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의 미국 공장을 향해 대만 전문가들이 우려섞인 지적을 내놓고 있다. 

대만 경제일보는 TSMC가 미국 아리조나주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란 발표에 대해 '공정'과 '원가' 측면의 우려를 제기했다. 또 전(前) 바클레이 애널리스트 이자 화치증권의 아시아 수석 반도체 분석 애널리스트 뤼싱(陆行)도 3대 위험 요소를 지적하고 나섰다. 

TSMC는 미국 퀄컴, 애플, 엔비디아 등 여러 기업과 다년간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그간 TSMC의 '메이드 인 타이완' 모델이 줄곧 효력을 발휘해 온 덕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미국 공장 건설 계획을 내놓은 TSMC는 내년 착공해 2024년 5nm 공정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대만 전문가들에게 적지 않은 걱정거리를 안기고 있다. 

첫번째 우려는 공정의 낙후다. 비록 TSMC가 7nm 공정을 주력 공정으로 삼고 있지만 5nm 공정은 이미 양산 단계에 돌입, 2분기 대량 출하를 시작한다. TSMC의 미국 고객 기업 역시 이미 5nm 주문을 시작했으며 심지어 3nm 협력도 착수한 상황이다. 올해 기준 이미 5년 차가 되는 2024년이 되면 5nm 공정은 최소 두 세대가 낙후된 공정이 된다는 것이다. 

두번째 우려는 높은 원가에서 비롯한다. TSMC의 미국 공장은 높은 인건비에 낡은 제조 공정을 이용하면서 가격은 대만 생산물량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원가적 요인이 TSMC에 부담을 안겨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일보는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미국 기업이 2024년에도 5nm 공정 수요가 있겠지만 공정 기술이 높고 마스크 비용 역시 막대하게 든 상황"이라며 "이 시점에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가 생산능력으로 맞대응하면서 주문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미국은 화웨이에 수출 제재 조치를 취해, 향후 TSMC의 화웨이로의 출하에 미국에 허가증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16일 미국 국무원경제, 에너지 및 환경부 부부장은 미국이 TSMC에 어떠한 허가증이나 보증을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만에선 화웨이가 TSMC의 2대 고객사란 점에서 TSMC가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존 생산능력으로 미국 공장의 '원가 구멍'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큰 과제로 남았다. 

대만 업계에서는 미국 공장의 건설 기간 역시 문제삼고 있다. 

TSMC가 2016년 7월 중국에서 착공한 난징 공장의 경우 20개 월이 채 안돼 준공과 양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 공장의 경우 48개월의 건설 기간이 소요된다고 발표됐다. 난징 공장 건설 기간의 두 배에 이른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 협력 공급망이 아시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TSMC가 더 많은 자금을 치루고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인내심을 발휘해 미국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만 업계에서는 정치로 파급된 경제적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공장의 수율, 생산 가동률, 반도체 등급별 수익과 업무 효율 역시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건비는 큰 문제다. 업계에서는 비록 파운드리 공장의 자동화 수준이 높지만 인건비가 10~15%를 차지한다고 본다. 미국 IT업계의 엔지니어 연봉이 7만~8만 달러(약 8600만~9808만 원)에 이르며, 대만 엔지니어 연봉은 절반 수준인 4만~5만 달러 수준으로 미국에서 인건비가 최소 30~50% 더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일보는 이들 문제 이외에도 뤼싱 애널리스트가 지적한 3대 위험을 제기하고 나섰다. 

첫번째는 미국의 부족한 공급망이다. 미국에는 반도체 후방 패키징, 검측 및 테스트, 그리고 PCB, 모듈, 조립 등 공급망이 없다. 두번째는 미국의 노동력 부족으로 파운드리 제조에서 필요한 인력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24시간 3개 조로 운영되는 작업 방식은 유럽과 미국에서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핵심 기술의 외부 유출 위험이다. 

이에 뤼 애널리스트는 "TSMC가 미국에 짓는 것은 하나의 샘플 공장일 것"이라며 "이 공장의 투자는 매년 자본 지출의 10%에 불과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