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라인에 이어 양산 1단계 투자
8인치 실리콘 기반에서 12인치로 진화 전망

중국 BOE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전용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규 투자에 돌입한다. 마이크로 OLED는 기존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OLED와 비교하면 화면 크기는 작지만 해상도는 높다. 

최근 구글이 스마트폰 화면을 AR⋅VR에 차용하는 방식인 ‘데이드림’ 프로젝트를 포기하면서 AR⋅VR 전용 디스플레이 개발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사진=프라운호퍼 연구소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화면 크기가 작지만, 해상도는 높다. /사진=프라운호퍼 연구소

BOE, 쿤밍에 두 번째 마이크로 OLED 라인

 

BOE의 마이크로 OLED 생산 근거지는 중국 남서부 윈난성의 쿤밍시다. 앞서 지난 2017년 BOE는 올라이텍과 공동으로 마이크로 OLED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1억7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해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이번에 BOE는 4억7000만달러(약 5450억원)를 들여 양산 라인을 세울 계획이다. 투자금 중 2억5700만달러는 자체 조달하고, 성 정부에서 2800만달러를 지원한다. BOE는 이와 별도로 2억달러를 외부 조달한다. 정확한 자금 확보 방안은 파악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투자하는 라인의 양산 가동 목표는 2021년 하반기다. 0.9인치와 1.31인치 크기의 AR⋅VR 전용 마이크로 OLED를 생산할 예정이다. 마이크로 OLED는 스마트폰용 OLED와 달리 실리콘 웨이퍼 기판을 기반으로 생산한다. 

미국 VR 사용자 추이. /자료=Artillery Intelligence
미국 VR 사용자 추이. /자료=Artillery Intelligence

BOE의 마이크로 OLED 파일럿 라인은 8인치 웨이퍼 타입으로 라인이 구축됐으나, 신규 라인은 12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12인치 웨이퍼가 8인치 대비 면적이 2.25배 넓은 만큼, 한 번에 더 많은 마이크로 OLED를 생산할 수 있다. 혹은 크기가 더 큰 마이크로 OLED를 제작할 수도 있다. 신규라인의 초기 생산 능력은 12인치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만장 수준이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이미 파일럿 라인 투자 당시부터 양산 라인에 대한 계획은 나와 있던 상태”라며 “양산 라인은 총 3단계에 걸쳐 투자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AR⋅VR, 전용 디스플레이 설득력 ↑

 

BOE가 파일럿 라인 구축과 동시에 양산 라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점차 AR⋅VR 전용 디스플레이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AR⋅VR 기기는 페이스북 ‘오큘러스’처럼 전용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기기와, 구글 데이드림과 같은 스마트폰 화면을 차용한 타입이 경쟁해왔다.

데이드림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전용 마운트에 장착하면 AR⋅VR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값비싼 AR⋅VR 기기를 구입하지 않고, 마운트만 사면 바로 AR⋅VR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그러나 지난 10월 구글은 데이드림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KIPOST 2019년 10월 26일자 <구글의 '데이드림' 실패가 디스플레이 업계에 주는 교훈> 참고) 스마트폰을 데이드림 마운트에 장착한 채로는 간단한 문자전송 작업조차 할 수 없는 등 불편함이 컸던 탓이다.

따라서 향후 AR⋅VR은 스마트폰 화면을 차용하는 방식이 아닌, AR⋅VR 전용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기기를 사용하는 방식이 득세할 전망이다. BOE는 비롯해 마이크로 OLED R&D에 나서고 있는 회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구글 데이드림 HMD. HMD 앞에 스마트폰을 끼워 쓰는 방식이다. /사진=구글
구글 데이드림 HMD. HMD 앞에 스마트폰을 끼워 쓰는 방식이다. /사진=구글

특히 이 방식이 현재 스마트폰용 OLED의 한계로 지적되는 1인치 당 픽셀 수(PPI)를 높이기에도 유리하다. ‘갤럭시S’급, 혹은 ‘아이폰’용 OLED의 PPI는 600이 한계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 장착한 채 사용하는 AR⋅VR은 최소 1200 PPI, 높게는 2000~3000 PPI 이상을 지원해야 임장감(臨場感⋅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 고(高) PPI급의 OLED는 6세대(1500㎜ X 1850㎜) 수직증착 기반의 OLED 생산 기술로는 사실상 구현하기 불가능하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기존에 투자해 놓은 생산라인에서 AR⋅VR 전용 OLED를 생산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BOE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생산에 사용하는 화이트 OLED(WOLED) 증착 기술을 마이크로 OLED에 적용해 PPI를 높이고 있다. WOLED는 적⋅녹⋅청색 화소를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아 올린 후, 컬러필터를 통해 색상을 구현한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OLED 대비 PPI를 높이기 유리하다. 다만 컬러필터를 사용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배터리 사용 시간이 짧을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일단은 WOLED 기술을 통해 고 PPI 마이크로 OLED를 생산하지만, 향후 R⋅G⋅B 방식으로 회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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