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부회장, 2007년 대규모 적자 속 LPL 부임...턴어라운드 성공
LG, 위기 구원투수로 정호영 사장 낙점

지난 2007년 5월 국내외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은 망연자실했다.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가 발주의향서(LOI)까지 내놨던 5.5세대 LCD 라인 투자 계획을 접은 탓이다. 

조단위 자금이 오가는 장치 산업에서 설비 발주 취소는 협력사는 물론, ‘갑(甲)’인 고객사에도 리스크다. 위약금 부담과 함께 업계 신뢰 상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향후 신속한 설비 투자가 필요할 때, 장비 업체들의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크다.

LG 여의도 트윈타워 전경. /사진=LG
LG 여의도 트윈타워 전경. /사진=LG

당시 최고경영자(CEO) 부임 6개월만에 전격 투자 철회 결정을 내린 사람은 권영수 현 (주)LG 부회장이다. 투자 철회는 뼈아팠지만, 권 CEO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LCD 시황이 고꾸라지면서 전년도(2006년)에 88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단기 시장 전망도 비관적이어서 협력사들 원망을 무릅쓰고 5.5세대 LCD 라인 투자를 취소했다.

권영수 CEO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맥스캐파(Max Capa, 생산성 극대화)’, ‘민로스(Min Loss, 손실 최소화)’ 운동을 전사적으로 밀어 붙였다. 덕분에 2007년에는 1조5000억원, 2009년 1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어두워 보였던 시황이 반전돼 운도 따랐지만, 경영진의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 빛을 발했다.

그 시기 권영수 CEO와 함께 LG필립스LCD의 위기를 극복해낸 주인공이 15일 부임한 정호영 신임 LG디스플레이 CEO다. 정 신임 CEO는 생활건강⋅화학을 거쳐 만 6년여만에 다시 디스플레이 구원투수로 돌아왔다. 

차기 LG디스플레이 CEO라면 정철동 LG이노텍 현 대표(LG디스플레이 CPO 역임)도 3년 전부터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비상 상황을 감안한 구광모 LG 회장의 마지막 선택은 정호영 사장이었다.

정 신임 CEO 앞에 놓인 과제는 2007년 권 부회장이 처했던 상황과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유사하다. 어찌보면 셈법이 더 복잡하다. 

대형 LCD 시황은 끝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3개 라인에 투자했지만, 아직 흑자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글로벌 독점품목인 TV용 OLED는 흑자 규모가 전사 손실을 떠받치기에 턱 없이 작다. 

돈 들어갈 곳은 줄을 섰다. 10.5세대 OLED 투자가 본격화됐고, 중국 8.5세대 OLED 라인도 내년 초까지 2개 추가해야 한다. 장비 업체들에게 약속했던 경기도 파주 E6-3 라인에 대한 가부도 매듭지어야 한다.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권 부회장이 ‘대형 LCD/중소형 LCD’의 2차 방정식을 풀었다면, 정 신임 CEO는 ‘대형 LCD⋅OLED/중소형 LCD⋅OLED’의 4차 방정식에 직면했다.

누구도 정호영 사장의 의중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는 LG필립스LCD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 회사를 재기시켰던 경험을 떠올릴 것이다.

당시 LG필립스LCD에 몸담았던 인사는 “회사에 CFO가 두 명”이었다고 말한다. 정호영 부사장이 한 번, 권영수 사장이 또 한 번 허리띠를 졸라 맸다는 뜻이다. 향후 2~3년은 LG디스플레이에게도, 한솥밥을 먹는 협력사들에게도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겨울이 끝나고 다시 봄이 도래했을 때, 지난 2007년처럼 LG디스플레이가 멋지게 재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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