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LED 상용화 위한 글로벌 분업 활발한데
삼성⋅LG디스플레이, OLED '올인'

조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장치 산업에서 ‘공급과잉이 오겠느냐’는 물음은 의미 없다. 공급과잉은 반드시 온다. 어차피 과점 기업도 공급과잉이 닥칠 때까지 투자한다. 다음 세대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그래서 중요하다.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가 상용화 될까요?”

디스플레이 산업이 공급과잉기에 들어선 2년 전부터 부쩍 자주 듣는 질문이다. 기술적 난제를 논외로 하고,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는 재료비다. 마이크로 LED가 상용화 하기에 너무 비싼 기술이라는 거다.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최근 TV 시장 주류인 4K UHD TV 위에는 2500만개의 점(서브픽셀)이 있다. 이 2500만개의 점이 모여 화면을 구성한다. 이 점 하나하나를 LED로 만들겠다는 게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의 요체다.

마이크로 LED 1개가 1원이라고 봐도 TV 한 대를 만들기 위해 2500만원어치의 LED가 필요하다. 1개 2원이면 총 5000만원어치다. 다른 비용 빼고 마이크로 LED 재료값만 그 정도다. 요즘 65인치 LCD TV 한 대는 고급 브랜드 제품도 150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마이크로 LED TV와의 가격 격차는 아찔할 만큼 크다.

이 같은 이유에서인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마이크로 LED에 무심하다. 삼성⋅LG디스플레이 모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인’ 전략이다. 

두 회사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새로 개발하느니, 기존 OLED 기술을 혁신하는 게 더 타당하다고 결론낸 것 같다. 김영우 한국광기술원 마이크로LED연구센터장은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국내 기업들은 이미 투자의 적기를 놓쳤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삼성⋅LG디스플레이의 결론이 맞을 수도 있다. 사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 건 마이크로 LED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분업이 최근들어 부쩍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히는 전사(Transfer) 공정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정전기⋅점성을 이용한 기술이 난관에 봉착하자, 레이저 업계가 새로운 솔루션을 내놨다(KIPOST 2019년 8월 20일자 <마이크로 LED 전사 공정, 레이저 방식 새롭게 부각> 참조).

마이크로 LED용 에피웨이퍼 성장 기술 개발은 비코⋅엑시트론 등 기존 장비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중국⋅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미니 LED를 통해 칩 사이즈가 작은 LED를 핸들링하는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앞서 거론했던 마이크로 LED 칩 가격이 끝까지 ‘장애물’이 되어 줄까. 2009년 1㎏ 당 80달러선에 거래되던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은 최근 8달러 안팎에 팔린다. 2015년까지만 해도 115달러이던 32인치 LCD(오픈셀 기준) 가격은 지난달 33달러를 찍었다. 디바이스 산업에서 가격 하락은 필연적이다. 마이크로 LED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근래 디스플레이 업계는 다방면에 자원을 분산할 여력이 없다. 연구개발에도 기업 공력이 들어간다. 이럴 때 국가 R&D 투자의 역할이 부각된다. 세금이 투입되는 R&D가 성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시장이 마이크로 LED로 달려갈때를 위한 최소한의 보험이라도 마련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상용화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향후 3년간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5조원을 투자한다는 정부가 마이크로 LED 분야에도 유의미한 금액을 할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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