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유튜브 시청하는 비중 증가
스마트폰으로 8K 동영상 찍어 TV로 시청하는 시대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20’ 시리즈는 사실상 카메라에 ‘올 인’했다. 광학줌과 디지털줌을 합쳐 100배까지 사물을 당겨 찍을 수 있다. 무려 8K(7680 x 4320) UHD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기존 규격을 훌쩍 뛰어 넘는 제품이 출시되면 항상 ‘회의론’이 줄선다. 스마트폰에 그만한 기능이 필요하냐는 거다. ‘오버스펙’, ‘마케팅용 기술(심하게는 상술)’이라는 낙인은 덤이다.

갤럭시S20 시리즈 카메라가 지원하는 8K UHD 촬영 기능 역시 회의론을 피해갈 수 없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가장 최고급 모델도 8K는 물론, 4K(3840 x 2160) 해상도조차 지원하지 않는다. 잘해야 QHD다. 8K UHD로 촬영해본들 스마트폰 화면으로 감상할 수도 없다. 

‘갤럭시S20 울트라’도 마찬가지다. 갤럭시S20 울트라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QHD(3200 x 1440)다. 갤럭시S20 울트라는 자신이 찍은 동영상도 제 해상도(8K)로 재생하지 못한다. 8K UHD 동영상 촬영 기능은 진짜 마케팅용 기술에 불과할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로 잠깐 시선을 돌려보자. 20억명 이용자가 하루에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10억시간에 이른다. 이용자 1인당 하루 평균 30분씩 시청하는 꼴이다. 

주목할 점은 시청 기기의 변화다. ‘유튜브=모바일’이라는 등식이 무색하게, 가정용 TV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유튜브 공식 집계에 따르면 TV에서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만 하루 2억5000만시간(2019년 5월 기준)에 달한다. 대강 전체 유튜브 이용 시간의 4분의 1 정도가 TV에서 소비된다. 이는 1년 전 대비 39%나 증가한 수치다. 

TV로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 조사. /자료=코웬
TV로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 조사. /자료=코웬

소셜미디어 관리도구 개발업체 훗스위트 분석에 따르면 유튜브 시청 비중이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기기가 TV다. 시장조사업체 코웬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7.7%는 TV를 통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꼽았다. 넷플릭스(38.6%)에 이은 2위다. 스마트폰에 밀려 거실 한구석으로 밀려났던 TV가 유튜브덕에 다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여러 기술적 한계 탓에 현재로서는 QHD 이상으로 해상도를 올리기 어렵다. TV는 다르다. 4K TV는 이미 대중화됐다. 8K TV도 온라인에서 가장 저렴하게는 400만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다. 전자제품 특성상 가격은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이다. 2~3년 안에 8K TV도 4K TV처럼 대중화 반열에 오를 것이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를 TV로 시청하는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동시에 TV 시장은 8K로 직진하고 있다. 

갤럭시S20 울트라가 파고드는 것은 이 지점이다. 유튜브가 크리에이터들의 경연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유튜브 안에서 8K 동영상 비중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시청자들이 조금이라도 재밌고, 화질이 좋은 동영상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청자 선택을 받지 못하는 동영상은 데이터센터(IDC) 안에서 한낱 바이트(Byte)에 불과하다.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비록 갤럭시S20 울트라로 찍은 8K 동영상을 자체 디스플레이로는 감상할 수 없지만, TV로는 만끽할 수 있다. 이 중간 매개를 유튜브가 담당한다. 삼성전자가 8K로 촬영한 동영상을 손쉽게 유튜브에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그동안 TV 업체들은 콘텐츠 부족 탓에 8K는 시기상조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제 개인이 스마트폰으로도 8K 동영상을 만드는 시대가 열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 와중에 닭이 먼저 등장했다. 콘텐츠-플랫폼-단말 모두 8K로 더 빨리 달려가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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