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인더루프(SIL) 시뮬레이션 개발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메타모토
총 소유비용(TCO) 절감 및 확장성·유연성 확보… 자율시스템 전체 다룰 계획

자율주행차 개발의 발목을 잡는 것 중 하나가 검증이다.

검증은 신뢰성을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 들어가기 전에도 신차가 개발되면 적어도 2~3년간은 꼼짝없이 주행 테스트 등의 검증 과정을 거쳤다. 

자율주행은 어떨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메타모토(Metamoto)는 기존 검증 방식으로는 총 소유비용(TCO)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모터스벤처와 표준 인증 기관 UL 등의 투자를 받아 지난해부터 레노보 등 대기업부터 다수의 스타트업과 협력을 발표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수십년 걸리는 테스트 기간을 한달로 줄이는 기술, 시뮬레이션

웨이모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 실제 주행 테스트 기간을 급격히 줄였다. 사진은 메타모토의 솔루션./메타모토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사람 운전자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약 4억4300만㎞의 주행 시험을 거쳐야한다. 시간당 40㎞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100대가 365일 내내 계속 주행 시험을 한다면 12년 6개월이 걸린다는 얘기다. 100대의 자율주행차에는 모두 같은 시스템이 적용돼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게 가상 시험·검증 기술인 시뮬레이션이다. 웨이모는 지난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통해 무려 80억4600만㎞의 주행 시험을 끝마쳤다고 밝혔다. 100대의 자율주행차가 1년 내내 무려 200년 이상 달려야 달성할 수 있는 길이다. 

사실 자동차 업계에서 시뮬레이션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ADAS의 도입으로 생전 처음 다뤄보는 전자제어장치(ECU)를 테스트해야했던 자동차 업계는 하드웨어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을 하드웨어만으로 검증하려면 총 소유비용(TCO)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애초에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로 검증한다는 것도 모순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메타모토(Metamoto)가 소프트웨어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한 이유다.

 

왜 소프트웨어 기반 시뮬레이션일까

메타모토는 자율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교육·테스트·디버깅·검증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제공한다. 여러 계층의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이 회사가 제공하는 컨테이너같은 플랫폼에 올려 가상화해 마치 실제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테스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창립 초기부터 타사와 달리 소프트웨어를 가상 환경에서 별도 검증하거나 테스트 하드웨어와 같이 검증하는 ‘소프트웨어인더루프(Software-in-the-loop) 시뮬레이션(SIL)’을 개발했다. 

SIL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하드웨어인더루프(HIL) 같은 하드웨어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보다 TCO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HIL 기반 시뮬레이션은 장비 가격만 대당 수억원이 훌쩍 넘는다./NI
HIL 기반 시뮬레이션은 장비 가격만 대당 수억원이 훌쩍 넘는다./NI

HIL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장비가 부지기수다. 이를 구매하고 나면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엔지니어 팀도 필요하고, 하드웨어도 주기적으로 유지·보수해야 한다. 장비가 차지하는 부피도 만만치 않다.

채드 패트릿지(Chad Partridge) 메타모토 최고경영자(CEO)는 “설립 초 SIL의 필요성을 느낀 자동차 업체들이 많았고, 처음 개발 방향부터 하드웨어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사용사례(Use case)에 초점을 맞춰 시나리오와 변수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SIL의 두 번째 장점은 확장성이다. HIL은 새로운 사양의 제품이나 아예 새로운 제품을 테스트할 수 없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지원할 수 있는 범위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SIL은 원하는 시나리오에서 다양한 변수를 마음대로 바꿔 검증을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빨간 불이 켜진 신호등을 보행자가 지나갈 때 차량이 신호와 보행자를 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검증할 수 있다. 이처럼 현실에서 검증하기 어려운 시나리오까지 검증할 수 있어 오히려 시뮬레이션을 실제 주행 테스트보다 더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은 어디어디에 써야할까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은 ECU 같은 제어부(Controller)를 검증하는 데 쓰였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인지·판단·제어의 3단계로 진행된다. 제어부만 테스트할 경우 신뢰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모든 영역을 테스트해야한다는 얘기다.

채드 CEO는 “자율 시스템은 99.999%의 성능을 발휘해야한다”며 “소프트웨어도 개발 과정에서 늘 변화하기 때문에 인식, 판단, 제어의 각 영역을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테스트해야하고, 실제 우리의 고객사는 이같은 이유로 우리의 솔루션을 채택한다”고 말했다.

 

메타모토가 제공하는 솔루션에서는 소프트웨어를 모듈식으로 검증할 수 있다./메타모토

메타모토는 각 분야에 대한 수요를 감안, 여러 계층의 소프트웨어를 각 요소별로 별도 검증하는 모듈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말단 센서의 펌웨어의 테스트 결과와 센서의 상위 스택인 인지(Perception) 소프트웨어의 테스트 결과를 별도로 받아보고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마련돼있지 않아 각 자동차 업체들은 서로 다른 검증 과정을 마련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메타모토는 SIL의 유연성 덕에 각 사의 검증 과정에 맞춰 솔루션을 접목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제 막 NHTSA 등 자동차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표준화를 위해 그들이 검증할 여러 시나리오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궁극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증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반 테스트가 표준화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채드 패트릿지(Chad Partridge) 메타모토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IPOST 

메타모토는 장기적으로 자율주행을 넘어 자율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는 전 산업에서 자사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자율 시스템은 스마트팩토리의 로봇, 채굴, 스마트 농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채트 CEO는 “이미 창고 내 자율 시스템 등에 우리의 솔루션이 적용되고 있다”며 “한국에도 우리의 고객사가 있는데, 점점 접점을 넓혀 우리의 기술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언제든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