. 현재는 서비스가 종료됐다. /사진=삼성전자

관건은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하드웨어 가격인하에서 오는 손실을 만회할 구독 서비스가 준비 됐냐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애플 아케이드에 대항해 지난해 선보인 ‘플레이갤럭시링크’는 출시 7개월여 만에 올 3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 2014년 선보인 전자책 콘텐츠 서비스 ‘삼성북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밀크’ 등도 현재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실상 하드웨어 판매를 통해 추가로 기대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모델이 전무한 실정이다. 자칫 출고가 인하를 동원한 판매량 증가가 시장점유율 수성이라는 외형적 성과 달성에 그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폴더블 스마트폰과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과 달리 서비스 측면에서는 2014년 이후 발전된 게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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