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추진팀 사실상 해체 수순
국내 장비사들 주의 필요

총 6조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던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프로젝트 추진이 지연됐고, 현재는 관련 사업팀도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사업 수주를 추진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쿤테크(인코플렉스)가 샨시성에 건설할 계획이었던 OLED 생산라인 조감도. /사진=쿤테크
쿤테크(인코플렉스)가 샨시성에 건설할 계획이었던 OLED 생산라인 조감도. /사진=쿤테크

대만 출신 엔지니어들 모았으나 해체 분위기

 

지난해 10월 중국 샨시쿤테크세미콘덕터테크놀로지(陕西坤同半导体科技, 영어명 Incoflex)는 샨시성에 6세대(1500㎜ X 1850㎜) 플렉서블 OLED 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생산능력은 6세대 기판투입 기준 월 3만장 규모다. 투자금액은 연구개발(R&D) 센터 건설비용을 포함해 총 400억위안(약 6조7500억원)에 달했다.

이를 위해 OLED 관련 엔지니어들도 영입했다. BOE⋅CSOT⋅에버디스플레이(EDO) 출신 대만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수십명 규모의 사업 추진단을 꾸렸다. 

그러나 쿤테크의 OLED 양산라인 설립 계획은 지난 여름 이후 차일피일 연기됐다. 목표대로 2021년 2분기 양산 가동을 위해서는 늦어도 올해 연말에는 구매발주(PO)가 나왔어야 한다. 그래야 내년 연말 장비입고 후 6개월 안정화 작업을 거쳐 2021년 2분기 양산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양산 경험이 전무한 쿤테크는 이보다 일정을 서둘러야 정상이지만 현재  PO는 고사하고 장비 성능평가 작업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OLED 양산 라인 구축을 위해 모였던 대만계 엔지니어들도 하나둘 흩어져, 현재 팀은 해체 수순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OLED 투자 스케줄. /자료=미래에셋대우
중국 OLED 투자 스케줄.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장납기 장비들은 PO가 나왔어야 한다. /자료=미래에셋대우

한 장비업체 대표는 “쿤테크의 OLED 프로젝트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라며 “더 이상 쿤테크에 영업 관련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OLED 공정부품 업체 대표는 “쿤테크가 아이템을 바꿔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 역시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쿤테크의 OLED 라인 구축 프로젝트가 좌절된 것은 자금 조달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초 쿤테크는 성 정부와 유럽계 자금을 합쳐 투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둘 다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 자금의 경우, BOE를 비롯해 CSOT⋅티안마⋅비전옥스 등 다수의 디스플레이 업체가 OLED에 투자하면서 신생 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난색을 표했다. 

 

장기 시황에 영향 적어...장비 업체 주의 필요

 

OLED 분야에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붓는 중국서 프로젝트 중단 사례가 나온 만큼, 향후 중소형 OLED 시황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더 이상의 신규 업체가 진입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은 시장에 긍정적이나, 이미 투자된 라인이 즐비한 만큼 시황 자체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쿤테크가 투자키로 했던 생산능력은 6세대 원판투입 기준 월 3만장 규모다.

BOE가 청두(B7)⋅몐양(B11)⋅충칭(B12)에 구축했거나 구축할 예정인 생산능력만 13만5000장에 달한다. 여기에 CSOT의 T4 라인이 월 4만5000장, 티안마의 우한 라인이 5만2500장, 비전옥스도 최소 6만장 규모의 OLED 라인을 꾸리고 있다.

쿤테크가 투자 발표회 당시 전시한 플렉서블 OLED. /사진=쿤테크
쿤테크가 투자 발표회 당시 전시한 플렉서블 OLED. /사진=쿤테크

다만 중국에 장비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될 경우, 공급사들의 금전적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행이 이번 쿤테크 사례에서 큰 손실을 입은 회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PO 자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미수금이나 미선적 재고도 없는 상태다.

별개 사례이긴 하지만, 폭스콘은 중국 광저우에 건설한 10.5세대(2940㎜ X 3370㎜) LCD 라인 양산 시점이 연기되자 수천억원 규모의 장비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광저우 10.5세대 라인을 운영하는 사카이SIO는 협력사들에게 장비 대금의 6~12%까지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 10%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장비 업계에서 6~12% 가격 인하는 밑지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쿤테크는 다행이 발주가 본격화되기 전에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협력사들이 소재⋅부품 등 자재를 마련하기 전 단계”라며 “중국 신생업체들과의 거래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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