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오리엔트 시계가 제기한 판매금지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삼성전자

사연은 이렇다. 원래 ㈜오리엔트바이오는 14류 ‘시계’ 분야에 대해 ‘갤럭시’라는 상표를 독점하고 있었다. 오리엔트의 갤럭시 시계는 일반인들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오리엔트바이오가 시계 분야에 상표 등록한 '갤럭시'

그리고 삼성전자는 9류 스마트폰 등에 ‘갤럭시’를 독점하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등 분야에 등록한 상표 '갤럭시' 

.아마 처음에 삼성전자는 ‘갤럭시’라는 단어를 시계 분야에서 오리엔트바이오가 상표권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스마트 워치에 갤럭시를 쓸 수는 없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기어(GEAR)’라는 이름으로 스마트워치를 출시했다. 

그러던 도중 삼성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14류에는 ‘갤럭시’ 상표가 선점되어 있지만, 9류에서 ‘갤럭시’는 자신들의 상품으로 인식되어 있고, 9류에서 ‘시계모양의 스마트폰’ 등으로 출원하는 경우 등록받을 수 있지 않을까?

삼성이 짠 전략은 아마 이랬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Galaxy Watch' 등을 ‘시계모양의 스마트폰’ 등에 출원하고, 우선심사를 통해 급히 출원공고까지 받은 다음 바로 제품을 출시한다.

 

오리엔트바이오가 이를 용납했을까. 위에 출원공고된 상표들에 대해 이의신청을 걸고, 판매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상표분쟁사건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은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9류)과 시계(14류)가 만나는 접점에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워치는 시계일까? 아니면 스마트폰일까? 시계라면 오리엔트가 이기게 되고, 스마트폰이라면 삼성이 이긴다.

소송이 오리엔트 시계로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삼성이 장군을 먼저 뒀다. 오리엔트 시계가 자신들의 등록상표를 일부 지정상품, 그러니까 전자시계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취소심판을 신청했다. 사실 취소심판 청구일은 2018년 10월 30일이다. 오리엔트 시계가 삼성전자에게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자마자 취소심판 청구를 했다. 이 정도면 갤럭시 워치 브랜드를 출시할때부터 취소심판의 가능성을 염두 두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심결은 다음과 같이 났다.

1. 상표등록 제1116364호의 지정상품 중 ‘GPS기능이 있는 전자시계, 동영상 재생 기능이 있는 전자시계(시계가 주된 기능임), 메모 기능이 있는 전자시계(시계가 주된 기능 임), 운동량 측정 기능이 있는 전자시계(시계가 주된 기능임), 음성녹음 기능이 있는 전 자시계(시계가 주된 기능임), 음악재생 기능이 있는 전자시계(시계가 주된 기능임), 이메 일 송수신이 가능한 전자시계(시계가 주된 기능임), 전화통화 기능이 있는 전자시계(시계가 주된 기능임)’의 등록을 취소한다.

​결론적으로 오리엔트의 ‘갤럭시’ 상표 중에서 전자시계에 대한 지정상품들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오리엔트가 등록상표를 전자시계 분야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리엔트가 낸 가처분 건은 ‘피보전 권리(상표권)’가 없어져서 기각당하거나, ‘보전의 필요성(권리 미리 보전할 필요)’ 를 인정받지 못해 기각당할 확률이 크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오리엔트바이오도 나름대로 2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리엔트는 상품분류 14류(시계, 전자시계 등)에 2018년 8월 29일에 ‘갤럭시 워치’를, 2018년 10월 10일에 ‘갤럭시스마트워치’ 와 ‘갤럭시인공지능워치’를 새롭게 출원했다.

▲오리엔트가 삼성전자에 대응해 출원한 '갤럭시' 관련 상표. 

이들 상표를 새롭게 출원하여, 등록을 노리고 있다. 그러면 등록료를 납부하는 순간 다시 오리엔트의 ‘갤럭시 워치’ 상표권이 전자시계에 대해 생기게 될 것이다. 이에 기초해서 오리엔트는 다시 가처분 등 권리행사를 할 수도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등록이 된다면 전세가 뒤집어진다.

​2019년 4월 8일에는 오리엔트의 ‘갤럭시 워치’ 출원공고가 났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를 모르고 그냥 등록되었다면, 오리엔트는 아주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취소심판 신청도 신의 한수였지만, 오리엔트의 새로운 상표 ‘갤럭시 워치’도 좋은 한수였다.

삼성전자는 6월 10일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2차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보면서 필자는 매우 흥미진진했는데, 아마 당사자들은 엄청나게 긴창된 상태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결론은 다음과 같이 났다. 오리엔트 대신 삼성전자가 상표등록을 받았다. 상표의 주인이 바뀌었다.

▲오리엔트가 출원한 '갤럭시스마트워치', '갤럭시인공지능워치' 등은 등록되지 않았고 이미 등록됐던 '갤럭시 워치' 상표권도 상실했다.
▲오리엔트가 출원한 상표권 '갤럭시스마트워치', '갤럭시인공지능워치'에 대해 오리엔트 대신 삼성전자가 상표등록을 받았다.

사건의 히스토리를 찾아보니 삼성전자는 2019년 6월 10일에 이의신청을 접수했으나 8월 13일에 취하했다. 그리고 2019년 8월 23일 출원인이 '오리엔트'에서 '삼성전자'로 변경되었다. 결국 삼성전자가 '갤럭시 워치' 상표권을 가져가게 되었는데 삼성전자가 오리엔트의 '갤럭시' 상표를 스마트워치 부분에 대해서 모두 양수하는 조건으로 협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갤럭시 상표분쟁은 협의로 막을 내렸다. 장군과 멍군이 오가다 결국 협의로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 유리한 입장에 있던 삼성이 협의양수를 한 것은 오리엔트가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시계분야에서 상당히 오랬동안 사용하고 있었고, 오리엔트에서 출원했던 '갤럭시 워치', '갤럭시 인공지능워치', '갤럭시 스마트 워치'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서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시점에 빠르게 분쟁을 종결하고 원활하게 제품을 공급하는 게 급선무였을 것이다. 

이처럼 상표전쟁에서는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다르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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