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하로 떨어진 中 시장점유율 회복할 유일한 방안
코로나19 탓, 중국 스마트폰 업계 노동자 복귀율 60~70%선
"국내 부품 업계 반사이익으로 보긴 일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삼성전자가 계획했던 생산자개발생산(ODM)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ODM 모델 출시를 통해 중국 시장 점유율을 회복한다는 심산이지만, 중국 내 IT 생산 시설들이 가동 지체를 겪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가 기획⋅개발 과정에 일부 참여하는 합작개발생산(JDM)을 표방한 만큼 상호 협업이 필수이나, 현재는 출장 자체가 어렵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ODM을 통해 출시한 '갤럭시A10s'.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ODM을 통해 출시한 '갤럭시A10s'. /사진=삼성전자

中 스마트폰 업계 노동자 복귀율, 60~70%선

 

올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중저가 스마트폰 전략 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ODM이다. 중국 시장에서 ODM 스마트폰 출시를 통해 1% 이하로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대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화웨이⋅샤오미⋅비보⋅오포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품질 수준이 높아지고, 소위 ‘애국 소비’까지 겹치면서 2017년 이후로는 1% 이하 점유율로 급전직하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 4대 브랜드의 자국 내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85%까지 치솟았다.

이에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중국 내 생산시설 축소를 진행했고, 지난해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 철수를 마지막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시대를 종료했다. 

중국 내 ODM 생산은 현지서 공장을 철수한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외에 기획⋅개발⋅생산 모두를 외주화하는 것이다. ODM을 통해 중국 정부가 ODM 업체에 제공하는 보조금 혜택을 간접적으로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연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삼성전자가 ODM 파트너로 꼽고 있는 윙텍⋅화친⋅롱치어 등 대형 ODM 업체들 생산공장 역시 중국 내에 위치해 있다. 이들 업체가 이번 코로나19 사태 탓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의 상황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화웨이 스마트폰 P20. 화웨이 역시 '코로나19' 사태 탓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화웨이
화웨이 스마트폰 P20. 화웨이 역시 '코로나19' 사태 탓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화웨이

지난주를 기준으로 화웨이의 노동자 복귀율은 70%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30%는 중국 내 교통⋅물류 상황 탓에 아직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샤오미의 노동자 복귀율은 화웨이보다 약간 더 낮은 65%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화웨이와 샤오미는 각각 이번 분기 생산량을 20%⋅17%씩 낮췄다.

오포와 비보의 노동자 복귀율은 60%선인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의 아이폰 외주생산업체인 폭스콘은 광둥성과 저장성 생산시설의 인력 수급이 30% 정도 모자란다고 밝혔다. 역시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터치스크린패널(TSP) 업체인 TPK는 2월에 30%, 3월에 20% 정도 생산량을 줄일 전망이다. TPK의 샤먼 공장은 노동자 복귀는 상당 부분 완료했으나, TSP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윙텍⋅화친⋅롱치어의 인력 및 소재⋅부품 수급난 역시 비슷하거나 더 비관적인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JDM 협업 위한 출장도 원활치 않아”

 

삼성전자가 지난해 마지막으로 철수한 중국 후이저우 공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마지막으로 철수한 중국 후이저우 공장. /사진=삼성전자

현지 생산 파트너 상황 뿐만 아니라 ODM을 위한 협업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ODM이 기획⋅개발⋅생산 모두를 파트너에 맡기는 방식이기는 하나, 삼성전자는 일부 과정에 참여하는 JDM을 표방한다.

기획 과정에서 파트너와의 협업이 필수다. 특히 어떤 제품을 출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상품기획과 완제품 품질을 검증하는 작업은 원청인 삼성전자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삼성전자 브랜드를 달고 나가는 제품인 만큼, 품질 불량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갤럭시S’ 등 다른 제품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판매망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철수한 삼성전자로서는 이 모든 작업을 출장으로 해결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사업장 내 출장 역시 자제하라는 권고가 내려온 만큼, 중국 파트너와의 협업 역시 원활하지 않다”며 “사태가 장기화 하면 출시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제품주기가 짧은 점을 감안하면 출시 일정 연기는 프로젝트 폐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삼성전자 협력사 대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에도 일부 모델의 품질 수준이 올라오지 못하면서 ODM 제품 출시가 연기되거나 폐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 협력사 호재로 보기는 일러

 

9일 BOE의 허페이BOE병원에서 일명 '후베이 의료 지원' 의료진이 급파돼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지웨이왕 제공<br>
BOE의 허페이BOE병원에서 일명 '후베이 의료 지원' 의료진이 급파돼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 BOE 역시 OLED 라인 가동률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지웨이왕

삼성전자의 중국 ODM 전략 차질이 국내 소재⋅부품 협력사들에게 호재로 반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아직 이르다. 삼성전자의 ODM 출시 모델은 철저히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데, ODM 없이는 중국 시장 내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국내 소재⋅부품을 수급해 중국 시장을 재공략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면 공급 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1분기 스마트폰 및 PC 시장이 직전 분기 대비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 역시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1년 전보다 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 대표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가동률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른 IT 제조업 전반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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