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직 메인 공급사는 신에츠가 차지... 메모리는 TOK 채택
국내 공급망 덕 본 메모리 PR 업계... 동진쎄미켐도 포함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공정용 감광액(PR) 공급사 선정을 마무리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JSR을 독점 공급업체로 선정했지만 올해는 신에츠화학의 비중을 늘렸다. 메모리 사업부는 도쿄오카공업(TOK)에 가장 많은 물량을 분배했다. 국내 소재 업체인 동진쎄미켐도 공급망에 합류했다.

 

로직, 신에츠가 메인 공급사로

삼성전자 화성 EUV라인 조감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EUV라인 조감도./삼성전자

PR은 노광 공정에서 빛에 반응, 웨이퍼에 패턴을 새겨주는 핵심 재료다. 마스크를 위에 두고 빛을 쪼이면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아 빛에 반응한 부분이 남거나(네거티브) 없어지는(포지티브) 식으로 반응해 패턴을 만든다.

EUV PR은 EUV 공정 양산에 들어갈 때까지도 업계에서 연구개발이 한창이었다. 

PR의 성능을 결정하는 척도는 빛에 대한 민감성(Sensitivity)과 해상도(Resolution), 선폭거칠기(LWR)다. 이 세 가지는 서로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라 모든 조건을 만족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EUV 광원의 출력이 250W까지 올라왔다지만 반사형 마스크를 거쳐 수 개의 렌즈에 반사되고 난 후에야 웨이퍼까지 빛이 닿았기 때문에 감광성을 그만큼 높여야했는데, 그러다보면 해상도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았다.

 

▲TSMC 12, 16나노 공정용 PR을 공급하는 건 미국 다우케미칼과 일본 JSR코퍼레이션, 신에츠케미칼이다. 세 업체 중 누가 문제가 된 PR을 공급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각 사
미국 다우케미칼과 일본 JSR코퍼레이션, 신에츠케미칼 로고./각 사

이 와중에 삼성전자에 독점으로 EUV PR을 납품했던 게 JSR이다. JSR은 지난해 삼성전자 EUV PR의 유일한 공급업체였다.

JSR 역시 EUV용 PR 자체의 수율이 10%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물량만큼 투자를 해놓은 곳이 JSR뿐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도 JSR은 벨기에에 있는 IMEC과의 합작사 RMQC를 통해 EUV용 PR을 우회 공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JSR의 PR이 성능이 좋았다기보다는 당시 그만큼의 물량을 공급할 준비가 된 업체가 JSR밖에 없었다”며 “발빠른 투자 덕에 초기 물량을 독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소재 업체들이 투자를 끝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7나노와 5나노를 포함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EUV PR 공급사는 신에츠화학, JSR, TOK, 스미토모화학 등 4개사로 늘었다. 신에츠화학이 메인 공급업체고, JSR과 TOK가 2순위 공급사다. 스미토모화학이 공급하는 물량이 가장 적다. 

신에츠화학은 EUV PR이 불화크립톤(KrF) PR과 비슷한 반응 메커니즘을 가졌다는 점을 응용, 1위 공급사 자리에 올랐다. 최근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요구대로 원료 공급망(SCM)을 국내 업체들로 꾸리기 위해 여러 업체를 물색 중이다.

메모리 EUV PR 메인 공급사이기도 한 TOK도 무난히 로직 공급망에 합류했다. 스미토모화학은 성능은 다른 업체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TSMC에 10분의1 가격으로 EUV PR을 공급하겠다고 하는 등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공급망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용 EUV PR, TOK가 1위 꿰차

TOK첨단재료./TOK첨단재료

TOK는 메모리용 EUV PR 메인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남은 물량은 신에츠와 JSR, 스미토모화학과 듀폰, 동진쎄미켐이 공급하는데 신에츠와 JSR이 TOK와 함께 1순위 공급사고, 스미토모와 듀폰은 2순위 공급사가 됐다. 3순위 공급사는 동진쎄미켐이다.

TOK의 EUV PR은 전반적으로 좋은 성능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90% 지분율을 가진 TOK첨단재료를 통해 국내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었다. JSR도 국내 PR 생산라인이 있긴 하지만 EUV용 PR 생산은 일본과 벨기에 IMEC과의 합작사를 통해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SCM에 대한 요구는 파운드리 사업부보다 메모리 사업부가 훨씬 적극적이었다”며 “앞서 EUV를 도입하기 시작한 파운드리 사업부와 달리 메모리 사업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겪으면서 공급망을 국내로 옮겨달라는 요구가 강했다”고 말했다.

듀폰은 EUV PR 후발주자지만, TOK와 마찬가지로 국내 생산망을 갖췄다. 천안에 세워질 EUV PR 생산 공장은 당초 불화아르곤(ArF) PR 생산 공장이었지만, 고객사의 요구로 인해 EUV PR로 투자 계획이 바뀌었다. 원료 SCM 역시 국내 업체들을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3순위 공급사는 국내 소재 업체인 동진쎄미켐이다. 아직 납품승인도 받지 못했지만, 삼성전자가 소재 사양을 공개하면서 개발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용 KrF PR에서 그랬듯, 개발만 하면 무난히 공급망에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로직이든, 메모리든 이번 EUV PR 업체 선정의 특이점은 국내 SCM을 얼마나 갖췄으며, 앞으로 얼마나 갖출 계획인지 물었던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국내 SCM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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