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소재 자이어팔콘테크놀로지(GTI) 인터뷰… LG·삼성 등과 협력 중

마크 나델(Marc Naddell) GTI 마케팅 부사장이 KIPOST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IPOST
마크 나델(Marc Naddell) GTI 마케팅 부사장이 KIPOST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IPOST

스타트업이 인공지능(AI) 반도체로 돈을 벌 수 있을까. 

3~4년 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 등장한 AI 반도체 스타트업만 수백곳이다. 

하지만 정작 상용화된 AI 칩은 대부분 글로벌 대기업이나 적어도 대기업의 계열사가 만들었다. 아직 누구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스타트업이 설 자리는 없어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같은 대기업에 AI 반도체를 팔아 매출을 올리고 동시에 이들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Q70에도 이 업체의 칩이 들어갔다. 

자이어팔콘테크놀로지(Gyrfalcon technology Inc·GTI)다. 마크 나델(Marc Naddell) GTI 마케팅 부사장을 만났다.

 

GTI의 AI는 어떻게 다른가

스마트폰부터 데이터센터, 자동차, 심지어 스피커에도 AI가 가미되는 세상이다. 여러 애플리케이션 중 특히 AI를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는 단말에 해당하는 엣지(Edge) 디바이스다. 

배터리로 구동되거나 여러 개가 전선으로 연결돼 동작하는 엣지 디바이스의 특성상, AI 칩은 크기도 작고 전력소모량도 적으며 동시에 고성능 AI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가격도 싸야한다. 

이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둘 중 하나를 택했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넣을 정도로 작은 신경망프로세서(NPU)를 개발했고, 엔비디아와 자일링스는 손바닥보다 더 큰 AI 가속기를 만들었다. 

GTI는 달랐다. GTI의 창업자 중 한 명인 린 양(Lin Yang) 전 칭화대 교수는 UC 버클리 박사 시절 셀룰러 신경망(Cellular Neural Network) 이론을 제안한 인물이다. 

GTI는 양 교수의 이론을 바탕으로 엣지부터 데이터센터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개발했다. 셀룰러 신경망은 최근 몇년 간 신경망 기술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컨볼루셔널 신경망(CNN)의 전신으로, GTI는 셀룰러 신경망과 CNN을 결합했다.

마크 나델 GTI 부사장은 “우리의 기술은 ‘고성능과 에너지 효율의 결합’”이라며 “각 응용처에 따라 칩을 수평적으로 추가, 확장하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엣지 디바이스든 데이터센터에든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리앗을 이기기 위한 다윗의 두 가지 무기- MPE와 APiM

그렇다 해도 GTI의 경쟁사는 엔비디아·인텔·퀄컴 등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규모가 큰 업체들이다. 이들 골리앗을 이기기 위해 GTI가 차별점을 둔 건 전력소모량 당 성능이다.

대기업들이 만드는 범용 반도체는 AI라는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성능을 높이려면 전력소모량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GTI는 설명했다. 초창기 AI에 쓰였던 GPU가 대표적인 예다. 

나델 부사장은 “AI는 GPU가 적용되는 여러 응용처 중 하나일 뿐”이라며 “현실적으로 처음부터 AI 처리에 최적화된 아키텍처를 가지고 전용 반도체(ASIC)를 설계하면 전력 소모량을 희생하지 않고도 성능을 높일 수 있고, 그것이 우리가 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GTI의 아키텍처는 행렬 곱셈을 2차원(2D) 어레이(Array) 형태의 매트릭스 프로세싱 엔진(MPE)이 병렬로 수행하는 구조다. 지금은 병렬 연산이 AI 반도체의 기본 중 기본으로 알려져있지만, 3년전 이 회사가 관련 특허를 낼 때만해도 주변에서는 MPE를 ‘매우 이상한 개념(very strange idea)’이라고 여겼다.

현재도 행렬을 병렬 곱셈 처리하는 건 이 회사가 유일하다. 

