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 사회적 접촉 줄면서 게임 접속자 증가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파티’ 출시...동반 시청 경험
"클라우드 서버 투자 동반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낙진을 흩뿌리고 있다. 제조업⋅서비스업 업종을 가리지 않고 최소 상반기 내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와중에 최고 호황을 기록하는 산업도 있다. 집에서 홀로 즐기는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ESD) 스팀은 지난 주말 로그인 된 회원 수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스팀 회원수가 약 90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회원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수가 접속해 있었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2005년 스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최대다. 

세계 최대 ESD인 스팀은 게임 업계의 포털로 불린다. 스팀의 통계자료는 게임 산업의 바로미터다. 위 이미지는 스팀 로고. /자료=스팀
세계 최대 ESD인 스팀은 게임 업계의 포털로 불린다. 스팀의 통계자료는 게임 산업의 바로미터다. 위 이미지는 스팀 로고. /자료=스팀

스팀, 동시 접속자 2000만명 첫 돌파

 

스팀은 게임 산업에서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 비유된다. 스팀 아이디 하나만 있으면, 자신이 구매한 모든 게임에 로그인할 수 있다. 번거롭게 개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외우고 관리할 필요가 없다. 메이저 게임업체들도 모두 스팀을 관문 삼아 신작을 출시한다. 따라서 스팀이 내놓는 각종 통계 수치들은 게임 산업의 바로미터가 된다.

2005년 처음으로 타사 게임을 거래하면서 ESD 사업을 시작한 스팀은 지속적으로 동시 접속자를 늘려왔다. 그러나 2000만명이라는 숫자는 미답의 영역이었다. 이전까지는 접속자가 몰리는 주말에도 1800만명~1900만명 사이를 오갔다.

지난주 스팀 동시 접속자가 사상 처음 20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여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증가하던 감염자수가 북미⋅유럽으로 확산하면서, 각국은 ‘사회적 접촉’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스팀 접속자 통계. /자료=스팀DB
스팀 접속자 통계. 파란선이 접속자, 빨간선은 실시간 게임 플레이어 숫자다. /자료=스팀DB

미국 뉴욕시를 비롯해 대도시들은 지난주 화요일 아침 이후 나이트클럽⋅극장⋅콘서트홀 등 다중이용시설 사용을 금지했다. 시내 식당도 포장 고객만 받을 수 있게 제한했다. 코로나19가 주로 비말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만큼, 인파가 밀집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확진자수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이탈리아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자체 격리에 들어갔다. 유럽 내 다른 국가들 상황도 대동소이하다.

외부 출입이 어려워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 실내에서 즐길 거리를 찾을 수 밖에 없다. 더 버지는 “지난 주말 스팀에는 특별히 신작 게임 출시 같은 이벤트도 없었다”며 “갑작스런 접속자 증가는 코로나19에 기인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주 스팀을 통해 발표된 ‘트리플A(블록버스터)’급 게임은 없었다. 접속자들이 가장 많이 즐긴 게임도 2012년 출시된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였다. 

이처럼 코로나19 탓에 실내 활동량이 늘면서 홈엔터테인먼트(HE) 업계에는 의외의 기회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스트리밍(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시청자 간 채팅 앱(응용프로그램)인 ‘넷플릭스 파티’를 17일 선보였다. 

넷플릭스 파티를 이용해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채팅을 나누는 모습.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파티를 이용해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채팅을 나누는 모습.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파티를 구글 크롬에서 내려받으면, 넷플릭스를 시청하면서 친구들과 채팅을 나눌 수 있다. 특정 동영상 링크를 교환해 같은 영화를 동시에 시청하면서 채팅할 수 있다. 마치 집이나 극장에서 지인들과 영화를 같이 감상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상호간 일절의 접촉도 없다.

 

홈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의 유일한 수혜업종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게임과 OTT처럼 홈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보다는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더 높다. 전문가마다 차이는 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는 짧아도 상반기 내내, 길게는 3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설사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 안에 진정된다고 해도 이미 신규 유입된 게임⋅OTT 이용자들은 일정 이상 유지될 것이다. 한 번에 빠져나가지는 않을 거란 얘기다. 

그리고 이는 당장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는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원활한 OTT 서비스를 위해서는 클라우드 서버 투자가 불가피하고, 게임 역시 클라우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글 스태디아(Stadia)가 대표적이다. 

스태디아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구동 기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게 만든 게임 플랫폼이다. 스태디아는 구매한 게임을 기기에 내려받지 않고, 원격 접속해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대규모 서버 투자가 동반된다. 

'하프라이프 : 알릭스' 트레일러. 트리플A급 게임으로는 처음 VR 전용 출시된다. /자료=스팀
'하프라이프 : 알릭스' 트레일러. 트리플A급 게임으로는 처음 VR 전용 출시된다. /자료=스팀

도쿄올림픽 특수를 날릴 위기에 놓인 디스플레이 산업은 게임 전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스팀 운영사이자 게임 개발사인 밸브는 최근 ‘하프라이프 : 알릭스(Half-Life : Alyx, 이하 하프라이프)’를 가상현실(VR) 기기 전용으로 출시하기로 했다. 트리플A급 게임 중 VR 전용으로 출시되는 것은 하프라이프가 처음이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위원은 ‘After COVID-19’ 보고서에서 “COVID-19 위기가 지나가면, 클라우드 증설을 위한 서버 수요 확대는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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