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은 이번에 중국 고객사도 걷어찼다
[칼럼] 일본은 이번에 중국 고객사도 걷어찼다
  • 안석현 기자
  • 승인 2019.08.06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첨단 산업을 무기화하는 나라로 낙인
중국 반⋅디 업계도 탈(脫) 일본 가속화

일본이 첨단 소재 수출 규제에 돌입하자 삼성⋅LG⋅SK 만큼이나 화들짝 놀란 곳이 BOE⋅칭화유니그룹⋅SMIC다. 3개 회사는 중국 첨단 IT 제조업의 상징이다. 중국 국적의 이들은 왜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에 긴장할까.

지난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소재 공급망 점검차 긴급 출국할때 쯤, 중국 업체들도 국내외 소재 공급 업계에 전화를 돌렸다. 이번 사태가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다. 결론은 “우리도 소재⋅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내자”다. 

▲SiC 기반 전력반도체 웨이퍼. /SEMI코리아
SiC 기반 전력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코리아

중국은 일본이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향해 뽑아든 칼이 언젠가 자신들을 겨냥할 수 있음을 자각했다.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묵은 악연이 없는 국가가 있겠냐만, 중국과 일본은 유난히 갈등의 골이 깊다. 

지난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두고 벌어진 양국 갈등이 대표적이다.  센카쿠열도 인근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중국 어선이 충돌한 뒤, 일본은 해당 선박의 중국인 선장을 구금했다.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일본은 희토류 대체 구매선을 찾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이미 핵심 소재 무기화라는 카드를 먼저 내민 중국에게, 일본이 언젠가 맞대응 할 것이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가 다시 격화되면, 일본은 중국을 향해서도 감광액⋅에칭가스⋅플루오린폴리이미드 수출 제한에 나설 수 있다.

중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업력이 길지 않은 만큼, 소재⋅부품 해외 의존도가 우리보다 높다. 국내 소재 업계에 대한 의존도도 상당하다.  

이번 일본 정부의 소재 수출 제한 조치가 일본 소재 업계에도 재앙인 건, 단지 삼성⋅LG⋅SK를 놓쳐서가 아니다. 일본 소재 업계는 미래 고객인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까지 걷어찼다. 지금 당장은 일본 소재 업계로부터 수입하더라도 어떻게든 국산화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한⋅일 무역 분쟁이 단기간에 해결된다고 해도 크게 의미는 없다. 일본이 첨단소재 무기화 가능성을 한번 보여준 것만으로 BOE⋅칭화유니그룹⋅SMIC에게는 떨치지 못할 공포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써 수출 제한 조치 만큼은 제일 마지막에 검토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일본에 D램이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의 수출을 제한한다면, 이는 일본 뿐만 아니라 미래 잠재 고객사들에게도 등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국은 ‘첨단 산업을 무기화 하는 나라’라는 낙인을 찍기 때문이다.

더욱이 D램⋅OLED는 한국 독점 품목도 아니다. D램은 미국 마이크론, OLED는 불완전하나마 중국 BOE라는 대안이 있다. 수출 제한에 따라 일본이 받을 타격은 미미하다.

오히려 무역 공격이 들어오더라도 산업을 통해 역공하지 않는, 완벽한 정경분리 원칙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일본을 국제여론으로부터 고립시키고, 미래 한국 산업의 고객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차피 총⋅칼 들고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면, 명분과 법리적 우위가 최고의 무기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