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옥타에 시큰둥했던 中, 온셀 터치 개발 '발등의 불'
애플도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

‘FMLOC, TOC, TOT, TPOT, DOT…’

암호명 같은 이 이름들은 모두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온셀 터치스크린 기술을 의미한다. 각 회사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를 뿐, 목표는 동일하다. 별도의 필름 없이 플렉서블 OLED 위에 바로 터치스크린을 만드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와이옥타(Y-OCTA)라는 이름으로 성공시킨 이 기술은 플렉서블 OLED에 얇고, 저렴하게 터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폴드’ 같은 폴더블 기기는 온셀 터치 기술 없이 양산이 불가능하다. 

업체별 온셀 터치 기술명. /자료=IHS마킷
업체별 온셀 터치 기술명. /자료=IHS마킷

시큰둥했던 중국 OLED 업체들, 새로운 허들을 만나다

 

최근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잡기 위해 분투하는 경쟁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온셀 터치 기술다. 

2016년 이전 플렉서블 OLED에 터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필름에 인듐주석산화물(ITO)를 새긴 다음, 이를 OLED에 붙였다. OLED 외에 필름 한 장이 더 붙는다는 의미에서 이를 ‘애드 온(Add on)’ 타입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가 2016년 8월 공개한 ‘갤럭시노트7’은 별도의 필름 없이 터치 전극을 OLED 위에 바로 패터닝했다. OLED 위에 바로 터치를 올렸다(On Cell Touch on OLED)는 의미에서 와이옥타(Y-OCTA)라고 부른다. 제일 앞 와이(Y)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OLED 브랜드인 ‘윰(Youm)’에서 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16년 처음 와이옥타를 내놨을때만 해도 BOE⋅비전옥스 등 중국 경쟁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만들기 까다로운 기술이기는 하나 기존 애드 온 타입 대비 큰 이점이 없어 보인 탓이다. 

일반 터치스크린(왼쪽) 및 와이옥타 터치 비교. /자료=하이투자증권
일반 터치스크린(왼쪽) 및 와이옥타 터치 비교. /자료=하이투자증권

OLED 두께가 얇아지는 정도래봐야 100마이크로미터(μm) 안팎인데, 이는 0.1㎜에 불과하다. 육안으로는 구분이 안 간다. 터치 구현 원가가 30% 줄어든다는 것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일본 스미토모화학⋅니혼섀시 등이 워낙 싼 값에 애드 온 터치스크린을 공급해주고 있던데다, 중국 오필름 등 신규 공급사들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와이옥타 공정을 새로 도입했을 때 겪게 될 수율 저하가 더 큰 부담이었다. 

와이옥타 기술에 무관심하던 중국 업체들이 최근 저마다 관련 공정 개발에 나선 건 폴더블 스마트폰 때문이다. 

육안상 아무 의미 없었던 100μm 두께는, 폴더블 OLED 제작시 불량과 양품을 가늠할 정도로 중요한 팩터가 됐다. 폴더블 OLED를 반으로 접을 때, 인장력(바깥으로 당기는 힘)과 응축력(한 지점으로 누르는 힘)이 안팎으로 동시에 작용하는데, 스트레스의 크기는 패널 두께에 비례한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용 평가장비 전문업체 플렉시고 이기용 대표는 “같은 소재라도 수십 μm 두께 차이에 따라 내구성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폴더블 OLED의 기판이 되는 폴리이미드(PI), 애드 온 터치의 기재가 되는 폴리에스터(PET) 처럼 물성이 다른 여러 소재를 겹쳐 놓으면 폴더블 OLED 구현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화웨이 메이트X는 애드 온 타입의 터치스크린이 적용된다. 아직 정식 출시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사진=화웨이
화웨이 메이트X는 애드 온 타입의 터치스크린이 적용된다. 아직 정식 출시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사진=화웨이

올해 초 화웨이가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의 경우, 아직 정식 출시하지 못했다. 출시 연기 이유에 대해 화웨이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터치스크린 역시 난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트X의 OLED는 BOE가 공급했다. 아직 온셀 터치 기술을 완성하지 못한 BOE는 별도 필름에 은나노와이어(AgNW) 전극을 패터닝 해 폴더블 OLED용 터치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애플도 이르면 2020년 온셀 터치 도입

 

애플이 이르면 2020년부터 온셀 터치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중국 패널업체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스마트폰 업계 표준이 되는 애플이 온셀 터치 기술을 도입한다면, 시차를 두고 대부분의 스마트폰 업체들도 따라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그동안 니혼섀시로부터 터치스크린 필름을 구입해 2017년 ‘아이폰X’ 시리즈부터 적용해왔다. 내년부터는 고급 라인업을 시작으로 온셀 터치 기술을 받아들일 전망이다. 

애플이 온셀 터치를 아이폰에 적용하려면, 우선 삼성디스플레이의 A3 공장 내 애플 전용 라인에 설비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온셀 터치 공정에는 스퍼터와 플라즈마화학증착장비(PECVD), 식각⋅검사장비 등이 추가로 소요된다. 

'아이폰11 프로' 시리즈. /사진=애플
'아이폰11 프로' 시리즈. 애플도 이르면 내년부터 온셀 터치스크린 기술을 일부 아이폰에 적용한다. /사진=애플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국내업체인 에이치앤이루자에서 스퍼터를, AMAT⋅원익IPS에서 PECVD를 구매해왔다. 식각장비는 국내업체인 아이씨디,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주력이다. 검사장비는 HB테크놀러지와 디아이티 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온셀 터치 기술이 초기 수율 안정화가 쉽지 않은 만큼 한번에 전 모델에 적용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애드 온 타입에서 온셀 터치로 바꿔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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