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사위키 멘토, 지멘스비즈니스 IC EDA 부문 수석 부사장 인터뷰

‘그들만의 리그’였던 반도체 시장이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PC 시대에는 인텔이, 모바일 시대에는 퀄컴과 Arm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현재도 이들 업체의 점유율은 90%를 상회한다. 

최근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의 연구개발(R&D)이 본격화되면서 다른 산업군에 속한 업체들도 속속 자체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아직 이 시장에서 뚜렷한 승자는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업체 멘토, 지멘스비즈니스(이하 멘토)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방산·우주·항공 업계와도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지멘스가 이 회사를 인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이 회사는 AI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DA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AI와 자율주행 반도체 연구개발(R&D)이 진전될수록 EDA 업계가 해야할 일은 늘어난다. 

 

조셉 사위키(Joseph Sawicki) 멘토 IC EDA 부문 수석 부사장./멘토, 지멘스비즈니스

멘토가 바라보는 이 시장의 미래는 무엇일까. 조셉 사위키(Joseph Sawicki) 멘토 IC EDA 부문 수석 부사장을 인터뷰했다.

 

AI·자율주행은 곧 하드웨어의 싸움

현재 AI·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알고리즘 개발 단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데 반도체 개발에는 평균 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프로세서로는 AI와 자율주행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없다.

AI는 말단 기기(edge device)부터 데이터센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여러 기능을 수행하고, 각 응용처별로 특유의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차에는 십여개의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알고리즘이 들어간다. 전방의 사물을 판단하고, 차선을 인식하고,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는 알고리즘이 각각 다르다. 

알고리즘이 다르면 이를 구현하는 반도체에 필요한 기능도 달라진다. 기존 범용 프로세서는 성능을 높이면 불필요한 기능의 성능까지 올라가 전력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특정한 여러 기능을 추가할 수도 없다. 

조셉 사위키 수석 부사장은 “기업들이 자체 칩을 개발하는 건 느린 작동 속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모량은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라며 “자동차 업계를 위해 완성품 업체와 IP 공급사, EDA 업체, 칩 제조사 간 공동 설계 플랫폼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이유로 AI 개발의 중심 축이 하드웨어로 옮겨갈 것이라 내다봤다. 

이미 AI 스타트업들의 대다수가 반도체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는 완성차 업체나 부품 업체들도 늘었다. 구글이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테슬라가 자율주행 칩을 자체 개발한 것도 한 예다.

반도체를 사서 쓰는 것보다 수십, 수백배의 비용이 더 들어가지만 그만큼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고, 차별화도 된다. 기존 반도체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

반도체 설계자산(IP)과 EDA 툴의 발전, 써드파티의 설계 자원 제공 및 파운드리 업체의 서비스 확대로 이전보다 반도체 설계 환경이 좋아진 것도 반도체 업체가 아닌 산업의 업체들이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는 “AI 프로세서 또한 범용에서 각 응용처별로 특화된 AI 프로세싱 및 협동 프로세싱(Co-processing)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AI 및 자율주행 칩을 개발할 수 있는 도구에 대한 고객 요구도 이전보다 상당히 강해졌다”고 말했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멘토

 

EDA 업계는 AI·자율주행의 개발축이 하드웨어로 넘어오기 전 이에 대응할 준비를 끝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툴의 실행 속도를 높이고 용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의 AI 반도체는 디지털 프로세싱과 아날로그 신호를 동시에 활용하는 혼성 신호 장치다. 입출력(I/O)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별도로 혼성 신호 장치를 써 신호를 바꾸지 않고, 아날로그 신호를 받아들여 디지털로 처리한다. 이에 멘토는 타사보다 빠르게 아날로그·혼성신호(AMS) 검증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여러 검증 기법도 추가 중이다. AI 아키텍처는 전통적인 컴퓨트 아키텍처보다 더 많은 계층을 가지고 있고 캐시메모리도 각 계층마다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검증해야하는 부분도 늘어난다. 

그는 “AI 장치는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에뮬레이션(Emulation)이 필요하다”며 “칩부터 시스템까지 전류의 흐름 전반에 걸친 전력 관리도 EDA 툴이 지원해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멘토는 AI 알고리즘을 반도체 설계도(RTL)로 자동으로 바꿔주는 ‘캐터펄트 C(Catapult C)’ 합성 툴도 갖고 있다. 국내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칩스앤미디어는 이 툴로 자율주행에 필요한 비전 알고리즘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

그는 “고객들이 AI 반도체를 더욱 신속히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툴을 개발 중”이라며 “멘토의 툴 자체에 머신러닝(ML) 기술을 적용, 성능과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도 20건 이상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환경 또한 AI 및 자율주행 개발을 확산시키기 위한 준비다. 반도체 업체가 아닌 업체들도 반도체 설계를 시작하면서 EDA 업계는 일제히 클라우드 환경 지원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이들 반도체 설계는 다른 반도체보다 훨씬 복잡하고 더 많은 EDA 도구를 활용해야한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EDA 툴이 제공되면 일일이 각 기업이 별도 서버와 고성능 컴퓨터를 구축할 필요 없이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다. 설계 인프라 구축에 대한 비용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는 “‘벨로체’는 지난해부터 클라우드를 지원하고, 캘리버(Calibre)도 클라우드에서 쓸 수 있다”며 “모든 툴을 클라우드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조셉 사위키(Joseph Sawicki) 멘토 부사장은 현재 멘토 IC 부문의 모든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0년 멘토(당시 멘토그래픽스)에 입사,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영업, 마케팅 및 관리 분야의 직책을 두루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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