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준비는 완료 단계, 감가상각비는 부담"
분기 당 2500억원 소요될 듯...코로나19 탓 수요는 감소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양산 시점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준공 이후 하루라도 빨리 양산 돌입을 위해 만전을 기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연간 OLED TV 수요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굳이 일찍 가동해 광저우 공장 감가상각을 개시하기에는 최근 LG디스플레이 실적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기술 준비는 완료 단계, 분기 2500억원 감가상각비는 부담

중국 광저우 LG디스플레이 OLE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LG디스플레이 OLE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광저우 공장의 양산 개시 일정을 6월로 잡고 있다. 계획대로 6월 양산을 시작한다면, 지난해 8월 준공 이후 10개월만에 본격 출하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광저우 공장 2분기 양산 방침"과도 부합한다.

당초 LG디스플레이의 발목을 잡았던 수율 등 기술적 문제는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최근 경기도 파주와 광저우 간에 OLED 셀을 교환해 전후공정을 교차 진행했다”며 “이를 통해 양산 안정성은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라고 말했다.

기술적 병목이 해결 수순임에도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공장 양산을 머뭇거리는 건 감가상각비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감가상각비는 시설 투자로 취득한 자산이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장부에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투자비용(실제 현금)은 이미 집행됐으나, 장부상으로는 5년(설비 기준)에 걸쳐 단계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광저우 공장에 들어간 총 비용은 약 5조원이다. 5년에 걸쳐 감가상각비를 계산하면, 1년에 1조원, 1개 분기당 2500억원씩 비용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계획대로 6월에 광저우 공장을 가동 시작하면, 약 800억원의 투자 비용을 2분기 재무제표에 신규 반영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영업적자 예상치는 증권사에 따라 2500억~40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800억원의 비용 발생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이미 집행된 금액이라 해도 회사 주가나 신용도는 손익에 반영되는 시점부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실적 전망.(단위 : 십억원) /자료=DB금융투자
LG디스플레이 실적 전망.(단위 : 십억원) /자료=DB금융투자

만약 감가상각비가 발생하더라도 그 이상 수요가 발생한다면 공장을 가동하는 게 이익이다. OLED 패널을 팔아 벌어들이는 돈이 감가상각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탓에 글로벌 수요 자체가 감소하면서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 예상했을 때, 올해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출하량은 550만대 가량이었다. 당시는 코로나19도 발생하지 않았고, 도쿄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이벤트도 예정되어 있었다.

코로나19는 이 같은 가정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현 시점에서 올해 LG디스플레이가 판매할 수 있는 TV용 OLED 패널은 많아야 연간 450만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 없이 경기도 파주 공장만으로 330만대 가량의 TV용 OLED 패널을 출하했다. 

예상 대로라면 올해 최대 120만대 정도만 더 생산하면 된다는 계산인데, 이를 위해서는 굳이 광저우 공장을 6월부터 가동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수요 회복 속도를 봐 가며 공장을 가동하는 게 감가상각 개시 시점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다.

 

막바지 안정화 작업은 숙제로

OLED TV가 전시된 영국 런던 해롯백화점 1층 쇼윈도. /사진=LG디스플레이
OLED TV가 전시된 영국 런던 해롯백화점 1층 쇼윈도. /사진=LG디스플레이

다만 재무적 부담 때문에 양산을 또 미룰 경우, 실제 양산에 들어가야만 쌓을 수 있는 노하우를 얻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광저우 공장 수율이 안정화 단계에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통상 80% 이상의 황금 수율은 실제 양산을 해가며 잡아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불리함을 무릅쓰고 양산에 들어가면 광저우 공장의 황금 수율 달성 시점도 빨라지고, OLED 사업의 규모의 경제도 제고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OLED 패널 생산비용 절감과 고객사 확보에 플러스가 되는 방법이다. 

여기에 합작 파트너로 참여한 광저우시와의 합작 역시 더 이상 양산을 미루기 힘든 이유다. 광저우 OLED 공장은 LG디스플레이가 지분 70%, 광저우개발구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3분기 양산 예정이던 공장을 기술적 이유로 한 차례, 재무적 이유로 한 번 더 양산을 미룬다면 회사 신뢰도에 금이 갈 수 밖에 없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산업분석2팀장은 “LG디스플레이는 물론, 고객사인 LG전자도 6월 양산 가동을 전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LCD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OLED로의 전환 속도를 더 늦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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