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출신 동현수 두산 부회장 의지
양산 기술, 특허 장벽 난관
두산그룹이 폴더블 스마트폰용 필수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PI) 사업 진출을 검토한다. 투명 PI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커버윈도 소재로 사용되며 코오롱인더스트리⋅SKC⋅SK이노베이션 등이 양산하거나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 회사 인적분할에 맞춰 전자재료 사업군을 넓히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동현수 부회장, 전자재료 사업 의지
9일 업계 소식통은 “두산이 투명 PI 사업화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삼성종합기술원의 투명 PI용 연구개발(R&D) 장비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산의 투명 PI 사업화 검토는 동박적층판(CCL) 및 OLED 유기재료를 공급하는 전자비즈니스그룹(BG)이 추진한다. 전자BG는 오는 10월 회사 인적분할과 함께 두산솔루스로 이름을 바꾼다. 투명 PI 사업은 향후 두산솔루스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될 수 있는지를 놓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특히 투명 PI 사업화는 (주)두산의 동현수 사업부문 대표이사(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동 부회장은 제일모직 전자재료연구소장 출신으로, 효성을 거쳐 2012년 두산 전자BG장으로 영입됐다. 현재는 사업지주회사인 (주)두산의 사업부문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
두산은 2000년대초부터 전자재료 사업, 특히 디스플레이 부문에 집중했으나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LCD용 프리즘시트 사업은 2010년 시장이 포화되면서 미래나노텍에 설비를 매각했다. OLED용 금속박 유연기판 사업 역시 유색 PI에 밀려 사업화에 실패했다.
금속박 유연기판은 유색 PI와 함께 플렉서블 OLED의 기판(하판)으로 유력하게 검토되던 소재 중 하나다. OLED용 하판은 600℃ 이상 고온에서 공정이 진행되는 특성상 온도에 대한 내구성이 강해야 하고, 열팽창도 적어야 한다. 금속박은 이 부분에서 유색 PI 대비 우월하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두산의 금속박이 OLED 기판으로 사용되지 못한 것은 표면거칠기 때문이다.
표면거칠기 측면에서 금속박은 마이크로미터(μm) 단위로 크다. OLED 공정에 사용되는 기판은 표면거칠기가 나노미터(nm) 단위까지 내려와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중소형 OLED 공정에 사용되는 기판은 모두 유색 PI다.
따라서 현재 두산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는 제품은 OLED용 유기재료 정도다. 정공수송층(HTL) 재료와 정공방어층(A-ETL) 재료를 삼성디스플레이에 양산 공급하고 있다. 특히 A-ETL 재료는 삼성디스플레이 독점 공급으로 인해 부가가치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두산 관계자는 “동 부회장이 과거 편광판을 생산하는 에이스디지텍(삼성SDI가 인수) 대표이사를 맡는 등 디스플레이용 광학재료 사업에 대한 의지가 높다”고 말했다.
특허, 양산 기술 확보 문제
다만 전자재료 사업에서 절치부심한 두산이 실제 투명 PI 사업화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선발주자들이 양산 체제를 갖춰가는 상황에서 의사결정 시점이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017년 이미 양산 체제를 갖췄고, SKC는 오는 10월 중 양산 설비를 완비한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양산 투자를 천명한 상태다.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의 투명 PI 양산 능력만 각각 연간 600톤(100만㎡) 규모다. 이는 7~10인치 폴더블 스마트폰 기준으로 연간 3000만대씩, 도합 60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다. 대만 타이마이드에서 베이스필름을 사서 하드코팅만 하는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생산능력은 별도다. 올해 삼성전자가 판매할 ‘갤럭시폴드’가 100만대 이하, 내년 이후에도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 예상치는 수백만대에 불과하다.
지금 두산 전자BG가 투명 PI 양산시설에 투자한다고 하면 향후 최소 2~3년간은 공급과잉과 고객사 찾기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허 문제도 넘어야 할 난관이다. PI 관련 특허는 일본 가네카, 미국 듀폰 등이 특허를 선점하고 있다. 10대 일류소재개발(WPM) 사업을 통해 투명 PI를 개발한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다량의 특허를 축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PI 업력이 긴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선발 주자들의 특허를 피하느라 양산 기술 개발에 긴 시간이 걸렸다”며 “PI 양산 경험이 없는 두산이 제대로 투명 PI를 양산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