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80여명 규모… 간신히 1위 유지 중인 알파홀딩스에 위협
TSMC 디자인하우스 진영도 꿈틀… SK하이닉스 이원화 개시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태계(SAFE) 소속인 하나텍과 실리콘하모니가 합병해 삼성전자 산하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계 2위에 올랐다. ‘위태로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알파홀딩스는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디자인하우스였던 플러스칩을 인수, 부동의 1위를 노린다.

TSMC 진영에도 변화가 생겼다. 국내에서 유일한 VCA(Value chain aggregator)였던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에이직랜드(ASICLAND)의 등장으로 ‘유일’ 딱지를 뗐다. TSMC의 국내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도 이원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텍-실리콘하모니 합병… 2위 우뚝

하나텍(대표 이재만)과 실리콘하모니(대표 김준대)는 지난 27일 양사간 합병 계약을 맺었다고 1일 밝혔다. 내달부터 두 회사는 한 몸으로 움직인다.

합병 후 두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어갈 회사는 ‘하나텍’의 사명을 유지하며, 연매출 규모는 140억여원으로 예상되며, 인력은 80여명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재만 대표가 이끌고 있던 하나텍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8인치(200㎜ 웨이퍼) 웨이퍼 물량의 설계 뒷단(Back-end) 사업이 메인이다. 국내 팹리스들을 대상으로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를 지원하고 있고, 최근 인력 수급을 위해 베트남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실리콘하모니는 전용반도체(ASIC) 및 시스템온칩(SoC) 설계 서비스부터 백엔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디자인하우스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의 디자인하우스 파트너 업체이기도 해 팹리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제공하지 않는 공정자산(IP)이나 노드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 합병으로 양사는 순식간에 삼성전자 국내 디자인하우스 중 규모 면에서 2위로 올라섰다. 

이재만 하나텍 대표는 “이번 합병으로 엔지니어링 기술 지원 역량을 확대 개선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국내 팹리스, 파운드리의 동반 성장을 돕겠다”고 말했다.

 

‘위태로운 1위’ 알파홀딩스, 플러스칩 인수로 재기 나섰지만

하나텍과 실리콘하모니의 합병으로 2위 규모의 업체가 등장하면서 알파홀딩스(대표 김영선·구희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100여명이 채 안되는 알파홀딩스가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수십여명 규모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었는데, 이번 업체간 합병으로 이같은 구조가 깨졌다. 

여기에 알파홀딩스는 이제 막 삼성과의 관계를 다시 개선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알파홀딩스가 반도체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해 8월까지만 물량을 주겠다고 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그러다 연초 김영선 알파홀딩스 반도체 사업부 사장이 부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알파홀딩스는 반도체 투자를 조건으로 추가 물량을 받아냈고,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이미지센서(CIS) 백엔드 서비스를 해오던 플러스칩을 인수했다.

하지만 디자인하우스 업체에는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알파홀딩스는 삼성전자가 등을 돌렸던 것과 같은 이유로 지난해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던 반도체 인력들이 떠나면서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그 이후 회사가 이탈 인력 중 일부에 전직금지가처분소송까지 걸면서 아직까지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알파홀딩스는 지난 반기보고서 기준 반도체 인력이 90여명이라고 기재했는데,  운영 인력을 제외한 반도체 인력은 60~70명 사이로 추정된다. 매출액은 하나텍보다 3~4배 크지만 인력 규모는 차이가 크지 않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전속 디자인하우스를 설립하고 하만커넥티드서비스도 백엔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알파홀딩스에겐 쟁쟁한 경쟁자가 여럿 생긴 상황이다.

업게 관계자는 “알파홀딩스가 반도체에 별 관심이 없는 ‘지주회사’가 된 게 유감”이라며 “12인치 물량도 이미 상당부분 다른 업체들에게 돌아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TSMC 진영 ‘에이티’ 독점도 끝

TSMC의 국내 유일 VCA였던 에이티테크놀로지(대표 김준석)도 이젠 더 이상 ‘유일’하지 않다. 상반기 에이직랜드(ASICLAND, 대표 이종민)가 VCA에 추가되면서 TSMC의 고객사들은 두 업체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됐다.

TSMC가 VCA 업체를 하나 더 뽑은 이유는 에이티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 베트남 디자인하우스 설립에 도움을 줬다는 논란이 일면서다. 에이티테크놀로지는 이후 여러 언론에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양사의 신뢰에 흠이 간 상황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TSMC의 국내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 또한 올해부터 이원화를 시작한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하우스 업계가 생존을 위해 꿈틀대고 있다”며 “하나텍과 실리콘하모니 합병을 기점으로 추가 M&A가 성사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제 살기 바쁜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