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소비자 가전 업계에 반해 IDC 업계 데이터센터 투자는 증가
메모리 업계도 설비 투자 다시 시작... 삼성전자만 14조원 쏟아붓는다

IT 업계가 고대해왔던 올림픽이 결국 1년 뒤로 늦춰졌다.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있었던 소비자 가전 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반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계는 다시 설비 투자에 불이 붙었다.

이에 지난해 허리띠를 졸라맸던 메모리 업계도 투자를 재개하면서 장비 업계의 숨통도 트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평택 2공장 투자를 시작했고,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설비 투자를 진행한다.

 

도쿄 올림픽 공식 연기... 반도체 여파는

도쿄올림픽 로고.

연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4일(현지 시각) 도쿄 올림픽을 약 1년간 연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회 취소는 아니지만 IT 업계에 미칠 영향은 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상반기 공급·수요에 모두 구멍이 뚫린 모바일·TV 등 소비자 가전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림픽 연기 결정 전까지만 해도 상반기 떨어졌던 수요가 하반기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제는 그럴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소비자 가전용 반도체 수요 전망도 전반적인 감소가 불가피하다. 모바일의 경우 현재는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사태의 장기화를 대비해 D램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주문량을 늘려 재고를 쌓아놓고 있다. 하반기 수요 회복 가능성이 낮아지면 상반기 쌓아놓은 재고를 소진하면서 주문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 등 새로운 폼팩터(Formfactor)의 기기가 등장했고 여기에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경기까지 겹치면서 연초만 해도 모바일 업계의 기대가 컸다”며 “아직 모바일 제조사들이 전망치(Forecast)를 수정하진 않았지만, 작년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시아 권역 조립 업체들의 생산 일정이 줄줄이 밀린 것도 나쁜 신호다. 물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자동화가 잘 돼있는 모바일은 타격을 덜 받지만, 게임 콘솔이나 TV·냉장고 등 물량이 적은 가전의 경우 아직 조립 공정 일부를 인력이 진행한다. 

지난 2017년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도 최근 가격이 1.5배 뛰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신규 게임이 나온 덕도 있지만, 일단 공급 자체가 잘 안되는 상황이라고 유통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일부 제조업체는 거의 1달간 조업이 중단됐던데다 동남아 국가들도 확진자가 나온 사업장을 최소 수 일 폐쇄조치하면서 수요는 물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올림픽까지 취소되면 소비자 가전 시장은 예년만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IDC 업계 투자규모, 다시 껑충 뛴다

그렇다고 반도체 업계가 지난해만큼이나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상황은 아니다. 5세대 이동통신(5G)의 확산을 앞두고 IDC 업계가 다시 신규 및 증설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 IDC 업계가 다시 메모리 주문량을 늘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3분기부터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IDC 업계가 메모리 재고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수요가 먼저 증가해 낸드 가격이 서서히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인텔의 신규 중앙처리장치(CPU)의 출시가 언제 될지 가늠할 수 없었던 탓에 D램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번엔 다르다. 메모리 업계에 따르면 2월 들어 IDC 업계는 재고 확보가 아닌 신규·증설 투자를 위해 주문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의 본격화를 미리 준비하는 차원이다. 지난해보다 투자 규모도 큰데다 지난해처럼 쌓아놓은 재고도 없어 메모리 업계에는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요구 사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데이터센터는 구축에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가 아니라 내년, 내후년 시장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며 “세계 각국이 5G 망 상용화에 이어 전국망 구축을 시작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소재 페이스북 데이터센터./페이스북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사업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자본 지출(CAPEX)이 지난 4분기 투자 규모인 45억달러(약 5조6160억원)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총 169억달러(20조7701억원)를 투자한 이 회사는 올해 200억달러(24조5800억원) 정도의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페이스북은 올해 CAPEX를 2018년(139억달러)과 지난해(157억달러)보다 많은 170억~190억달러로 예상했다. 알파벳(구글) 또한 올해 기술 인프라와 사무실 등에 모두 투자할 계획으로, 이전과 달리 서버 지출이 기술 인프라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설명했다.

서버용 CPU 시장 1위 인텔의 데이터센터그룹(DCG) 매출은 이미 지난해 4분기 전년대비 19% 성장한 72억달러(8조9784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1% 감소, 3% 증가에 그쳤었다. 이번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25%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덩달아 메모리 업계도 신이 났다. 특히 D램 주문량이 많은데, 이는 올해 출시 예정인 인텔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아이스레이크-SP’와 ‘쿠퍼레이크’가 이전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대비 2채널 많은 8채널 DIMM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IDC 업체들의 투자가 반짝 했던 지난 2017년 당시 업체들은 브로드웰 제온 또는 스카이레이크 제온을 기반으로 한 서버를 구축해놓은 상황이라 지금 업데이트를 해야한다”며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로 수명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 재개한 메모리 업계

IDC 업계의 투자가 재개되면서 지난해 허리띠를 졸랐던 메모리 업계도 다시 투자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평택 2공장에 들어갈 장비를 발주하기 시작했다. 평택 2공장은 1공장과 마찬가지로 복층 건물이며 동편과 서편으로 나뉘어있어 총 4개의 생산라인이 들어간다. 발주 직전까지도 공급 부족이 더 심한 D램을 생산할 것인지 낸드를 생산할 것인지 내부 의견이 갈렸지만, 공장 인프라부터 낸드 생산라인에 최적화돼있어 결국은 낸드 생산으로 결정났다.

첫 투자 물량은 월 300㎜ 웨이퍼 기준 3만장 정도로 평년과 다를 바 없지만 올해 반도체에만 14조원의 투자액이 잡혀있어 이후 D램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의 노후 장비를 리퍼비시(Refurbish)해 다른 생산라인에 다시 가져다 쓰는 일도 빈번해 투자한 것보다 생산량이 더 많이 증가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투자액은 메모리 업계의 투자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18년보다도 큰 규모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합쳐서 약 22조원의 투자를 진행했는데, 이 중 SK하이닉스가 17조원 정도를 차지했었다.

SK하이닉스도 하반기 투자를 재개할 예정이다. 아직 생산 제품과 투자 라인(M15, M16)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낸드 출하 성장률을 4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한 만큼 낸드 투자가 유력하다.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줄어든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약 3년치의 투자를 몰아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2018년보다 큰 만큼 올해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전체 투자 규모는 지난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하반기 투자 계획은 세워졌지만 아직 제품과 생산라인은 정해진 바 없다”며 “서버향 D램과 낸드(SSD) 모두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만큼 투자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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