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원기'보다 '노태문'이 더 현실적 위협이다
[칼럼] '장원기'보다 '노태문'이 더 현실적 위협이다
  • 안석현 기자
  • 승인 2020.06.14 10: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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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 이르면 내년에 '갤럭시S'용 OLED 공급
부품 경쟁력 잃으면 세트 산업도 위기

지난주 디스플레이 업계는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의 에스윈(ESWIN) 행에 들끓었다. 그는 2011년 중국본사로 발령나기 직전까지 삼성전자 LCD사업부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장 사장은 LCD 제조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다.

그러나 그런 장 사장도 지는 해다. 장 사장이 LCD사업부 사장이던 2009년부터 2011년, 삼성은 탕정 L8-2 라인을 구축했다. L8-2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초 생산종료를 선언한 8.5세대(2200㎜ X 2500㎜) LCD 라인 중 하나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미 8.5세대를 넘어 10.5세대(2940㎜ X 3370㎜) LCD 공장을 양산 가동한 지도 3년이다. LCD라면, 중국은 한국에서 배울 게 없다. 오히려 한 수 가르쳐도 된다. 기술유출 우려는 기우다. 사실 지켜야 할 LCD 산업이랄 것도 이제는 없지 않은가.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장 사장에 비하면 최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행보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짓누르는 현실적 위협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BOE가 생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내년 ‘갤럭시S’ 시리즈 일부에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화웨이 등 자국 스마트폰 업체를 중심으로 OLED 패널을 공급해왔던 BOE로서는 삼성전자라는 최고의 레퍼런스(공급실적)를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이를 지렛대로 LG전자는 물론, 애플 아이폰용 패널까지 공급을 타진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 생산 규모 1위 업체(삼성전자)가 양산 검증한 OLED 패널인데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BOE 패널을 사다 쓰는 삼성전자는 구매 비용으로 연간 수백억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은 사업이라곤 중소형 OLED 밖에 없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위기다. 

이런 게 냉혹한 시장 논리라는 뻔한 이유를 대지는 말자. 이미 지난 2015년부터 TV용 LCD 사업을 정리하고 싶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5년이 지난 이제서야 생산 중단을 선언한 건 ‘큰집’인 삼성전자 TV 사업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2017년 Y-OCTA 패널을 개발하고도 2년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만 독점 판매한 것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늘 팻감으로 활용됐다. 덕분에 삼성전자 TV⋅스마트폰 사업은 굳건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 논리로 일관했다면, 2015년 TV용 LCD 사업을 조기에 정리하고 하이엔드 OLED 패널을 개발하자 마자 전 세계에 공급했을 것이다. 그게 시장 논리상 가장 합리적이다. 그랬다면 삼성전자 TV⋅스마트폰 사업 위상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이원화는 부품 업체의 숙명이다. 세트 업체는 늘 제일 싸고, 제일 좋은 부품을 골라 쓴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전략적 파트너라면 한쪽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세트 업체가 경쟁사 진입을 최대한 지연시켜 줘야 자신도 캡티브 부품업체의 이점을 길게 누릴 수 있다.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와 대등한 위치에 섰을 때, 삼성전자는 더 이상 화웨이 대비 디스플레이 측면에서의 비교우위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현 시점에서 장원기 전 사장보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는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말로 현 세태를 설명했다. LCD에 이어 OLED 마저 중국이 가져가는 것만은 늦춰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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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2020-06-16 15:31:51
와..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