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만들기] ④레이더-비트센싱(Bitsensing)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만들기] ④레이더-비트센싱(Bitsensing)
  • 김주연 기자
  • 승인 2019.11.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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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동적 지도 만들 인프라용 레이더 시스템부터 자율주행 레이더까지
단순 하드웨어 아닌 데이터 비즈니스도… "더 안전한 세상 만드는 데 기여"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누구보다 주목받는 건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자율주행 생태계에 있는 주체 중 유일하게 혁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투자금을 쏟아부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미국에만 쓸만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있는 건 아니다. 이 연재물에서는 이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국내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만들기] ④레이더-비트센싱(Bitsensing)

자율주행차는 언제쯤 상용화될까. 업계에서는 적어도 203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본다. 자그마치 10년이다. 성공 여부도 불확실한 기술에 꼬박 10년을 투자할 수 있는 업체는 드물다. 스타트업도 그렇게는 못한다.

비트센싱(대표 이재은)은 이같은 상황을 100분 활용해 제품 개발 로드맵을 세운 레이더 스타트업이다. 자율주행을 위해선 교통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트래픽 레이더를 개발했고, 최종적으로는 완전 자율주행차용 4차원(4D) 이미지 레이더를 만드는 게 목표다. 

단순 하드웨어(HW)가 아닌,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로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에만 레이더가 쓰이는 게 아니다

비트센싱은 만도에서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했던 이재은 대표가 지난해 1월 설립했다. 생후 19개월, 사람이라면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나이지만 지난 27일 개최된 ‘2019 그랜드 팁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저력있는 스타트업이다.

‘그랜드 팁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TIPS’에 속한 스타트업 중 ‘웰컴투 팁스’, ‘비욘드 팁스’ 등의 대회에서 우승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IR)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 발표를 한 팀에게 상을 주는 대회다. 즉, ‘TIPS’ 소속 스타트업 중 가장 뛰어난 기업임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자율주행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세운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비트센싱은 자율주행을 맨 마지막 목표로 설정했다. 레이더의 활용처가 비단 자동차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다른 영역에 레이더를 선적용해 얻은 경험이 완전 자율주행 레이더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여겼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는 “지난 2015년 발생한 영종대교 100중 추돌사고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도 레이더가 있었으면 예방할 수 있었다”며 “레이더는 날씨 등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주변을 관찰할 수 있어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비트센싱

사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레이더를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자신 있게 창업을 한 건 만도에서의 경험 덕이다. 그는 만도에서 맨손으로 불과 7년 만에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 양산해본 경험이 있다. 이는 레이더 시스템 업체들 중 가장 빠른 속도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당시 아무도 레이더 시스템을 몰랐기 때문에 일일이 논문까지 뒤져가며 연구를 했고, 모두 우리가 실패할 것으로 여겼다”며 “시스템 개발은 물론 양산 라인 구축도 우리 힘으로 했고, 그제서야 다들 인정해주더라”고 말했다.

 

시작은 교통 인프라

설립 후 비트센싱은 자율주행 대신 교통 인프라를 겨냥했다. 마침 전국적으로 스마트 시티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였다. 스마트 시티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교통 인프라의 선진화였고, 이 대표는 레이더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리라 여겼다.

 

차세대 지능형도로교통시스템(C-ITS) 개념도./국토교통부
차세대 지능형도로교통시스템(C-ITS) 개념도./국토교통부

실제 레이더가 쓰이기 시작한 영역이 있었다. 자동차 과속 단속 시스템 내 루프 센서를 대체하는 역할이다. 

현재 대부분의 과속 단속 시스템은 도로 아래 깔린 2개의 루프 센서로 차량의 속도를 측정하고, 카메라가 자동차의 번호판을 찍는 방식이다. 하지만 루프센서는 수명이 짧아 2~3년마다 교체가 필수고, 교체를 할 때마다 도로를 파헤치고 센서를 갈아끼운 다음 다시 덮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루프 센서와 과속 단속 카메라 대신, 레이더와 카메라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개별 단가는 비싸지만 10년 수명이 보장되고 유지보수 비용도 적게 들어 총 소유비용(TCO) 차원에서는 기존 시스템보다 저렴했다. 

비트센싱이 개발한 ‘트래픽 레이더’도 레이더와 풀HD 카메라가 결합된 제품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24㎓ 대역 제품을 써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과속·주정차 등을 한 번에 잡아낼 수 있고, 루프 센서에 닿기 전 속도를 늦추면 단속에 걸리지 않는 현재와 달리 수십m 멀리서 오는 차량의 움직임도 볼 수 있다. 

