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2 ELA 성능평가 단독 통과
섀도마스크-마이크로 LED용 레이저 전사 장비에 도전

AP시스템이 중국 BOE가 충칭 지역에 건설하고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에 엑시머레이저어닐링(ELA) 장비를 공급한다. AP시스템은 앞서 BOE가 청두(B7)와 몐양(B11) 지역에 건설한 OLED 라인에도 ELA를 양산 공급한 바 있다.

BOE가 생산한 플렉서블 OLED. /사진=BOE
BOE가 생산한 플렉서블 OLED. /사진=BOE

AP시스템, 성능평가 단독 통과

 

AP시스템은 지난해 3분기 말부터 진행된 충칭 OLED 라인용 ELA 성능평가를 지난 4일 단독 통과했다. 성능평가는 실제 공급계약에 앞서 관련 장비의 규격과 생산능력을 사전 테스트하는 단계다. 

성능평가를 통과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가격 입찰에 들어가는데, 이번에 AP시스템만 이를 통과했다. 사실상 낙찰이 확정된 셈이다. 통상 실제 공급계약은 성능평가 결과도출 후 2~3개월 안에 이뤄진다. 국내 수주 공시 역시 공급계약 체결 직후 발표된다.

이번에 AP시스템이 BOE서 수주하는 ELA는 OLED 중에서 백플레인(TFT, 박막트랜지스터)을 제조하는데 사용하는 장비다. 비정질실리콘(a-Si) 막에 강력한 엑시머 레이저를 조사해 저온폴리실리콘(LTPS) 막으로 변환해주는 역할이다. 마치 입자가 굵은 얼음판에 열을 가해 물로 녹인 뒤 다시 얼리면, 피겨 스케이트장 처럼 표면이 매끈한 얼음으로 결정화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ELA 공정 개념도. /자료=삼성디스플레이
ELA 공정 개념도. /자료=삼성디스플레이

LTPS는 a-Si 대비 전자이동도가 100배 빨라 중소형 OLED 생산에는 필수적으로 ELA 장비가 들어간다. 백플레인의 전자이동도가 빠를수록 고화질 디스플레이 생산에 유리하다.

2016~2017년 OLED 투자붐 당시만 해도 AP시스템 외에 일본 재팬스틸웍스(JSW)와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PRI)도 ELA 성능평가를 2⋅3위로 통과하곤 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특히 BOE가 사용하는 ELA는 사실상 AP시스템 독점 상태다.

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라인을 거의 카피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에 AP시스템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LA, 그 다음 먹거리는?

 

OLED용 ELA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AP시스템이지만, 중장기 사업 전략에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중국 업체들의 OLED 투자가 꼭지점을 지나치면서 그 다음 ‘먹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비 산업 특성상 투자 사이클이 잦아들면 독점 기업이라도 매출의 급격한 감소가 불가피하다.

레이저 방식으로 생산한 섀도마스크용 스틱. 이 같은 스틱이 여러개 모여 한 장의 섀도마스크를 형성한다. /사진=APS홀딩스
레이저 방식으로 생산한 섀도마스크용 스틱. 이 같은 스틱이 여러개 모여 한 장의 섀도마스크를 형성한다. /사진=APS홀딩스

현재 AP시스템의 차세대 캐시카우로 꼽을 수 있는 분야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섀도마스크 제조용 레이저 장비다. OLED 업체들이 양산라인에 적용한 섀도마스크는 에칭(식각) 공정을 통해 인바(Invar) 시트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제조하는 방식이다. AP시스템의 레이저 장비는 에칭 대신 레이저로 순간적인 에너지를 가해 구멍을 형성해준다.

레이저 방식으로 생산한 섀도마스크는 에칭방식 대비 1인치 당 픽셀수(PPI)가 많다. 이는 가상현실(VR) 기기등 소형 고화질 디스플레이 생산에 유리하다(KIPOST 2019년 10월 26일자 <구글의 '데이드림' 실패가 디스플레이 업계에 주는 교훈> 참조).

에칭 방식 대비 높은 수율도 장점이다. 20마이크로미터(μm) 두께 이하의 얇은 인바 시트를 에칭으로 가공하면 중간 중간에 구멍이 뚫리지 않거나, 구멍 두개가 서로 맞붙는 등 불량이 발생하기 쉽다. 레이저 방식은 구멍 하나하나를 레이저로 뚫어서 만들기 때문에 속도만 받쳐주면 높은 수율에서 오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최근 AP시스템은 일본의 한 섀도마스크 업체에 섀도마스크 제조용 레이저 장비 한 대를 공급 추진 중인데, 이 업체는 이를 리페어용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에칭으로 섀도마스크를 제조한 뒤, 불량 화소를 레이저를 이용해 수리하는 것이다. 에칭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불량을 레이저 기술로는 수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전망이다.

이 밖에 모회사인 APS홀딩스는 최근 AP시스템에서 레이저 장비를 구매해 섀도마스크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레이저 방식 전사의 기존 개발방향(위)과 최근의 개발 방향. 레이저를 받은 경계면이 부풀어 올라 LED 칩을 밀어주는 방식이다. /자료=유니카르타
레이저 방식 전사의 기존 개발방향(위)과 최근의 개발 방향. 레이저를 받은 경계면이 부풀어 올라 LED 칩을 밀어주는 방식이다. /자료=유니카르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용 전사(Transfer) 장비 역시 AP시스템의 차세대 사업 분야로 꼽힌다. 이 회사는 레이저를 이용해 마이크로 LED를 한번에 정확한 자리에 전사하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 방식 전사는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성장시킨 LED 칩을 화소 크기에 맞게 자른 뒤, 이를 점성이 있는 캐리어필름에 붙이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이 캐리어필름은 특정 파장의 레이저를 받으면 순간적으로 부풀어오르는데, 이때 LED가 탈락하면서 화소 위치에 옮겨붙는 방식이다. 

이는 유니카르타라는 스타트업이 LEAP(Laser Enabled Advanced Placement)이라고 명명한 레이저 전사 기술과 유사하다(KIPOST 2019년 8월 20일자 <마이크로 LED 전사 공정, 레이저 방식 새롭게 부각> 참조). 레이저 전사는 기존에 마이크로 LED 전사 기술로 각광받던 기술들 대비 빠르고, LED 칩에 가해지는 데미지도 적다. 검사공정 후 ‘굿 다이(양품)’에만 선택적으로 레이저를 쏴 전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동안 OLED용 레이저탈착장비(LLO) 등 레이저 응용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왔던 AP시스템으로서는 도전해볼 만 하다. 업계 관계자는 “AP시스템은 과거 OLED 화소형성 기술 중 하나인 LITI(Laser Induced Thermal Image)를 연구해왔는데, 이 방식이 마이크로 LED 레이저 전사와 매우 흡사하다”며 “LITI에서 쌓은 노하우를 마이크로 LED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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