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소송전 끝내고 라이선스 계약 맺은 지 3개월만에
모뎀 관련 인력 3000여명 추정… 내후년 출시 가능성

 

애플이 인텔의 모바일 모뎀 사업부를 인수한다. 퀄컴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모뎀을 공급받으면서 자체 모뎀을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애플은 25일(현지 시각) 인텔의 스마트폰 모뎀 사업을 10억달러(약 1조1841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지적재산(IP)과 장비, 2200여명의 인력까지 포함됐다.

이번 인수로 애플 내 모뎀 관련 인력은 2500여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인텔이 5세대(5G) 모뎀 개발을 중도 포기했지만 애플에 최적화해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르면 내후년쯤 애플이 자체 모뎀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은 5G 이동통신이 현 6㎓ 이하 주파수에서 밀리미터파(mmWAVE)로 확대되는 시점이다.

 

앞서 지난 4월 애플은 퀄컴과 2년간 지루하게 끌어오던 법정 소송을 끝냈다. 이 소송전은 애플이 지난 2016년 라이선스 리베이트 비용 미지불 등의 이유로 퀄컴을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퀄컴도 특허 침해로 애플을 맞고소하면서 소송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였다.

당시 업계는 애플이 모뎀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이같은 소송전을 벌인 것이라 해석했다. 

퀄컴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모뎀을 묶은 솔루션을 주력으로 제공한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스마트폰 업체는 이를 활용해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하지만 애플은 자체 설계한 AP를 고집해왔다. AP와 모뎀을 별도 공급사에서 가져다 쓰면 차지하는 면적도 늘어나고 둘 사이의 호환성도 떨어진다. 안테나로부터 들어온 주파수를 모뎀이 잡아서 AP에 보내 처리하게 해줘야하는데 서로 호환성이 떨어지면 처리 속도 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 공급망에 들어간 인텔도 애플에 공급할 목적으로 이에 최적화된 모뎀을 개발해왔다. 

벽에 부딪힌 건 5G부터다. 5G는 기존 3G 및 4G 주파수보다 높은 주파수 대역을 쓴다. 주파수 대역이 높아지면 파장이 짧아져 신호 전달 거리가 줄어들고, 잡음에 취약해진다. 매시브 다중안테나(Massive MIMO), 빔포밍(beam-forming) 등 새로운 기술들도 적용해야한다. 단순히 모뎀 성능만 개선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잘 하는 것만 잘 하자’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업체인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애플만 고객사로 연구개발(R&D)하기엔 자원 낭비가 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애플은 지난 4월 퀄컴과의 소송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밀린 라이선스 비용과 함께 6년 간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날 인텔은 5G 모뎀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는 애플이 예상보다 빠르게 5G 모뎀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문제는 5G 모뎀에 신호를 공급하는 안테나와 무선통신 프론트엔드(RFFR) 모듈이다. 퀄컴은 이 모든 부품을 5G 솔루션으로 공급하는데, 애플은 별도로 안테나와 RFFE 부품도 수급해야한다. 

다만 애플은 일찌감치 5G 이동통신도 수용 가능한 액정크리스탈폴리머(LCP) 기반 안테나를 무라타 등으로부터 수급해왔고, RFFE 모듈은 코보(Qorvo) 등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자사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만 개발해왔으니 퀄컴의 아성을 깬다는 것보다는 자사 입맛에 맞는 모뎀을 만들겠다는 목적이라고 봐야한다”며 “2~3년 내 출시되는 아이폰에는 자체적으로 만든 모뎀 칩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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