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전용 디스플레이 개발에 힘 실릴 것
고(高) PPI 구현에 타당한 방식도 선택해야

구글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가상현실(VR) 프로젝트 ‘데이드림’이 공식 종료됐다. 지난 2016년 구글 I/O에서 처음 소개된 후 3년 만이다. 구글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픽셀4’에서 더는 데이드림을 지원하지 않는다. 데이드림용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판매도 중단했다. 

2016년 공개 당시만 해도 VR 시장은 물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까지 설레게 했던 데이드림은 왜 갑작스레 침몰했을까.

구글 데이드림 HMD. HMD 앞에 스마트폰을 끼워 쓰는 방식이다. /사진=구글
구글 데이드림 HMD. HMD 앞에 스마트폰을 끼워 쓰는 방식이다. /사진=구글

싸지만 불편한 플랫폼 ‘데이드림’

 

데이드림은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전용 HMD에 장착하면 누구나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10만원 이하의 전용 HMD를 구매해 VR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각광받았다. ‘오큘러스 VR’처럼 VR 전용 기기를 사려면 최소 40만~50만원을 한번에 지출해야 한다.

문제는 데이드림 VR이 스마트폰을 연결해 쓰다 보니 스마트폰 하드웨어에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데스크톱 PC에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큘러스 리프트S’처럼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배터리 역시 스마트폰 배터리에 의존하는 탓에 게임이나 콘텐츠 소비 시간이 제한적이다. 

VR을 즐기는 사용자들이 동시에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한다는 점은 데이드림의 치명적인 한계다. 예컨대 데이드림 VR로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메시지가 오면, 스마트폰을 HMD에서 분리해야 한다. 

이후 게임 플레이를 이어가려면 답장을 보내고, 다시 HMD에 스마트폰을 체결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스마트폰 메시지를 주고받는 현대인들이 데이드림 VR을 불편해하는 이유다.

 

향후 VR은 전용 기기 및 디스플레이로 즐길 것

 

따라서 향후 VR을 위해 스마트폰을 HMD에 체결하는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 ‘기어VR’을 출시했지만, 아직 판매량이 많지 않다. 구글이 데이드림을 종료함에 따라 삼성전자 역시 기어VR에서 한 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디스플레이, 특히 OLED 산업에 주는 함의도 크다. VR을 위한 디스플레이가 더 이상 스마트폰 화면으로 대체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VR 전용 OLED 개발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다. 

삼성전자 기어VR. 데이드림과 비슷하지만, 규격상 '갤럭시' 스마트폰만 호환된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기어VR'. 데이드림과 비슷하지만, 규격상 '갤럭시' 스마트폰만 호환된다. /사진=삼성전자

VR을 위한 디스플레이의 요구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응답속도가 빠른 OLED일 것, 다음은 1인치당 픽셀 수(PPI)가 최대한 많을 것이다. 

구글 데이드림이 발표된 해 출시된 스마트폰 ‘픽셀’ 1세대가 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것도 VR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전까지 출시된 구글의 레퍼런스폰 ‘넥서스’ 시리즈의 경우 대부분 LCD를 디스플레이로 사용했다. 반응속도가 느린 LCD를 VR 화면으로 사용하면 멀미증상이 일어나 장시간 쓰기 어렵다.

다만 OLED 스마트폰이 점차 늘어난다 하더라도 두 번째 요구조건인 고(高) PPI 스마트폰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는 건 풀어야 할 숙제다.

‘갤럭시S10’, ‘아이폰11’ 등 현재 출시되는 하이엔드 스마트폰의 PPI는 500~600 사이다. 화면 1인치 안에 500~600개 정도의 픽셀(화소)이 모여있다. VR이 눈앞에서 구동하는 기기인 만큼 PPI가 충분히 높지 않으면 화면의 픽셀이 도드라져 보인다. 이는 임장감(臨場感, 실제 현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저해하는 요소다. 

전문가들은 VR의 임장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PPI가 최소 1000을 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대 3000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글 레퍼런스폰 '픽셀' 1세대. 이전까지 LCD가 주류였던 구글 레퍼런스폰은 픽셀 1세대부터 OLED를 전면 도입했다. /사진=구글
구글 레퍼런스폰 '픽셀' 1세대. 이전까지 LCD가 주류였던 구글 레퍼런스폰은 픽셀 1세대부터 OLED를 전면 도입했다. /사진=구글

그러나 기존 OLED 제조 공정에서 이러한 규격의 제품을 만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OLED 화소 및 PPI는 공정 소모품인 섀도마스크가 결정하는데, 현재 기술 방식으로는 섀도마스크 PPI 한계가 600 이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 업계는 종전 에칭(식각) 방식이 아닌 레이저를 이용해 직접 구멍을 뚫어 섀도마스크를 제작하는 기술도 검토하고 있다. 

아직 양산에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레이저로 섀도마스크를 제조하면 1200 PPI까지 구현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니면 LG디스플레이가 TV용 패널에 사용하는 화이트OLED(WOLED) 기술을 이용해 VR 전용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도 있다. WOLED는 화소를 형성하는데 섀도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기판 전체에 유기물질을 깔아(증착해) 놓고 필요 없는 부분을 긁어 내는 방식이다. 

마치 도미노를 쌓을 때 처음부터 하나하나 촘촘히 쌓는 것(섀도마스크 방식) 보다 전체에 도미노를 세워 놓고, 필요 없는 부분만 치워내는 게 수월한 것과 유사하다. 다만 WOLED는 섀도마스크를 이용해 생산한 OLED 대비 기기의 전력소모가 크다. 각 화소가 색상을 구현하지 않고, 따로 컬러필터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소모가 큰 점은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TV용 패널에는 큰 단점이 아니다. TV는 배터리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VR은 배터리를 사용하는 기기라는 점에서 전력소모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시간이 줄거나, 거대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PPI가 높은 화면이다. VR은 눈앞에서 쓰기 때문에 PPI가 특히 높아야 한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PPI가 높은 화면이다. VR은 눈앞에서 쓰기 때문에 PPI가 특히 높아야 한다.

BOE는 일단 WOLED에 걸었다

 

현재로서는 섀도마스크 방식으로 만들되 최대한 PPI를 높이는 쪽과, WOLED 배터리 소모량을 줄이는 것 중 어떤 게 나은 선택일지 알 수 없다. 최근 VR용 OLED 전용 R&D 라인을 구축 중인 BOE는 후자의 방식을 택했다. BOE가 관련 R&D 라인에 컬러필터 장비를 발주한 것을 보면 이 같이 추정할 수 있다. 

BOE는 섀도마스크를 이용해 충분히 높은 PPI를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과제는 BOE가 어떻게 WOLED의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것이냐다. 

업계 전문가는 “섀도마스크의 PPI를 올리는 것 보다 배터리 기술을 혁신하는 쪽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VR 전용 디스플레이 기술은 향후 BOE의 행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