 

비트센싱의 트래픽 레이더는 24㎓ 레이더와 풀HD 카메라를 결합, 도로 상황부터 차량의 과속 및 불법주차 여부를 감지한다./비트센싱
비트센싱의 트래픽 레이더는 24㎓ 레이더와 풀HD 카메라를 결합, 도로 상황부터 차량의 과속 및 불법주차 여부를 감지한다./비트센싱

뿐만 아니다. 기기당 최대 4개 차선을 볼 수 있는데 이 때 도로에 사고가 났는지, 도로에 차량이 얼마나 있는지 등의 교통 상황도 50ms마다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고정밀 지도(HD map)와 결합, 실시간으로 교통 상황이 반영되는 동적 지도(Real-time dynamic map)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하드웨어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궁극적으로 비트센싱은 단순 하드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를 통한 데이터 비즈니스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판교 제로시티, 세종시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리빙랩, 충북 오창, 대구시에서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코이카(KOICA)와 함께 베트남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미 구축된 도로에 트래픽 레이더를 추가로 설치하면 어쨌든 추가 비용을 들여야하지만 이제 막 도로를 깔기 시작하는 시점의 개발도상국이라면 큰 부담 없이 트래픽 레이더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개발도상국도 선진국만큼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며 “차선도 잘 보이지 않는 도로에서 사람부터 자전거·오토바이·자동차 등 다양한 이동체를 파악해야하는 만큼 우리의 기술 고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 다음은, 애프터마켓과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비트센싱은 레이더를 값비싼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옵션이 들어간 고가의 차량이 아닌, 기존 자동차에도 활용 가능하도록 저가의 애프터마켓용 레이더(77㎓)도 개발하고 있다. 

모빌아이가 자사의 아이큐(EyeQ) 시스템온칩(SoC) 기반 ADAS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으로부터 정보를 수집, 도로 경험 관리(REM)를 구축하는 것처럼 비트센싱도 이 애프터마켓용 레이더를 통해 정보를 수집, 기술 고도화에 활용할 방침이다.

트래픽 레이더와 애프터마켓용 레이더가 모두 최종 목표인 완전 자율주행 레이더 개발의 밑거름이 되는 셈이다.

 

라이다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발레오
라이다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발레오

그 다음은 60㎓ 레이더를 활용하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이다. DMS는 자동차 업체들도 잘 모르는 기능이지만, 유럽 신차안전도 평가기관 유로엔캡(Euro NCAP)이 내년부터 DMS를 주요 안전 표준 중 하나로 지정하면서 완성차(OEM) 업체들이 빠르게 채택하고 있는 기술이다.

DMS를 구현하는 방법 중 가장 대중적인 게 적외선(IR) 센서다. 하지만 IR 센서는 물체가 5㎝ 이상 움직여야 누군가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어 사람이 잠들어있거나 의식을 잃었을 때는 무용지물이다. 

이 대표는 “자율주행은 아직 먼 기술”이라며 “최종 목표는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용 레이더로, 여러 가지 레이더를 개발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녹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이더는 낡은 기술이 아닌, 오랜 시간 진화해온 기술

비트센싱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이 회사의 목표, '더 나은 안전을 전하다(Deliver Better Safety)'가 쓰여있다./비트센싱
비트센싱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이 회사의 목표, '더 나은 안전을 전하다(Deliver Better Safety)'가 쓰여있다./비트센싱

비트센싱의 레이더 기술은 연재물 2편에서 소개한 스마트레이더의 기술과 개념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범용 칩을 여러 개 활용하고 이를 계단식(Cascading)으로 배치, 4차원(4D) 이미지 레이더를 만든다.(KIPOST 2019년 11월 13일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만들기] ②레이더(Radar)-스마트레이더시스템> 참고)

하지만 같은 레시피라도 누가 어디서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각 사가 개발하는 레이더도 서로 분명히 다르다고 이재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건 경험”이라며 “설립 1년만에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7년만에, 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레이더를 개발하면서 얻은 경험 덕”이라고 설명했다.

경쟁 기술로 라이다(LiDAR)를 꼽지는 않았다. 라이다는 기술 특성상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레이더는 오랜 시간 진화해온 기술로, 오히려 반도체 업체들도 많고 시스템 업체들도 많아 개발 가능성이 크다”며 “곧 레이더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