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5G 모뎀 'X60', 삼성전자-TSMC 모두에게 공급받기로
TSMC 공급부족 탓... 삼성은 언제 메인 공급사가 되나

퀄컴이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안테나의 3세대 솔루션 '퀄컴 스냅드래곤 X60 모뎀 RF 시스템'의 외주 생산(Foundry) 협력사를 TSMC와 삼성전자로 이원화했다. 

첨단 공정을 제공하는 파운드리 업체가 사실상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으로 좁혀지면서 사실 이같은 공급사 이원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업계 2위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1위인 TSMC의 생산용량이 부족해 물량을 나눠받은 꼴이기 때문이다.

TSMC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공정 기술 외 추가적인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지만, 무엇이 경쟁력이 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퀄컴은 왜 5나노 모뎀 제조사를 이원화했나

퀄컴은 19일 ‘퀄컴 스냅드래곤 X60 모뎀 RF 시스템’의 출시를 알리면서 1분기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퀄컴 스냅드래곤 X60 5G 모뎀 RF 시스템./퀄컴
퀄컴 스냅드래곤 X60 5G 모뎀 RF 시스템./퀄컴

이 제품은 5G 모뎀 중 세계 처음으로 5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안테나로는 차세대 밀리미터파 안테나 모듈 ‘QTM535’가 내장됐다. 이전 세대(QTM525)보다 두께도 얇고 크기가 작다.

3세대 모뎀 칩의 공급사는 TSMC와 삼성전자 두 회사다. TSMC의 5나노 양산 일정은 이번 1분기고, 삼성전자는 빠르면 2분기 양산 계획임을 감안하면 1분기 고객사에게 배포할 샘플은 TSMC의 5나노 공정에서 만들고 양산은 두 업체가 함께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X60 모뎀을 장착한 스마트폰이 내년 1분기에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늦어도 6개월 전인 오는 7월부터 5나노 양산을 시작해야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퀄컴은 첨단 공정을 활용하는 제품에 한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모뎀은 TSMC에, 이후 나온 모뎀-AP 통합 칩(ModAP)은 삼성전자에 맡기는 '투트랙 전략'을 따랐다.

AP와 모뎀이 TSMC에게 돌아간 건 이 회사의 7나노 공정이 삼성 대비 한발 빨랐기 때문이다. 뒤이어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하면서 통합 칩 물량을 가져갔다.

5나노 역시 TSMC가 삼성보다 한 발 빠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로 물량이 이원화된 건 TSMC의 공급 부족 상황이 좀처럼 해소될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TSMC의 5나노 공정 최대 고객사는 애플이다. 애플이 TSMC의 5나노 공정에서 생산하는 건 오는 9월 출시되는 ‘아이폰12(가칭)’의 AP인 ‘A14’다. 애플은 아이폰12부터 5G를 옵션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덕에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자 애플은 A14의 주문량을 이전 대비 50%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5나노 양산 일정이 삼성전자보다 1분기 정도 빠른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후순위로 밀려났다”며 “여기에 주요 콘솔 업체들도 첨단 공정을 쓰기 위해 대기 중으로, 퀄컴도 밀려난 업체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생산용량은 삼성이 더 많은데 메인 공급사는 여전히 TSMC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공급사를 이원화한 건 퀄컴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AMD·엔비디아 등 TSMC의 주요 고객사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문을 두드렸다. 수요에 비해 TSMC의 7나노 생산용량이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 덕에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가동률도 100%를 꽉 채웠다.

첨단 공정 파운드리를 제공하는 곳이 사실상 TSMC와 삼성전자 2곳 밖에 없는 가운데 TSMC의 용량이 부족하면 삼성전자로 공급을 이원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7나노부터 5나노까지 퀄컴을 포함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TSMC를 메인 공급사로 택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삼성전자의 7나노 생산용량이 TSMC의 7나노 생산용량보다 크다. 삼성전자의 7나노 생산용량은 300㎜ 웨이퍼 기준 월 15만장이고, TSMC는 10만장을 살짝 넘기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인 밴더인 업체는 테슬라, 페이스북, IBM 정도”라며 “IBM은 글로벌파운드리(GF)가 7나노 공정을 포기하면서 GF와 협력해오던 삼성전자에 제품을 맡긴 것이고, 테슬라와 페이스북은 전용반도체(ASIC) 고객사라 삼성을 메인으로 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메인 공급사의 지위를 빼앗긴 건 TSMC보다 첨단 공정 양산이 늦었고, 공정 사양도 TSMC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7나노 공정 비교./KIPOST 취합
삼성전자와 TSMC의 7나노 공정 비교./각 사, KIPOST 취합

