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화질의 영상이든 8K UHD로… 하드웨어로 용처별 최적화 가능
오픈소스 아키텍처 'RISC-V' 진영과 협력… 영상코덱 IP 시장 확대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칩스앤미디어가 내년 새 날개를 단다. 

물체 감지, 슈퍼레졸루션 등 심층학습(Deep learning) 기반 비전 IP 사업이 궤도에 올랐고 오픈소스 하드웨어 아키텍처(ISA)인 ‘RISC-V’ 진영과의 협력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신사업 매출 본격화

칩스앤미디어는 최근 심층학습 기반 비전(Vision) IP인 슈퍼레졸루션(Super resolution)을 개발하고 국내외 고객사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슈퍼레졸루션으로 매출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레졸루션은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현재는 TV제조사 등 세트 업체가 소프트웨어(SW) 수준에서 구현하고 있다. 저화질 사진을 확대해보면 화면이 픽셀 단위로 우둘투둘하게 깨져보이는데, 이 픽셀을 나눠서 적당한 색을 입혀 깨져보이는 것을 부드럽게 바꿔주는 식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그만큼 컴퓨팅 성능이 더 필요하고, 전력소모량도 늘어난다. 

칩스앤미디어의 슈퍼레졸루션은 하드웨어(HW) IP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보다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각 응용처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고 컴퓨팅 자원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칩스앤미디어의 슈퍼레졸루션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을 때(왼쪽)와 적용됐을 때(오른쪽)의 차이./칩스앤미디어
칩스앤미디어의 슈퍼레졸루션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을 때(왼쪽)와 적용됐을 때(오른쪽)의 차이./칩스앤미디어

특히 이 IP는 수많은 이미지·영상을 자체적으로 학습하는 심층학습을 활용한다. 이 알고리즘은 가로·세로 픽셀을 각 2배, 3배, 4배 늘려 표현하도록 학습했다. 예를 들어 4K UHD 영상이 들어오면 이를 가로·세로 각 2배씩 늘려 8K UHD로 바꿔주고, 1080p HD 영상이 들어오면 4K UHD 영상으로 바꿔준다.

한형석 칩스앤미디어 마케팅 이사는 “인풋 신호를 8배로 증폭시켜 보여주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며 “알고리즘과 이중선형 필터링(Bilinear filtering)을 활용, 신호에 상관 없이 8K UHD로 아웃풋이 나오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칩스앤미디어의 슈퍼레졸루션 기술이 주목받는 건 콘텐츠가 기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8K U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TV 비중은 늘어나지만, 아직 콘텐츠는 이 보다 두 단계 낮은 FHD가 주를 이룬다. 

UHD 화면에서 FHD 영상을 보면 화면이 잘게 깨져 흐릿하게 보이고, UHD의 강점인 선명한 화질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그렇다고 UHD 콘텐츠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UHD 촬영·편집 등 시설투자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한 UHD 편성 비율을 상당수의 방송사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해상도 영상 자체를 고해상도로 바꾸는 리마스터링(Remastering)의 경우 작업 시간이 60분 기준 수 주일에 달할 정도로 오래 걸리고 부대비용도 많이 필요하다.

이호 칩스앤미디어 부사장은 “또다른 비전 IP인 물체 감지(Object detection)도 고객사에게 활발히 알리고 있다”며 “내년 신사업으로 인한 매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소스 RISC-V 진영과도 협력

 

칩스앤미디어는 이와 함께 오픈소스 ISA인 리스크파이브(RISC-V) 진영과도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ISA는 프로세서가 인식해 기능을 이해할 수 있는 기계 명령어로, 최하위 레벨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다. 이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을 마이크로아키텍처라고 한다. 

RISC-V는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아키텍처를 만든 알 데이비드 패터슨(David patterson) 교수가 있는 UC 버클리에서 만든 아키텍처다. RISC의 5번째 버전이라는 이유로 RISC-V라는 이름이 붙었다. 모바일 코어 아키텍처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는 Arm의 ‘코어텍스’ 코어가 RISC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오픈소스 ISA를 활용하면 값비싼 라이선스나 로열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원하는 아키텍처 사양을 기반으로 코어 프로세서를 설계할 수 있다. Arm의 코어텍스와 마찬가지로 전력소모량이 적고, 맞춤형 코어 반도체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RISC-V는 고가의 아키텍처를 라이선스할 수 없는 스타트업은 물론 Arm의 코어에 종속되다시피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RISC-V 진영에는 칩스앤미디어의 최대 경쟁사인 베리실리콘(Verisilicon)이 들어가있다.

하지만 RISC-V 시장이 이제 막 커지기 시작한 만큼 경쟁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각 화소 규격별로 코덱 IP를 라이선스해야하는 베리실리콘과 달리 고효율영상압축기술 표준인 ‘HEVC’와 ‘H.264’를 하나의 IP에서 처리할 수 있는 통합 코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주력해왔던 영상 코덱 IP를 RISC-V 코어를 쓰는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 시장 점유율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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