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만들기] ③솔루션-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a2z)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만들기] ③솔루션-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a2z)
  • 김주연 기자
  • 승인 2019.11.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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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자율주행기술센터 핵심 인력 모여 설립… 갈길 먼 자율주행보다 모빌리티에 집중
라이다 신호처리 기술 및 자율주행 알고리즘이 핵심… "한국의 오로라·앱티브가 목표"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누구보다 주목받는 건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자율주행 생태계에 있는 주체 중 유일하게 혁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투자금을 쏟아부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미국에만 쓸만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있는 건 아니다. 이 연재물에서는 이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국내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만들기] ③솔루션-오토노머스에이투지(Autonomousa2z)

미국에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Aurora)와 앱티브(Aptiv)가 있다면, 한국에는 오토노머스a2z가 있다. 

오토노머스a2z(대표 한지형)는 현대자동차 자율주행기술센터에서 내로라하는 엔지니어들이 모여 세운 스타트업이다. 앞서 소개했던 두 스타트업이 핵심 센서를 만들었다면 오토노머스a2z는 자율주행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자율주행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개발도 개발이지만, 관련 표준과 법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빨라야 10년 후에 일반인들이 구매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으로 본다.

자율주행차의 상위 카테고리로 일부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게 ‘자율주행 모빌리티’다. 자율주행차가 새롭게 개발 중인 ‘자동차’라면, 모빌리티는 기존 시스템에 IT 기술을 결합한 이동체다. 자율주행 드론, 자율주행 청소차, 자율주행 버스 등이 모두 모빌리티의 범주에 속한다.

오토노머스a2z가 겨냥하는 건 자율주행차가 아닌 모빌리티 시장이다. 세종·울산에 들어설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오토노머스a2z의 기술로 달린다. 경일대학교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소형차도 오토노머스a2z가 만든 자율주행 모빌리티 차량이다.

한지형 오토노머스a2z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업체는 많지만, 실제 이를 차량에 부착해 저속으로라도 실도로를 달려본 업체는 드물다”며 “저속 모빌리티 차량도 실제 만든 업체가 손에 꼽힌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조차 자율주행차는 ‘시연’에 그쳤다. 이 회사는 다르다. 이미 중형 세단과 소형차, 버스에 시스템을 장착해 실도로 주행 테스트까지 했다. 11월 18일 현재 1만265㎞의 실도로를 달렸다.

테스트는 본사가 위치한 경북 경산 경일대학교 교내에서 진행했다. 교내 주행은 결코 쉽지 않다. 한뼘 높이의 방지턱이 도로 곳곳에 있고, 횡단보도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무단횡단하는 사람도 많다. 거의 300도로 차량을 틀어야하는 커브길까지 있다. 

이 회사가 만든 소형 자율주행 차량은 이 모든 난관을 아무렇지 않게 넘었다. 방지턱 5m 전쯤서부터 저절로 속도를 늦췄고, 도로를 건너는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옆 차선에 버스가 지나가자 차선을 넘지 않을 만큼 옆으로 비켜서 달렸다. 차선 변경할 때는 깜빡이도 켰다. 

 

오토노머스a2z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어떻게 다른가

오토노머스AtoZ가 개발한 소형 자율주행 차./KIPOST
오토노머스a2z가 개발한 소형 자율주행차./KIPOST

이 회사의 자율주행 시스템 핵심은 라이다(LiDAR) 신호처리 기술과 자율주행 알고리즘이다. 

타사가 360º 회전하는 값비싼 라이다를 쓸 때 이 회사는 양쪽 사이드미러에 각각 저가의 라이다를 넣어 사각지대 없이 주변 50m 내외를 관찰하게 했다. 중형 세단에는 후방을 보는 라이다가 하나 더 장착된다. 

라이다가 전방 물체를 인식하면 시스템에서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피해가거나 속도를 줄인다. 위치는 위성항법장치(GPS)가 아닌 정밀지도(HD Map) 기반으로, 라이다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와 결합해 파악한다. 건물의 외곽선 등을 정밀지도에 맞춰보고 스스로의 위치를 인지하는 식이다.

오픈 소스를 택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과 달리 알고리즘과 연산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인지·판단·제어에 걸리는 시간이 불과 0.1초밖에 되지 않는다. 

한 대표는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을 직접 설계하면 최적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의 연산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오로라·앱티브 등 실력있는 업체들이 자체 소스를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벨로다인 라이다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로 처리하면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오토노머스a2z

차량은 당장 수요 고객이 기관·단체에 한정돼 캐시카우가 되지 않는다. 회사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또다른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작년 벨로다인 국내 총판 업체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라이다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판매하고 있다. 라이다 신호 처리 소프트웨어만 공급하기도 하며 국내 중견기업과 협력, 헤드램프 안에 라이다를 삽입하는 식으로 다수의 라이다를 활용하는 퓨전 시스템도 공동 개발 중이다. 

 

현대차 자율주행 4인방, 새로운 꿈을 꾸다

이같은 성과를 설립 1년만에 낼 수 있었던 건 다 경험 덕이다.

오토노머스a2z는 현대차 자율주행개발센터 핵심 연구원들이 나와 세운 회사다. 그동안 현대차의 자율주행 시연 보도자료에서 봤던 얼굴들이 현재 이 회사에 있다. 완성차(OEM) 업체 출신이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이미 경험도 해본 터라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 대표는 설명했다.

 

한지형 오토노머스AtoZ 대표가 현대차 재직 당시 아이오닉 EV 자율주행차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현대자동차
한지형 오토노머스a2z 대표가 현대차 재직 당시 아이오닉 EV 자율주행차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현대자동차

한 대표는 현대차에서 자율주행 차량 개발을 총괄해왔다. 지난 2016년, 2017년 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시승식을 한 현대차의 자율주행차를 한 대표가 만들었다. 

한 대표와 함께 현대차 자율주행개발센터 내에서 ‘유·오·허’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핵심 엔지니어 3인도 합류했다. 오영철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유병용 이사, 허명선 이사다.

오영철 CTO는 현대차 재직 당시 중앙연구소 우수엔지니어로 선정됐을 정도로 실력자다. 지난 2017년에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공을 인정받아 한림공학원에서 대한민국 미래 100대 기술과학 주역으로 뽑히기도 했다.

한 대표는 “오로라가 테슬라, 우버, 구글 출신 자율주행 최고 실력자들이 세운 회사라면, 우리 또한 현대차 출신 최고 엔지니어들이 만든 회사”라며 “최소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있어 실력으로는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소위 대기업에서 잘나가던 이들이 스타트업을, 그것도 국내에 세우기로 한 이유는 뭘까. 실제 이 4인방은 해외 유수의 기업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전부 고사했고, 다른 자율주행 스타트업처럼 미국 혹은 중국에 본사를 두고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도 미국·중국처럼 스타 기술 스타트업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그 시작이 돼보자고 뜻을 모았다”며 “한국의 오로라, 한국의 앱티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