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온오토메이션, 양산 공급 승인 획득
한⋅중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중심 공략

국내 한 중소기업이 그동안 일본 기술에 의존하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용 감속기를 국산 기술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감속기는 정밀한 동작 제어가 필요한 모든 설비에 필수로 들어가는 부품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처럼 규격이 까다로운 설비용 감속기는 일본과 국내 기업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 두 곳이 시장을 양분해왔다.

다온오토메이션이 자체 개발한 감속기. /사진=안석현 기자
다온오토메이션이 자체 개발한 감속기. /사진=안석현 기자

다온오토메이션, 순수 국산 기술로 감속기 개발

 

공장자동화 부품⋅솔루션 전문업체 다온오토메이션은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및 2차전지 제조설비에 들어가는 감속기를 자체기술로 개발했다. 지난해 국내외 디스플레이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로부터 양산 공급이 가능하다는 승인도 획득했다. 최근 국내 시장은 물론, 중국 디스플레이 및 장비 업체를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감속기는 모터에 1:1로 붙어 회전력을 증폭시키는 부품이다. 자동차의 변속기(트랜스미션)처럼 여러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예컨대 모터가 1kg의 힘으로 회전할때, 감속기는 14~18kg(감속비에 따라 상이), 혹은 그 이상의 힘으로 돌아간다. 회전속도를 떨어뜨리는 대신, 이를 회전력으로 전환해 증폭시키는 것이다. 모터 자체의 힘을 높일수도 있으나 감속기를 장착하는 것 보다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탓에 양산 제조라인에는 대부분 감속기를 적용한다.

그동안 국내 정밀 장비용 감속기 시장은 삼익에이치디에스와 인아오리엔탈 2개 회사가 양분해왔다. 삼익에이치디에스는 국내 삼익그룹과 일본 하모닉드라이브가, 인아오리엔탈은 국내 인아그룹과 일본 오리엔탈이 각각 합작 설립했다. 

디스플레이용 장비 시장만 놓고 보면 삼성디스플레이 장비 공급사는 삼익에이치디에스 감속기를, LG디스플레이 벤더는 인아오리엔탈 감속기를 주로 사용했다. 두 회사 제품 모두 일본에 원천 기술을 일정 이상 의존하고 있는 구조였다는 점에서 감속기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한일간 무역 분쟁까지 격해지면서 수급 불안이 가중되기도 했다.

다온오토메이션 감속기에 모터를 체결한 모습. 왼쪽 직육면체 모양이 모터, 오른쪽 판형이 감속기다. 모터와 맞물려 돌아가는 감속기는 모터의 회전력을 증폭시킨다. /사진=안석현 기자
다온오토메이션 감속기에 모터를 체결한 모습. 왼쪽 직육면체 모양이 모터, 오른쪽 판형이 감속기다. 모터와 맞물려 돌아가는 감속기는 모터의 회전력을 증폭시킨다. /사진=안석현 기자

정밀 감속기의 성능은 내부 톱니바퀴들간의 이격 때문에 발생하는 ‘백래시(Backlash⋅반발력)’를 얼마나 제어하느냐가 관건이다. 백래시가 크면 그만큼 동작 범위를 정밀하게 컨트롤하기 어렵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 공정이 대부분 마이크로미터(μm) 단위로 제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래시 감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삼익에이치디에스⋅인아오리엔탈 등 메이저 업체들의 백래시 기준은 1분(60분의 1°) 이내다. 모터가 돌다가 멈추었을때, 정위치 대비 오차가 60분의 1°보다 작다는 뜻이다. 다온오토메이션 감속기의 백래시는 0.2분으로 기존 두 개 메이저 업체들의 백래시 기준보다 훨씬 작다.

 

내열온도 기준 만족...모터 호환 가능

 

감속기가 가져야 할 또 다른 특성은 내열온도, 정확하게는 윤활유(Grease)의 내열온도다. 모터와 감속기 내 부품들이 회전하면서 고온의 마찰열이 발생하는데, 열로 인해 윤활유 점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점성이 낮아진 윤활유는 가속기 바깥이나 모터쪽으로 새어 나오면서 불량을 유발한다.

다온오토메이션 감속기에 뿌려진 윤활유는 내열온도가 200℃다. 통상 장비 업체들이 80℃ 안팎을 요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온도 기준에서 여유롭다.

각종 브랜드들의 모터를 자유롭게 호환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용 모터는 일본 미쓰비시⋅야스카와⋅파나소닉 3사가 과점하고 있다. 일부 감속기는 특정 회사의 모터에만 장착할 수 있는데, 다온오토메이션 감속기는 3개 모터 브랜드 모두에 적용할 수 있다.

박형순 다온오토메이션 기술연구소장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서 일본과 기술 합작으로 만든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도 높다”며 “다관절 로봇 등 향후 감속기가 들어가는 모든 시장에 국산 감속기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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