그는 “우리는 남들이 하지 않았을 때부터 이 방향을 추구해왔고, MPE를 보호할 수십여개의 특허를 출원했다”며 “MPE는 원하는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전력소모량을 낮출 수 있는 GTI의 핵심 기술 중 하나”라고 말했다.

 

GTI의 MPE과 APiM 모식도./GTI
GTI의 MPE과 APiM 모식도./GTI

MPE는 ‘AI 프로세싱 인 메모리(APiM)’로 구성된다. APiM은 AI 데이터를 별도 프로세서가 아닌 메모리에서 처리하는 인메모리 컴퓨팅(In-memory Computing)기술이다. 

보통 AI 반도체는 스토리지에 신호를 보내 원하는 데이터를 가져와 내부 D램에 넣어놓고 이를 처리한다. 하지만 반도체와 스토리지, 메모리 간 물리적인 거리가 있기 때문에 지연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력 소모량도 커진다.

인메모리 컴퓨팅은 이같은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다. 소프트웨어(SW)를 일일이 변경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이 업체는 개발자용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별도로 출시해 이 또한 해결했다. 

여기에 내부 메모리로 고밀도 비휘발성 메모리인 자성램(MRAM)을 넣었다. 기기를 끄고 켤 때 굳이 AI 모델을 로드할 필요가 없이 즉각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회사는 20나노 이상 구공정에서도 와트 당 최대 24TOPS(초당 1조회 연산)의 성능을 내는 AI 반도체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최근 출시한 5801 칩은 가로·세로 각 6㎜ 크기에 불과하고 12.6TOPS/W의 전력 당 성능을 구현한다.

나델 부사장은 “실리콘밸리에만 40여개가 넘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있지만, 실제 반도체를 양산한 곳은 드물다”며 “타사는 크고 값비싼 고성능 AI 칩, 혹은 작고 저전력인 저성능 AI 칩을 개발하지만 우리는 저렴한 가격에 대량 배포할 수 있는 AI 칩을 만든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그 다음은

GTI가 개발한 칩은 다양한 AI를 구현하는 데 활용됐다. 국내에는 영업 지사를 설립해 LG전자·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랩스·KAIST 등과 협력 중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LG전자의 스마트폰 Q70이다. Q70 속에서 GTI의 칩은 빛망울(Bokeh) 효과를 하나의 카메라로 구현하는 용도로 쓰였다. 빛망울 효과는 사진에서 피사체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을 흐릿하게 찍는 기법(아웃포커싱)인데, 보통 스마트폰 카메라에서는 2개 이상의 카메라로 각각 심도가 다른 사진을 찍어 만든다. 

현대차 등 자동차 업계와도 긴밀히 협력 중이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센싱 및 인식 시스템은 워낙 컴퓨팅 성능이 집약된터라 전력소모가 크고 비싸다. GTI는 자동차 업체들이 비용과 전력소모량은 줄이고 성능은 높인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돕고 있다.

 

시스코에 따르면 기계는 영상을 소비하는 주체 중 가장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 2017년 인터넷 영상 데이터의 34%를 기계가 소비했고, 오는 2022년에는 전체 영상의 50%를 기계가 사용할 전망이다./시스코

GTI가 본 차세대 먹거리는 기계를 위한 영상 압축(VCM) 표준이다. 

기계가 소비하는 영상 데이터의 대부분은 AI에 활용된다. 하지만 기계는 사람만큼 고화소 영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주 저렴한 카메라가 흑백 영상만 전송해줘도 필요한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다. 굳이 고화소를 써서 전력 소모량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VCM은 기계-기계 하이브리드 비전 압축 및 머신 비전을 위한 압축 표준으로, 지난 7월 MPEG7 컨소시엄 산하에 개발 그룹이 구성됐다. GTI의 개발자인 패트릭 동(Patrick Dong)이 이 그룹의 공동 의장이다. 

마크 나델 부사장은 “한국 고객들은 매우 협력적이며, 혁신을 높게 평가할 줄 안다”며 “AI 칩 외 이를 단순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VCM”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