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공정 오는 10월 양산 시작... 내년 1분기 LPP 공정 양산
3세대 공정은 고성능 전용... 퀄컴·엔비디아 등 주 고객사로

삼성전자가 오는 10월 5나노 1세대 공정인 가칭 ‘5LPE(Low Power Early)’의 대량 양산에 돌입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용으로, 고객사로는 퀄컴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이름을 올렸다. 

2세대는 ‘5LPP(Low Power Plus)’로 내년 1분기 양산이 시작된다. 3세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 중 처음으로 ‘LPI(Low Power Improve)’라는 이름이 붙은 ‘5LPI’로, 내년 2분기 내 양산에 돌입한다.

 

5LPE·LPP, 관건은 퀄컴의 물량

삼성전자 V1 라인(EUV 전용 라인)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 V1 라인(EUV 전용 라인)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 5나노 공정이 오는 10월 본격 가동된다. 이달 대량 양산을 시작한 TSMC와 비교하면 약 5개월 격차다.

당초 9월께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장비 반입이 지연되면서 한 달 정도 늦춰졌다. 극자외선(EUV) 스캐너는 연초 반입됐지만,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램리서치 등 주요 장비 업체들의 선적에 제동이 걸렸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 구성에 따라 장비가 순차적으로 구축돼야하지만, 앞단에 들어가야할 장비 반입이 늦어지면서 뒷단에 들어가는 장비 역시 구축이 미뤄졌다”며 “하지만 10월 대량 양산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1세대 5나노 공정인 LPE에서는 내년 초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담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생산된다. 현재까지 이름을 올린 대형 고객사는 퀄컴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로, 최종 고객사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다.  

5나노 공정은 한 번 웨이퍼가 들어가서 패키지로 나오기까지 보통 석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다른 변수가 없다면 내년 초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갤럭시’ 시리즈 납기 일정에 맞출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밝힌 로드맵에서 5나노 공정으로 고밀도(HD)용과 초고밀도(UHD)용 두 가지를 제시했다. HD용은 7.5T, UHD용은 6T를 쓰는데 여기서 T는 트랙의 높이를 뜻한다./위키칩
삼성전자는 지난해 밝힌 로드맵에서 5나노 공정으로 고밀도(HD)용과 초고밀도(UHD)용 두 가지를 제시했다. HD용은 7.5T, UHD용은 6T를 쓰는데 여기서 T는 트랙의 높이를 뜻한다./위키칩

이후 LPE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5LPP 공정이 내년 1분기 양산을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모바일 AP 등 성능과 전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공정이다. 

5나노 공정의 관건은 퀄컴의 물량이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5나노 생산계획에서 퀄컴의 물량을 당초 예상보다 늘려잡았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출시할 엑시노스 차기작이 퀄컴의 스냅드래곤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퀄컴·미디어텍 등의 AP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스마트폰 수요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의 출하량이 줄어든다면 오포·비보·샤오미 등 다른 스마트폰 업체의 출하량이 증가, 이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등을 최종 고객사로 추가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면서 파운드리 사업부도 퀄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경우 테이프아웃(Tapeout·설계 완료 후 도면을 넘긴 상황)은 얼추 끝났는데 퀄컴과 스펙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무선 사업부의 채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며 “이에 파운드리 사업부가 퀄컴 물량을 늘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다”고 말했다.

 

반드시 성공해야하는 세 번째 공정, 고객사는 엔비디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삼성전자

삼성전자의 3세대 5나노 공정 5LPI는 내년 2분기 평택 2라인에서 초도 양산을 시작해 3분기 본격 가동된다. 서버·인공지능(AI)·네트워크 등 고성능컴퓨팅(HPC)과 관련된 반도체를 생산하는 용도로, 성능을 개선(Improve)했다는 뜻해서 ‘LPI’라는 이름이 붙었다.

5LPI 공정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가장 기대가 큰 공정이다. 정은승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이 매일같이 팀을 방문해 격려를 할 정도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공정은 저전력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됐다. 모바일용 제품이 주였던 탓이다. 통상 LPE, LPP 순으로 1세대, 2세대 공정이 나왔고 이후 3세대 버전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LPC(Cost)나 전력 소모량을 줄인 LPU(Ultimate)이 나왔다. 

하지만 AI, 5세대 이동통신(5G) 등의 등장으로 갈수록 HPC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전력소모량보다 성능, 집적도가 훨씬 중요하며 다이(die) 크기도 커 이윤이 많이 남는다.

모바일 AP야 삼성전자도 TSMC 못지 않게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왔지만 서버용 반도체, 특히 입출력(I/O) 숫자가 많은 고성능 반도체는 주로 TSMC의 작품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5LPI 공정이 이같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역전의 기회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래 수요를 감안하면 이번 5나노 고성능 공정의 성패가 앞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사업 방향을 결정해줄 것”이라며 “TSMC를 생산능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면 성능 측면에서의 이점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21일 평택 파운드리 라인 공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클린룸 공사가 진행 중이며, 이 공사는 내년 1월 마무리된다. 장비는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반입될 예정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지연을 감안, 이미 상당부분 발주(PO)가 끝났다.

 

엔비디아 HGX A100 서버 플랫폼./엔비디아
엔비디아 HGX A100 서버 플랫폼./엔비디아

5LPI 공정의 메인 고객사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TSMC와 삼성전자를 공급사로 활용하며, TSMC의 공급 비중이 삼성전자보다 크다. 

TSMC가 엔비디아에 제공하는 5나노 공정은 기존 1세대 5나노 공정(N5)에서 성능과 전력소모량을 개선한 N5P 공정이다. 고전류·고밀도 S램을 활용, 주파수 성능을 높일 수 있고 누설 전류량은 줄일 수 있다고 TSMC 측은 설명했다. 

아직 TSMC와 삼성전자 모두 5나노 고성능 공정은 모두 위험생산(Risk Production)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평택 2라인에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건 엔비디아와의 공급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삼성은 5나노와 7나노가 설계자산(IP) 일부를 공유하기 때문에 기존 7나노 고객 중 고성능을 찾는 고객들도 이 공정을 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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