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점한 코오롱인더와 경쟁
하드코팅 내재화 강점...양산 능력은 코오롱인더가 우위

삼성디스플레이에 투명 폴리이미드(PI)를 독점 공급해 온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 공략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투명 PI 대신 초박막유리(UTG)를 또다른 폴더블 스마트폰용 커버윈도로 채택하면서 계속 삼성디스플레이만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투명 PI 시장에서 고객군을 넓혀왔던 코오롱인더스트리로서는 스미토모화학의 중국 진출은 위기이자 기회로 평가된다.

화웨이 '메이트X'.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가 적용됐다. /사진=화웨이
화웨이 '메이트X'.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가 적용됐다. /사진=화웨이

스미토모, 중국 BOE에 투명 PI 샘플 공급

 

최근 중국 BOE는 스미토모화학으로부터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투명 PI 샘플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BOE는 그동안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투명 PI를 공급받아왔다. 지난해 BOE가 화웨이에 공급한 ‘메이트X’용 패널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가 두 장씩 적용됐다.

BOE가 스미토모로부터 투명 PI 샘플을 공급받으면서, 앞으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관계자는 “BOE는 최근 들어 스미토모 투명 PI 샘플을 받기 시작했고, 다른 OLED 업체들에게도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티안마⋅비전옥스⋅CSOT 등 폴더블 OLED 생산을 추진중인 다른 회사에도 스미토모 제품이 공급될 수 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에 투명 PI를 독점 공급했던 스미토모가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삼성디스플레이가 UTG를 폴더블 OLED용 커버윈도로 양산 적용했기 때문이다. UTG는 두께 30마이크로미터(μm) 정도로 얇게 가공한 유리로, 마치 필름처럼 휘어져도 깨지지 않는다. 유리 특유의 매끄러운 질감도 장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폴드’용 OLED에는 투명 PI를 적용했지만, 올해 초 내놓은 ‘갤럭시Z 플립’에는 UTG를 채택했다. 이미 2015년 이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와 투명 PI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온 스미토모로서는 넋놓고 있다가 유일한 고객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셈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용 UTG. /사진=도우인시스
폴더블 스마트폰용 UTG. /사진=도우인시스

코오롱인더, 중국서 스미토모와 경쟁 체제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온 코오롱인더스트리에게 스미토모의 중국 시장 공략은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뒤늦게 투명 PI 시장에 진출한 SKC나 SK이노베이션은 선발주자로서 경쟁우위에 있지만, 스미토모는 코오롱인더스트리보다 앞서 양산 제품(갤럭시폴드)에 적용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폴드 출시 이전 스미토모의 투명 PI가 표면 균일도(Uniformity)와 하드코팅 내재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토모는 투명 PI의 표면 경도를 더해주는 하드코팅 작업을 한국 내 자회사인 동우화인켐에서 진행한다. 

반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하드코팅 작업을 고객사가 원하는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화웨이가 사용한 메이트X용 투명 PI 하드코팅은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이, 모토로라 레이저 폴더블폰에 사용한 투명 PI는 일본 MSK가 하드코팅을 수행했다. 

서플라이체인을 최대한 간결하게 유지하려하는 OLED 업체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스미토모 방식의 하드코팅 내재화가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 대비 폴더블 OLED에 대한 노하우가 일천한 중국 업체들에게는 신경쓸 거리가 한 가지 줄어드는 셈이다. 따라서 스미토모는 중국 시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업계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6월 충북 진천군에서 열린 'SKC 투명PI 양산 및 가공 착공식'.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비하면 SKC나 SK이노베이션은 투명 PI 사업에서 후발주자다. /SKC 제공
2018년 6월 충북 진천군에서 열린 'SKC 투명PI 양산 및 가공 착공식'.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비하면 SKC나 SK이노베이션은 투명 PI 사업에서 후발주자다. /SKC 제공

“투명 PI 저변 넓혀지는 점은 기회”

 

이와 관련 코오롱인더스트리측은 스미토모의 중국 시장 진출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한 임원은 “스미토모가 중국 등에서 투명 PI를 공급하면 결국 관련 시장이 넓어지게 되어 있다”며 “투명 PI 양산 능력 측면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가장 앞선다는 점에서 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7년 말 양산체제를 갖춘 코오롱인더스트리와는 달리, 스미토모는 투명 PI 사업을 최대한 가벼운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 별도의 양산 투자 없이 대만 타이마이드에서 투명 PI를 위탁생산한 뒤 동우화인켐에서 하드코팅하는 형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재 연 600톤, 7~10인치 스마트폰 3000만대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투명 PI 생산능력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향후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 어차피 스미토모 혼자서 관련 물량을 모두 대응할 수 없을 거라는 게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판단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UTG는 아직 생산능력이 많지 않아 중국 시장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지 않고, 투명 PI 대비 경쟁력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유리를 얇게 가공해 탄성을 갖게 하면 필름과 특성이 거의 동일하다”며 “가운데 접힘 자국도 투명 PI나 UTG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 /사진=삼성전자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