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울산사업장에서 특수소화시스템 등 안전성 강화 조치 시연
제조시설 클린룸도 반도체 수준으로 관리… "답은 현장에 있다"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안정성을 99.999%에서 100%로 끌어올린다. ESS 화재 발생 원인을 해소하는 안전성 강화 대책을 도입하면 강제 발화 상황에서도 배터리에 불이 붙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23일 삼성SDI는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울산사업장에서 출입기자단에게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적용된 안전성 대책들이 실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시연했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는 이날 시연회에서 “안전성 강화 조치들로 화재 사고를 거의 100% 방지할 수 있다”며 “안전성 조치들이 진작 반영됐다면 (지난 8월 말 발생한) 평창 화재 사고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은기 삼성SDI 중대형System개발팀장 전무(오른쪽)가 ESS용 특수 소화시스템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적용 전 ESS 모듈 뚜껑은 불이 닿으면 해당 부분이 녹아 구멍이 날 정도로 손상을 입었지만, 적용 후에는 불이 수초내 꺼져 뚜껑에 화재 손상이 없었다./삼성SDI

이날 시연의 핵심은 회사가 지난 14일 발표한 2차 안전 조치 ‘특수 소화 시스템’이었다. 

특수 소화 시스템은 셀 사이 장착되는 열 확산 차단재와 모듈 뚜껑에 덧대지는 첨단 소화 약품으로 구성된다. 

열 확산 차단재는 마이카(Mica)를 포함한 복합 소재로 만들어진다. 셀과 비슷한 크기로 셀 사이사이 장착돼 셀 간 열 확산을 막는다. 첨단 소화 약품은 캡슐에 싸여 주황색 판에 도포되고, 이 판이 모듈 뚜껑에 들어가는 형태로 적용된다. 특정 온도가 되면 약품을 감싸고 있던 캡슐이 깨지면서 약품이 불과 부딪혀 이를 꺼뜨린다.

특수 소화 시스템 시연은 울산사업장 내 모듈·팩 안전성 평가동에서 진행됐다. 평가동 안에는 80㎝ 두께의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방폭 챔버가 있는데, 이 곳에서 방폭 실험을 했다. 방폭 챔버를 갖춘 곳은 삼성SDI 내에서 울산사업장 뿐이다.

삼성SDI는 ESS 모듈에 강철 못을 넣어 강제 발화 상황을 만들었다. 수 개의 딱딱한 장벽으로 둘러싸인 배터리가 강제 발화 상황에 놓이는 일은 거의 없다. 

실험 결과, 특수 소화 시스템이 장착된 ESS 모듈은 추가 화재를 야기하는 불꽃도 튀지 않았고 폭발도 하지 않았다. 발화된 셀만 온도가 올라갔고 양 옆 셀 온도는 평소보다 5~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해당 모듈을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모듈을 수십, 수백개 쓰는 ESS 랙과 컨테이너 자체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반면 기존 배터리는 발화 후 순식간에 검은 연기를 뿜어냈고 배터리 내에서 불꽃도 튀었다. 수 분 이후 폭발음이 나면서 모듈에 불길이 일었다. 발화 셀 온도는 순식간에 300℃를 넘었고, 주변 셀 온도는 그때부터 빠르게 상승했다. 삼성SDI에 따르면 화재시 발화 셀의 주변 온도는 최대 500℃까지 상승한다.

임영호 삼성SDI 부사장은 “특수 소화 시스템으로 화재 안전성을 99.999%에서 100%로 높였다”며 “전압도 90V에서 86V로 발화 셀의 전압만큼만 줄어들어 근처 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기자단과 질의응답하고 있다./삼성SDI

제조 공정에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각형으로 셀을 만들기 때문에 가장자리에 잔여 가스가 남아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제조에서 해결했다.

이형노 울산사업장 공장장 상무는 “모든 회의 전 안전환경 10계명을 늘 외치고 한다”며 “그 중 세번째가 ‘답은 현장에 있다’”라고 전했다.

클린룸 클래스는 반도체 수준이 아니지만, 관리는 반도체 수준으로 하고 있다고 삼성SDI 관계자는 설명했다. 클린름 클래스는 1, 10, 100, 1000로 등급이 나뉘고, 숫자가 적을수록 클린룸 내부 먼지 관리를 더 까다롭게 한다는 뜻이다. 반도체 제조 공장에선 보통 1, 10 등급의 클린룸이 구축돼있다. 

이 상무는 “소재부터 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생산의 전 과정에서 총 5000여개의 항목을 검사·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