TSMC의 1세대 7나노(N7) 공정을 쓰던 고객들이 삼성전자의 7LPP 공정을 쓰는 건 문제가 없다. 하지만 EUV 기술이 적용된 TSMC의 2세대 7나노 공정(N7+)을 쓰는 고객들은 삼성전자의 LPP를 활용하기 쉽지 않다. 밀도 차이가 18% 이상 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면적이 커진다는 얘기다. 5나노에서 성능 차이는 더 벌어진다.(참고 KIPOST 1월 14일자 <삼성 파운드리, 100% 가동률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TSMC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어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로 물량을 이원화할 수밖에 없지만, TSMC가 생산용량을 늘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TSMC는 오는 2분기까지 7나노 생산용량을 월 14만장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5나노 초기 양산 물량은 3만5000장에서 6만5000장으로 늘렸다. 

 

2등에서 만족할 것인가

사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지금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설비 투자 비용이 급증하면서 TSMC가 글로벌 고객사들의 수요를 모두 만족할만큼 생산용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첨단 공정을 제공하는 파운드리는 어차피 삼성전자와 TSMC 뿐이니, 메인 공급사가 아니어도 수익을 남길 수는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 2위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천명한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어렵다. 

시스템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출을 더해도 TSMC 한 곳을 따라잡지 못한다. 애초에 TSMC와는 생산용량 측면에서 게임이 안 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전체 생산용량은 TSMC 대비 6분의1에 불과하다. 

지난해 TSMC의 연 매출은 357억달러(42조4116억원)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연매출은 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간극을 좁히려면 결국 첨단 공정의 메인 공급사 자리를 꿰차야 한다. 

후공정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메인 공급사가 되려면 첨단 공정의 생산용량은 TSMC보다 크게 유지하면서 기술 주도권도 쥐고 있어야 한다”며 “그게 기본 중 기본인데, 기본인 성능에서부터 밀리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멕(IMEC)은 파운드리 산업 접근법이 파운드리 업체가 여러 옵션을 제공하고 고객사가 그 중 입맛에 맞는 옵션을 골라 설계를 최적화하는 DTCO에서 시스템의 기준에 맞게 파운드리 업체가 여러 공정 옵션을 개발, 제공하는 STCO의 개념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IMEC
아이멕(IMEC)은 파운드리 산업 접근법이 파운드리 업체가 여러 옵션을 제공하고 고객사가 그 중 입맛에 맞는 옵션을 골라 설계를 최적화하는 DTCO에서 시스템의 기준에 맞게 파운드리 업체가 여러 공정 옵션을 개발, 제공하는 STCO의 개념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IMEC

추가적인 경쟁력 확보도 절실하다. 기술과 생산용량은 이미 두 업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TSMC의 N7와 삼성전자의 7LPP 공정 사양이 서로 비슷하고, TSMC의 N7+와 삼성전자의 6LPP 공정이 비슷한 것만 봐도 그렇다.

여러 공정 옵션을 제공, 고객사가 입맛에 맞게 파운드리의 공정 옵션을 선택, 설계를 하는 DTCO(Design Technology co-optimization)이 아닌 시스템에 맞춰 파운드리 업체가 옵션을 개발, 제공하는 STCO(System Technology co-optimization) 접근법을 취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TSMC가 애플의 단독 공급 업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애플의 스마트폰 디자인에 맞게 AP 패키지 두께를 줄일 수 있는 팬아웃 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당시 애플은 삼성에게도 같은 문의를 했지만, 삼성은 AP를 줄일 수 있는 옵션이 없다고 답했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 모두 생산용량을 섣불리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과 생산용량을 제외한 다른 경쟁력이 있어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공정 비용이 비싼 7나노 아래로 내려가면 오히려 전체 생산 비용은 줄이는 대신 효율성은 높이는 부가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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