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7 Vs B11, 큰 수율 격차 때문
"B11, 운영 미숙함 드러내"

중국 BOE 내에서 삼성⋅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출신 엔지니어들의 위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B7(청두)에 이어 투자한 B11(몐양)의 수율이 기대만큼 받쳐주지 못하면서다. 삼성디스플레이 출신들이 주도한 B7과 달리 B11은 AUO 등 대만에서 온 엔지니어들이 장비 발주와 가동을 리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장비를 발주하고 있는 B12(충칭) 투자에는 다시 한국 출신 엔지니어들이 대거 기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야경. L7-1 장비들을 매각하고 A4로 전환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야경. BOE의 B7을 구축한 옛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인사들이 B12 투자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B11, 연말 기준 수율 20% 이하

 

BOE의 중소형 OLED 거점은 총 3군데다. 지난 2018년 가동을 시작한 청두 B7과 작년 양산에 돌입한 몐양 B11, 한창 장비 발주가 나오고 있는 충칭 B12다.

BOE는 B7 구축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출신들을 대거 영입해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A3 라인 컨셉트를 복사하다시피했다. 특히 A3 1번 라인 구축 경험이 있는 J모씨(현재 BOE 총감) 등이 장비 발주와 초기 운영을 주도했다. J씨는 삼성디스플레이 내 증착 공정 전문가로, 삼성디스플레이 퇴사 후 곧장 BOE에 합류했다.

현재 B7 운영은 역시 한국인인 박진산 부사장이 맡고 있다. 박 부사장은 하이디스 출신으로, 지난 2003년 BOE가 하이디스(옛 현대전자의 LCD 부문) 인수 당시 BOE에 합류했다. B7 초기 투자부터 운영까지 사실상 한국인이 이끌어 온 셈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OLED 라인 수율. /자료=DSCC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OLED 라인 수율. /자료=DSCC

가동 초 저조했던 B7의 수율도 60% 이상으로 안정화 된 것으로 추정된다. 리타 리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 연구원은 “B7 1⋅2번 라인 수율이 2019년 4분기 기준 60% 이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OLED 소재 업체 대표는 “BOE가 화웨이로부터 스마트폰용 OLED 물량을 수주하면서 학습량을 늘릴 기회를 받았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BOE의 연간 중소형 OLED 출하량은 2000만개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B7의 예상보다 빠른 선전 없이는 불가능했을 숫자다. 출하 숫자만 놓고 보면 BOE는 지난해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B7과 달리 BOE가 애플을 겨냥해 투자한 B11의 경우, 아직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수율이 20%에 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B11은 BOE 내 대만 출신 엔지니어들이 투자를 주도했다. 현재 B11 총책임자 역시 대만 출신의 리중지엔 부사장이다. 

갤럭시S 시리즈의 커버유리 곡률 변화. 3차원으로 꺾여 있는 커버유리에 기포 없이 OLED를 합착하는 공정은 난이도가 높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갤럭시S 시리즈의 커버유리 곡률 변화. 3차원으로 꺾여 있는 커버유리에 기포 없이 OLED를 합착하는 공정은 난이도가 높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B11도 B7과 라인을 구성하는 장비 공급사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영의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 관계자는 “BOE가 B7의 성공적인 양산가동 경험을 과신해 B11에는 대만 엔지니어들을 대거 기용했다”며 “장비 공급사만 관리하면 동일한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B11에 3D 곡면유리, 터치일체형 OLED(FMLOC) 등 고난도 모델이 배정되면서 애초에 수율 잡기가 어려웠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FMLOC는 별도의 터치스크린 없이 OLED 위에 바로 터치 전극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업체마다 이를 칭하는 이름이 다른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Y-OCTA)’, BOE는 FMLOC(Flexible Multi-Layer On Cell)라고 부른다.

BOE는 FMLOC 공정을 B11에 양산 구축했으나, 아직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3D 곡면유리는 후공정(모듈)에서 수율이 판가름나는데, BOE의 후공정 기술 수준은 전공정 대비 더 미진하다. 

 

B12, 다시 한국 출신들이 주도

화웨이 메이트X. BOE가 OLED 패널을 공급했다. /사진=화웨이
화웨이 메이트X. BOE가 OLED 패널을 공급했다. /사진=화웨이

이 때문에 BOE가 신규 투자하는 B12는 다시 삼성디스플레이를 주축으로 한 한국 출신 엔지니어들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장비 업체 대표는 “B7과 B11의 수율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BOE 내에서 한국 엔지니어들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며 “B12 구축 작업은 한국 엔지니어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B12는 앞서 투자한 B7⋅B11과 마찬가지로 6세대(1500㎜ X 1850㎜) 원판투입 기준 월 4만5000장 수준으로 꾸려진다. 지난해 10월을 전후로 장비 평가가 시작됐으며, 증착⋅노광장비 및 레이저장비 등 납기가 긴 설비부터 발주가 나오고 있다. 

B12까지 투자가 완료되면, BOE는 생산능력 면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중소형 OLED 분야 양강 체제를 확립하게 된다. 중국 내 스마트폰 브랜드를 겨냥한 B7, 애플 향(向) B11과 달리, B12는 노트북PC 등 대형 모바일 기기를 타깃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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