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물량 제품부터 우선 도입
"승자독식 형태...단가 경쟁 한층 가열될 것"

삼성전자 IM부문의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구매 정책이 공급 단가를 최우선으로 하는 입찰 방식을 도입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단가를 상위 고려대상으로 놓되, 전략적으로 다수 공급사들에게 물량을 안배하는 방식으로 카메라 모듈을 구매해왔다.

공급사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최대한 낮은 가격을 써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수익성 확보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사진=삼성전자

대규모 범용제품부터 입찰제 도입

 

입찰은 협력사가 전산으로 특정 제품에 대한 공급 가격을 정해진 시간 내에 입력하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공급권이 돌아가는 수주 절차다. 공급업체와 삼성전자 구매 담당자까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대한 낮은 입찰가를 유도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 연말을 기해 카메라 모듈 구매에 입찰제 도입을 추진한 건 물론 단가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장착한 카메라 모듈 개수는 총 8억8000만개에 달한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대 남짓이지만, 렌즈가 두 개인 듀얼카메라, 세 개인 트리플카메라가 도입되면서 모듈 구매량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10 5G’의 부품 원가 중 카메라 모듈의 13%에 달한다. 이는 배터리와 디스플레이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올해 역시 카메라 모듈의 렌즈 개수 확대 양상은 가속화 될 전망이다. 카메라 모듈이 스마트폰 부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절대 금액이나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스마트폰 부품별 단가 비중. /자료=SK증권
스마트폰 부품별 단가 비중. /자료=SK증권

특히 삼성전자가 카메라 모듈 구매에 입찰제를 도입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올해 생산자개발생산(ODM) 물량을 확대하면서다. ODM 발주 과정에서 ODM사의 소재⋅부품 구매 단가를 파악해보니 삼성전자가 구매하는 가격과 최대 30%까지 차이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ODM사의 카메라 모듈 구매 가격이 훨씬 낮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이후 일부 범용 제품에 대해 입찰을 실시하고, 관련 물량을 한 업체에 최대 80%까지 몰아주는 방식으로 구매 정책을 변경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입찰 방식을 전면 도입하지는 못하겠지만, 기술이 안정화된 범용 제품은 입찰을 통해 구매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메라 모듈업체 임원은 “삼성전자가 대규모 물량이 필요한 제품을 중심으로 입찰에 부치고 있다”며 “공급 물량이 클수록 입찰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가 경쟁 치열해질 것

 

삼성전자의 구매정책 변화는 카메라 모듈 협력사들에게는 치열한 단가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종전 삼성전자의 카메라 모듈 구매 정책은 가격도 물론 중요했지만, 전략적인 육성책도 가미됐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화소 제품과 비행시간차(ToF) 카메라 등 개발 역량이 필요한 제품의 경우, 중견 업체에 우선적으로 물량을 배분했다. 그러면서도 특정 업체의 수주량이 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했다. 한 업체가 고화소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하면 중저가 제품에서 물량을 안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카메라 모듈 생태계 내 업체들이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컨트롤 한 셈이다.

잠망경 원리를 본딴 '폴디드 줌 카메라'. 앞으로는 이 같은 스페셜티 제품을 제외하면 입찰 수주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삼성전기
잠망경 원리를 본딴 '폴디드 줌 카메라'. 앞으로는 이 같은 스페셜티 제품을 제외하면 입찰 수주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삼성전기

그러나 앞으로는 최저가 입찰에 성공한 업체가 물량의 최대 80%까지를 쓸어간다.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입찰 도입에 대한 부담이 적은 저화소, 범용 제품의 경우 특히 단가 인하 압박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카메라 모듈 업체 대표는 “ODM 업체가 카메라 모듈을 구매하는 가격은 국내는 물론 중국 업체들도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턱 없이 낮았다”며 “물량을 포기하거나 밑지면서 팔아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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