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 및 내재화 통해 원가절감
"과거 글로벌제조센터처럼 심화하지 않을 것"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용 소재⋅부품 이원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확대되기에는 아직 생산원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일부 소재⋅부품은 추가 공급업체를 물색하는 한편, 아예 내부 생산(내작)을 통해 원가 혁신을 추진하는 품목도 있다. 

'갤럭시Z 플립'. /사진=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 /사진=삼성전자

에스코넥, 힌지 제 2공급사 등록 추진

 

기존 스마트폰과 폴더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재⋅부품 중 차별화 포인트는 모두 접히는 부위에 몰려 있다. 카메라⋅배터리⋅반도체 등 다른 소재⋅부품 공급선은 일반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다원화가 구축돼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원가 혁신은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이를 둘러싼 층위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폴더블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OLED 셀 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소재⋅부품들이 이원화 대상으로 우선 검토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가장 집중하는 소재⋅부품은 힌지(경첩)와 초박막유리(UTG)다. 

힌지는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폴드’나 올해 초 나온 ‘갤럭시Z 플립’ 모두 KH바텍이 전 물량을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차기 폴더블 모델 부터 에스코넥을 힌지 공급사로 추가하기 위해 품질승인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대한 5월 안에 품질승인 절차를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며 “품질승인을 받으면 올 가을 ‘갤럭시 폴드’ 2세대 모델부터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코넥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용 금속부품. /사진=에스코넥
에스코넥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용 금속부품. /사진=에스코넥

그동안 KH바텍이 삼성전자에 공급했던 힌지 가격은 1개당 3만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코넥이 신규 공급사로 등극한다면 단가 인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품질승인 절차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에스코넥은 앞서 갤럭시Z 플립에도 힌지 공급을 추진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품업체 대표는 “폴더블 스마트폰 힌지 구조가 2000년대 초 폴더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정이 복잡하다”며 “이 때문에 에스코넥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UTG 내재화 진행...베트남에서 강화공정

 

힌지 외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폴더블 스마트폰용 UTG를 내재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미 미국 코닝으로부터 30마이크로미터(μm) 안팎의 UTG를 받아 베트남에서 강화 공정을 테스트하고 있다. 

UTG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최상단 커버윈도로 쓰이는 소재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독일 쇼트에서 유리를 구매한 뒤, 도우인시스를 통해 강화 공정을 진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위해 지난해 도우인시스 지분 48%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도우인시스의 UTG 가공 수율이 너무 낮아 공급단가를 낮출 수 없다는 점을 내재화 추진 이유로 내세웠다. 도우인시스가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UTG 단가는 1장당 30~40달러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중저가 스마트폰용 리지드 OLED 단가 보다 비싸다. 한 유리가공업체 대표는 “삼성전자 내재화 라인은 따로 슬리밍을 하지 않고 최대한 얇은 유리를 가져와 강화 작업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용 UTG. /사진=도우인시스
폴더블 스마트폰용 UTG. /사진=도우인시스

삼성전자가 UTG를 내재화할 수 있다면, OLED 셀 하단에 붙는 스테인리스스틸프레임(파인테크닉스 공급)이나 쿠션필름(UTIS 공급)⋅폴리우레탄 등도 자체 조달하는 게 가능하다. 모두 OLED 셀 공정이 끝난 뒤에 합착(라미네이션)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소재다.

아직 이들 소재에 대한 이원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혁 DSCC 상무는 “폴더블 OLED는 소재 자체도 그렇지만 합착 공정 중요도도 매우 높다”며 “합착 노하우가 없는 삼성전자가 폴더블 소재들을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내재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을 과거 글로벌제조센터 시절과 비교해 내재화 비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을 전후해 스마트폰 소재⋅부품 내재화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 작업을 맡은 조직이 글로벌제조센터다. 당시 삼성전자는 원가 절감을 이유로 메탈케이스⋅카메라렌즈⋅터치스크린 등을 모두 자체 제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당시처럼 내재화 비율을 고도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전문업체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성능⋅가격에서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글로벌제조센터를 통해 스마트폰 부품소재 내재화율을 크게 높였다. 사진은 메탈케이스를 자체제조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과거 글로벌제조센터를 통해 스마트폰 부품소재 내재화율을 크게 높였다. 사진은 메탈케이스를 자체제조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더욱이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중소⋅중견기업 일감은 가져간다는 여론이 설파되는 점도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자리와 관련해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극히 피해야 한다. 글로벌제조센터 역시 수 많은 중소⋅중견 기업이 생산하는 소재⋅부품을 내재화하면서 “삼성이 중소기업 목줄을 틀어 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삼성전자 전직 임원은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어떠한 일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원가혁신 움직임이 글로벌제조센터 당시처럼 심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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