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콘텐츠의 시간
[칼럼] 콘텐츠의 시간
  • 안석현 기자
  • 승인 2019.08.21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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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애플⋅디즈니 뛰어든 OTT 시장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량 따라 성패 갈릴 것
OTT 자체보다 콘텐츠 산업에 방점 찍을 시기

1985년 애플서 쫓겨나 픽사를 인수한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를 딛고 재기했다. 한때 애니매이션 제작업체 CEO로서 디즈니와 ‘100:0’이라는, 굴욕적 수익 배분 계약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디즈니로 하여금 픽사를 좋은 조건에 인수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마이클 아이즈너 전 디즈니 CEO와의 공방은 유명한 일화다.

만약 잡스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그는 다시 한 번 디즈니와의 일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잡스의 애플 복귀 이후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애플⋅디즈니가 이제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 관계에 놓인 탓이다.

그동안 하드웨어와 콘텐츠, 각자의 시장을 평정한 애플과 디즈니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 시장에서 격돌한다. 지난 3월 애플은 ‘애플TV 플러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디즈니 역시 ‘디즈니 플러스’라는 OTT를 소개했다. 둘 다 오는 11월 미국 시장부터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다. 

둘에 앞서 링에 올라간 챔피언은 따로 있다. 1억3000만명의 구독자를 선점한 넷플릭스다. 

'애플TV 플러스' 서비스가 오는 11월 시작된다. 사진은 애플TV 플러스 콘텐츠 트레일러. /사진=애플
'애플TV 플러스' 서비스가 오는 11월 시작된다. 사진은 애플TV 플러스 콘텐츠 트레일러. /사진=애플

자 이쯤되면 꼭 나오는 익숙한 가락이 있다. 한국형 넷플릭스 만들기다. ‘닌텐도DS’ 게임기에 맞서 정부가 ‘명텐도’ 개발을 지원하고, ‘포켓몬 고’ 게임이 유행하자 한국형 포켓몬 고 개발에 예산을 쏟아붓는 뒷북 행정 말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제와서 OTT 시장에 새로 진입하기는 늦었다. 선두인 넷플릭스조차 신규 가입자 증가폭 둔화에 시달리고 있다. 넷플릭스⋅애플TV 플러스⋅디즈니 플러스 3개 서비스 월정액은 각각 1만원 안팎. 가정에 따라 1개 또는 2개 서비스만을 가입할 것이다. 3개 서비스 모두에 가입할 가정은 많지 않다. 글로벌 OTT 시장은 3개 회사가 경쟁하다 1강 1중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OTT 산업 성장세를 우리는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할까. 기회는 이면에 있다. 바로 콘텐츠다. 1강 2약의 시장이 1강 1중으로 정리되는 시기, 넷플릭스⋅애플⋅디즈니는 무엇을 무기로 싸울까. 콘텐츠다. 

넷플릭스를 지금과 같은 반열에 올려 놓은 드라마 1개를 꼽으라면 ‘하우스 오브 카드’다. 정치 스릴러인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가 아니면 다른 어떤 플랫폼에서도 볼 수 없다. 2016년 늦깎이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초기 가입자를 긁어 모은 비결은 ‘킹덤’이다. 킹덤 역시 넷플릭스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시청할 수 없다.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이처럼 타 플랫폼에 배타적인 콘텐츠, 즉 ‘오리지널 콘텐츠’가 신규 OTT들의 유일하면서 최고의 무기다.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글로벌 OTT들의 ‘쩐의 전쟁’은 시작됐다. 애플이 애플TV 플러스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지출한 콘텐츠 제작비는 60억달러, 약 7조2000억원이다. 넷플릭스의 올해 제작비 지출 예상액은 150억달러(약 18조13000억원)에 이른다. 물론 이 금액도 픽사에 이어 마블까지 인수한 디즈니에 대적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콘텐츠 시장의 무게 중심은 OTT를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방점을 찍을 것이다. 이미 콘텐츠 제작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면 한껏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OTT 춘추전국시대, 국내 산업이 선택해야 하는 길은 새로운 OTT 육성이 아니다. OTT 흥망까지 좌우할 독보적인 콘텐츠 산업의 육성이다. 바야흐로 콘텐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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