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올라온 삼성디스플레이 SSL...8K 기술 선두
CEC판다, 중국 유일한 옥사이드 양산 기술
"중국 정부가 인수전 교통정리 나설 듯"

올해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에는 중장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메가 딜’이 성사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매각키로 한 LCD 공장들 중 중국 쑤저우 법인 내 8세대 LCD 라인과 중국 CEC판다의 옥사이드(산화물) LCD 생산라인이 그 대상이다.

둘 다 단기간에 기술력을 끌어 올리기 어려운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매물을 잡는 업체가 향후 대형 LCD 시장에서 승기를 거머쥘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LCD 공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LCD 공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8K UHD의 제왕, SSL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종료를 선언하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곳은 삼성쑤저우LCD(SSL)다. SSL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현지 TV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2년 투자한 공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SSL 지분 60%를, 쑤저우지방정부 30%, 중국 CSOT가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SSL에 눈독을 들이는 건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 LCD 라인 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데다, 가장 우수한 8K(3840 X 2160) UHD 패널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SSL의 3번 라인은 지난 2015년 투자를 시작해 2016년 3월 양산에 돌입했다. 아직 감가상각조차 종료되지 않을 정도로 신규 생산라인이다. 국내 8세대 LCD 라인들은 모두 2010년 이전에 양산을 시작했다. 그만큼 낡고 오래된 공정이 적용됐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집중하는 건 SSL의 8K LCD 생산능력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주로 SSL에서 8K LCD를 생산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 기준 4만5000개의 8K LCD 패널을 출하했다. 시장점유율은 76.3%에 달했다. 지난해 8K LCD 패널 시장 규모는 34만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중 삼성디스플레이가 26만개를 출하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디스플레이 LCD 라인 현황. SSL 공장은 가장 최근에 양산을 시작한 신규 라인이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삼성디스플레이 LCD 라인 현황. SSL 공장은 가장 최근에 양산을 시작한 신규 라인이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사실상 삼성디스플레이 독무대인 셈이다. 8K UHD 패널 시장은 오는 2022년 67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중국 업체들도 8K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SSL 라인에 크게 못미친다”며 “SSL을 인수한다면 단숨에 8K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SSL의 유력한 새 주인으로 CSOT가 점쳐지고 있다. CSOT가 SSL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삼성전자 및 디스플레이와의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이다. LCD 사업 종료 후 중국 등 외부업체들로부터 패널을 수급해야 하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입장에서는 CSOT가 SSL을 인수해야 안정적인 공급망을 도모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한때 CSOT의 지분 8%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6년 CSOT의 10.5세대 LCD 생산법인인 선전 G11의 지분 9.8%로 교환했다. 만약 SSL이 CSOT에 매각된다면 삼성전자 VD사업부는 SSL과 G11에서 계속해서 LCD를 수급할 수 있다. 

 

중국 내 유일한 옥사이드 LCD 생산업체 CEC판다

 

SSL과 함께 중국 패널 업체들이 탐내는 매물이 자국 내 LCD 업체인 CEC판다다. CEC판다는 BOE⋅CSOT에 견줘 규모가 작은 업체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옥사이드를 기반으로 LCD를 만드는 회사는 CEC판다가 유일하다.

옥사이드는 디스플레이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의 한 종류다. 기존 TV에는 비정질실리콘(a-Si) TFT가 TV에 사용되어 왔으나, 고화질 TV에는 옥사이드 TFT 기반 LCD가 사용된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세계서 유일하게 양산하는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는 100% 옥사이드 TFT가 적용됐다. OLED 패널 구동을 위해서는 TFT의 전자이동도가 빨라야 하는데, 기존 a-Si로는 OLED를 구동할 만큼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옥사이드 TFT는 전자이동도가 a-Si 대비 10배 빠르면서 8세대 이상 대형화에 용이하다. 

중국 업체들이 LCD를 넘어 대형 OLED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옥사이드 TFT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특히 옥사이드 TFT는 기술 개발도 어렵지만, 양산 경험이 쌓이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생산이 불가능하다.

OLED TV 생산을 위해서는 옥사이드 TFT 기술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사진=LG전자
OLED TV 생산을 위해서는 옥사이드 TFT 기술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사진=LG전자

옥사이드 TFT 기술의 원조는 폭스콘에 인수된 일본 샤프다. CEC판다는 지난 2013년 샤프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옥사이드 TFT 기술을 흡수했다. 당시 샤프에서 옥사이드 TFT 전문가 40여명이 두 회사의 합작사에 파견되는 등 고도의 기술제휴 관계를 맺었다. CEC판다는 난징과 청두에 옥사이드 LCD 팹을 보유하고 있다.

CEC판다의 유력 인수후보는 역시 BOE와 CSOT다. 두 회사 모두 옥사이드 TFT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양산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에 CEC판다를 인수한다면 단숨에 옥사이드 TFT 양산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두 회사 모두 CEC판다 인수 주체로 자신이 적임임을 내세우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임원은 “디스플레이 업계에 정부 지분이 많이 들어가 있는 만큼, 결국 중국 정부가 나서서 CEC판다와 SSL 인수 주체를 교통정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정부가 CEC판다 및 SSL 인수전에 관여한다면, 기존에 SSL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CSOT가 SSL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CEC판다는 자동적으로 BOE 차지가 되는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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