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T 장비 발주 규격, OLED 보다 LCD 생산에 적합
H5 투자금 90% 외부 조달 "투자유치 위해 OLED 내세운 듯"

중국 첫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HKC의 후난성 창사시 공장(H5)이 실상은 대부분 LCD 생산라인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HKC의 TV 패널 생산 규격이 LG디스플레이의 8.5세대(2200㎜ X 2500㎜) 대비 약간 더 큰 8.6세대(2250㎜ X 2600㎜)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성 및 시정부 투자금을 지렛대로 생산라인을 확장하는 HKC로서는 자금 유치를 위해 생산품목에 OLED를 무리하게 끌어 붙였다는 해석이다.

HKC의 창사 H5 공장 착공식 사진. /사진=HKC
HKC의 창사 H5 공장 착공식 사진. /사진=HKC

HKC, 전량 a-Si TFT 발주

 

HKC는 지난해 10월 창사시 리우양경제기술개발구에 네 번째 디스플레이 공장을 착공했다. 총 투자금액은 320억위안(약 5조5000억원)으로, 8.6세대 기판 투입 기준 생산능력은 월 13만8000장 수준이다. 

당시 HKC는 창사 공장에서 LCD와 OLED를 혼합 생산한다고 밝혔는데, 생산능력 13만8000장을 각각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창사 공장의 백플레인(TFT) 설비가 전량 비정질실리콘(a-Si) 타입으로 발주됐다”며 “OLED를 생산하려면 옥사이드 TFT 공정 장비가 발주됐어야 하나, 전량 a-Si 라는 점에서 OLED 생산에는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TFT는 디스플레이의 각 화소를 껐다 켜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LCD와 OLED 모두 디스플레이 뒷 면에 TFT가 붙어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OLED 구동을 위해서는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가 필요하다. 왼쪽은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 구조. 오른쪽은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구조. /자료=유비리서치
OLED 구동을 위해서는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가 필요하다. 왼쪽은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 구조. 오른쪽은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구조. /자료=유비리서치

다만 LCD에는 a-Si가, TV용 OLED에는 옥사이드(IGZO, 인듐⋅갈륨⋅아연 산화물) 기술이 TFT로 적용된다. 옥사이드 TFT가 a-Si 대비 전자이동도가 10배 이상 빨라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데 적합하다. 

세계서 유일하게 TV용 OLED를 양산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도 전 모델에 옥사이드 TFT를 적용해 생산한다. 따라서 HKC가 a-Si 타입으로 TFT 장비를 발주했다는 것은 OLED가 아닌 LCD를 생산하겠다는 뜻이다. 

옥사이드 TFT의 경우, 개발하기도 어렵지만 양산 과정에서 수율 확보가 난제로 꼽히는 기술이다. 2013년부터 OLED TV 패널을 생산한 LG디스플레이 역시 OLED 유기물 증착 기술보다 옥사이드 TFT 기술 개발에 더 애를 먹었다. 

기존 a-Si 대비 균일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문턱전압(Threshold Voltage)이 불분명한 이유로 변화하는 등의 단점이 발생하기 일쑤다. LG디스플레이는 외부보상회로를 추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옥사이드 TFT의 수율 문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HKC는 원래 모니터 및 TV OEM 제조회사였다. LCD 패널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사진=HKC
HKC는 원래 모니터 및 TV OEM 제조회사였다. LCD 패널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사진=HKC

현재 중국에서 옥사이드 TFT 기술을 이용해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회사는 CEC판다 한 곳 뿐이다. CEC판다는 경영난 탓에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데, BOE와 CSOT가 옥사이드 기술 확보를 위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장비 업체 대표는 “HKC는 중국 LCD 업계서도 후발 주자에 속하는 업체”라며 “불과 2017년 첫 LCD 패널을 생산한 회사가 3년 만에 대형 OLED를 양산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HKC, 투자금 급했나...합작사 자기자본은 10%만 부담

 

이처럼 기술도 확보하지 않은 HKC가 OLED 패널 생산을 공론화 한 것은 성 및 시정부 투자금 유치를 위한 과대포장으로 분석된다. 이미 중국 정부는 2017년 이후로는 10.5세대(2940㎜ X 3370㎜)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LCD 산업에는 투자금⋅보조금을 제한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을 OLED로 고도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유도책이다. 그러나 OLED도 6세대(1500㎜ X 1850㎜) 중소형 프로젝트에는 BOE⋅CSOT⋅티안마⋅비전옥스 등 워낙 많은 업체들이 달라 붙어 있기 때문에 투자금 유치가 어렵다. 이에 비해 TV용 대형 OLED는 아직 양산 투자를 천명한 회사가 중국 내에 없기 때문에 차별화가 가능하다.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이 좋다는 뜻이다.

BOE⋅CSOT 등과 달리 HKC는 아직 국내외 주식시장에 상장된 법인이 아니다. 따라서 손익이나 사업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의 공급 대금 지급을 미루는 등 원성을 사고 있다.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미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HKC는 H5 공장 건립을 위해 HKC광전유한회사라는 합작사를 설립했다. HKC광전유한회사 자본금은 220억위안인데, 이 중에 HKC가 부담한 금액은 10%인 22억위안에 불과하다. 나머지 90%(198억위안)는 시정부 출자기업인 후난진양투자그룹이 댔다. 

HKC 몐양 공장 전경. /펑파이 신문 제공
HKC 몐양 공장 전경. /사진=펑파이 신문

이처럼 투자금의 대부분을 외부 조달하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 프로젝트를 차별화 하기 위한 포인트가 필요했고, TV용 OLED가 전면에 내세워진 셈이다. 한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관계자는 “향후 a-Si를 일부 개조해 옥사이드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으나 유기물 증착 기술이 없는 HKC가 조기에 TV용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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