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와 전기차 합작사 중국에 설립 합의"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추진

일본 샤프를 인수하며 단숨에 디스플레이 업계서 두각을 드러낸 대만 폭스콘이 사실상 비즈니스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10.5세대(2940㎜ X 3370㎜) LCD 라인을 신설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중국 발 공급과잉 탓에 수익성이 급전직하한 탓이다.

폭스콘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발 빼는 대신 전기차와 반도체 사업 진출을 타진한다.

FCA 소속 브랜드들의 로고. FCA는 폭스콘과 중국 내 전기차 생산기지를 공동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FCA 소속 브랜드들의 로고. FCA는 폭스콘과 중국 내 전기차 생산기지를 공동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폭스콘, FCA와 전기차 사업 협력

 

더버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폭스콘은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전기차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중국에 세우기로 합의했다. 아직 투자 규모 등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폭스콘은 합작사 지분 40% 안팎을 보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FCA는 이탈리아 피아트가 2009년 파산보호 중인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합병한 자동차 회사다. 합병한 두 브랜드 외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브랜드인 지프, 픽업트럭 브랜드 램⋅닷지도 FCA 소속이다. 지난 2018년 기준 그룹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484만대다.

FCA와 폭스콘은 늦어도 오는 3월 말까지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내에 합작사 및 생산설비를 구축키로 했다. 합작사는 우선 중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 후 세계 시장으로 발을 넓힐 전망이다. FCA는 다른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달리 중국 판매 비중이 낮다. 폭스콘과의 전기차 사업 협력을 통해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 선전 생산공장 전경. 애플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로 성장한 폭스콘이 전기차 분야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폭스콘
폭스콘 선전 생산공장 전경. 애플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로 성장한 폭스콘이 전기차 분야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폭스콘

애플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로 성장한 폭스콘이 전기차 분야에 본격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치메이이노룩스에 이어 샤프까지 인수하며 디스플레이 산업 제패를 꿈꿨으나 여의치 않았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BOE⋅CSOT 등 중국 업체들이 10.5세대 라인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업황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든든한 보조금을 업고 성장한 BOE⋅CSOT와 비교하면 처음부터 경쟁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더구나 폭스콘이 10.5세대 라인을 투자한 광저우는 BOE가 투자한 허페이에 비해서는 인건비 조건이 나쁘다. ‘중국의 공장’이라 불릴 만큼 많이 기업이 모여 있고, 워낙 고용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폭스콘은 10.5세대 라인 통째 매각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하다. 산업 전체가 공급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궈타이밍 전 회장을 대신해 폭스콘 회장 자리에 오른 류양웨이는 취임 일성으로 영업이익 10%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LCD 사업에서 손을 털겠다는 선언과 같다. 

 

위스콘신주 투자계획도 대폭 축소

류양웨이 폭스콘 신임 회장. /사진=바이두
류양웨이 폭스콘 신임 회장. /사진=바이두

한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폭스콘은 전임 궈타이밍 회장 임기 말부터 이미 LCD 사업에 대한 열의가 식었다”며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약속한 위스콘신주 디스플레이 단지의 건설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위스콘신주 ‘폭스콘 테크놀러지 그룹 캠퍼스’는 지난 2017년 폭스콘이 100억달러(약 11조59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짓기로 한 10.5세대 LCD 생산시설이다. 2017년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의 상징이었으나 2년여에 걸쳐 투자 계획이 계속 축소됐다. 최종적으로 6세대(1500㎜ X 1850㎜) 비정질실리콘(a-Si) LCD 생산시설을 짓기로 확정했다. 

a-Si는 현재 상용화된 기술 중 가장 저화질 LCD에 사용된다. 그나마 이제 막 시장이 개화하고 있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아직 a-Si LCD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폭스콘은 위스콘신에서 생산한 LCD를 미국 완성차 및 부품업체에 공급한다는 목표이나, 당초 초대형 TV용 LCD를 생산하겠다는 포부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대신 최근 폭스콘의 관심사는 앞서 FCA와 공동투자하기로 한 전기차와 반도체에 쏠려 있다. 류양웨이 신임 회장부터 그룹 내 손꼽히는 반도체 전문가다. 폭스콘은 중국 남부 광둥성 주하이시에 반도체 위탁생산공장(파운드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0~15나노급 시스템반도체를 양산해 자사가 만드는 스마트폰이나 TV에 탑재하고,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위스콘신주 디스플레이 단지 기공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궈타이밍 회장이 첫 삽을 뜨는 모습. /사진=백악관 트위터
미국 위스콘신주 디스플레이 단지 기공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궈타이밍 회장이 첫 삽을 뜨는 모습. /사진=백악관 트위터

파운드리 라인은 D램⋅낸드플래시 등 미국 정부가 대(對) 중국 장비 수출을 규제하는 분야도 아니다. 주하이시에 생산시설을 들여와 생산하는 게 부담되지 않는 이유다. 한 반도체 장비 업체 관계자는 “폭스콘은 자체적으로 필요한 반도체 일부만 대체해도 큰 수요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궈타이밍 전 회장이 후임자로 반도체 전문가인 류양웨이를 지목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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