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못쓰는 화웨이, 작년 초 모델 재출시까지 검토
미⋅중 다시 경색국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반사이익"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화웨이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제재 조치가 1년 연장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원인을 두고 벌어진 미⋅중간 진실게임이 무역분쟁으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지난해 5월 이후 구글을 비롯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중단된 화웨이는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다.

화웨이가 지난해 초 출시한 'P30'. GMS가 기본 탑재된 모델로, 화웨이는 P30을 독일 시장에 재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화웨이
화웨이가 지난해 초 출시한 'P30'. GMS가 기본 탑재된 모델로, 화웨이는 P30을 독일 시장에 재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화웨이

구글 못쓰는 화웨이, 작년 초 모델 재출시까지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을 초래하는 기업이 만든 통신장비를 미국 기업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을 1년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1년 기한의 이 행정명령에 서명했었다. 

서명 다음 날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이번 조치로 화웨이는 내년 5월까지 최소 1년 더 미국 기업들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제재가 없었다면 올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탈환이 예상되던 화웨이로서는 그 시점을 내년 이후로 미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는 특히 화웨이가 구글의 핵심 응용프로그램(앱)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은 영향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화웨이는 총 49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점유율 18%를 기록했다. 21.9%(5960만대)를 기록한 삼성전자에 이은 2위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17% 감소했다. 1차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컸지만, 화웨이는 코로나19에 미국 제재까지 2중고를 겪었다. 카날리스는 프랑스 시장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40%, 독일 시장에서 36% 각각 감소했다고 밝혔다. 쉥타오 진 카날리스 연구원은 “화웨이의 ‘P40’이 구글모바일서비스(GMS) 없이 출시되면서 이 기간 해외 판매량이 35% 감소했다”며 “해외 판매 채널들은 P40 주문량을 기대보다 낮춰 잡았다”고 설명했다.

주요 유럽 국가에서의 스마트폰 판매 순위 및 점유율 변화. /자료=Canalys
주요 유럽 국가에서의 스마트폰 판매 순위 및 점유율 변화. /자료=Canalys

그 만큼 선진국 시장에서 GMS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화웨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출시한 ‘P30’을 독일 시장에 다시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P30은 미국 행정부 제재가 시행된 5월 이전에 출시된 스마트폰이다. GMS가 기본으로 탑재됐다. 화웨이는 ‘P30 뉴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기기를 약간 업그레이드 해 재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임시방편일 뿐, 근원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한다. 하루가 다르게 유행이 바뀌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계속해서 2019년 초 출시된 제품을 재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P30은 하이실리콘의 ‘기린 980’칩을 탑재했는데, 이는 5세대(5G) 이동통신도 지원하지 않는다. 더 이상 ‘플래그십’ 모델로 부르기는 어려운 셈이다. 

 

미중 무역분쟁 재확산 기로

 

더욱이 미⋅중간 무역분쟁이 코로나19 사태로 재확산하는 분위기라는 점이 화웨이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양측은 최근까지 코로나19 발원지가 어디인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여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나왔다”고 주장하자 중국은 즉각 “증거 없는 모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연구 자료를 중국이 해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은 13일 성명에서 “중국에 연계된 사이버 세력이 코로나19 연구 관계자들로부터 백신과 치료법 등을 해킹하려는 시도가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발언 수위를 한껏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중국 조치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라며 "우리는 관계를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We could cut off the whole relationship)"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폭스비즈니스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폭스비즈니스 캡처

그는 또 "만약 그렇게 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라며 "만약 (중국과) 관계를 전면 중단한다면 5000억달러를 절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진행자인 마리아 바티로모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상장을 원하는 중국 기업이 미 회계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제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강력히 살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중국이 2년간 미국산 제품을 2000억달러어치 더 구매하기로 합의하며 휴전에 들어갔던 미⋅중 무역분쟁은 다시 경색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1단계 무역합의 당시 중국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약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중이 다시 무역분쟁에 돌입한다면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는 장기간 해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대표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애국소비’가 일어난다고 해도 미국⋅유럽 시장 없이는 글로벌 1위를 탈환하기 불가능하다”며 “삼성전자로서는 당분간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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