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GROUP 인터뷰… EDA 툴 생태계 및 공정 안정화 지적

지난 11일 끝난 세미콘웨스트(SEMICON WEST 2019) 행사에는 유난히 후공정 장비 업체들이 많이 참가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램리서치·ASML·도쿄일렉트론(TEL)·KLA텐코 등 5대 전공정 장비 업체 중에서는 TEL만 부스를 낸 반면 후공정에서는 ASM, 어드반테스트, 알박(ULVAC), 히타치테크놀로지스 등 여러 업체가 자사의 제품을 전시했다.

이는 반도체 기술 발전의 중심 축이 전공정에서 후공정에서 넘어왔음을 뜻한다. 그간 기술 발전을 이끌어왔던 건 전공정이지만, 지금 전공정으로 성능을 높이기에는 개발 기간도,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반면 후공정은 이제 막 기술 발전이 시작됐고, 업체마다 방식도 다르다. 장비 업체들 입장에서는 미지의 땅인 셈이다.

 

(왼쪽부터)EV그룹(EV GROUP)의 데이비드 커시(David Kirsch) 부사장과 헤르만 왈틀(Hermann Waltl) 이사(Director)./KIPOST

세미콘웨스트(SEMICON WEST 2019)에 참가한 대표적인 후공정 기업 중 한 곳인 EV그룹(EV GROUP)의 데이비드 커시(David Kirsch) 부사장과 헤르만 왈틀(Hermann Waltl) 이사(Director)를 만나 첨단 후공정과 미세기계전자시스템(MEMS) 센서에 대해 인터뷰했다.
 

첨단 후공정 기술과 도전 과제

EV그룹은 3차원(3D) 패키징, 패널레벨패키지(PLP) 등 첨단 후공정(Advanced Packaging) 관련 장비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3D 패키징에 활용되는 ‘웨이퍼 투 웨이퍼 본더(Wafer-to-Wafer bonder)’로, 2장의 평평한 웨이퍼를 붙이는 장비다.

이 장비는 스마트폰에 스크래치 방지 필름을 붙이듯 웨이퍼를 붙인다. 2장의 웨이퍼가 정확히 정렬돼있어야하고 사이에 먼지나 불순물이 들어가면 곧장 불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술 난이도가 높다. 

데이비드 커시 부사장은 “3D 패키징의 목적은 소형화보다는 성능 향상”이라며 “3D 패키징으로 전공정에선 하기 어려운 성능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ISOCELL Fast 2L3' 이미지센서는 센서와 로직, D램을 3단으로 쌓아 만들어졌다./삼성전자
삼성전자의 'ISOCELL Fast 2L3' 이미지센서는 센서와 로직, D램을 3단으로 쌓아 만들어졌다./삼성전자

3D 패키징이 성능 향상에 주효한 이유는 간단하다. 여러 반도체를 옆에 붙여 연결하는 것보다 위·아래 붙이면 신호전달거리도 줄일 수 있고, 한 번에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 양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외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건물에 들어가는 것보다,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서 엘레베이터로 올라가는 게 빠른 것처럼 말이다.

현재 3D 패키징이 적용된 반도체는 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이미지센서(CIS)다. 소니·삼성전자는 센서와 D램, 연산 칩(Logic chip) 등 3개 칩을 쌓아 CIS를 만든다. 

하지만 다른 반도체에서는 좀처럼 3D 패키징 기술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D램과 로직 반도체를 적층한 3D 패키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입출력(I/O) 숫자를 맞추기 어려워 2.5D로 돌아섰다.

헤르만 왈틀 이사는 “3D 패키징은 각 칩을 설계할 때부터 후공정을 염두에 둬야한다”며 “결국 이를 지원하는 설계자동화(EDA) 툴이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DA 툴은 각 층과 층 간 인터페이스를 최적화하고 발열 문제를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데 필요하지만, EDA 툴 업계가 최근에서야 관련 툴을 내놓는 바람에 아직 관련 제품이 많지 않다. 

 

칩렛은 SoC를 구성하는 기능블록 단위를 말한다./인텔, DARPA
칩렛은 SoC를 구성하는 기능블록 단위를 말한다./인텔, DARPA

인텔⋅AMD⋅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논의하기 시작한 칩렛(Chiplet)도 3D 패키징과 연관이 있다. 

칩렛은 시스템온칩(SoC)을 구성하는 각 기능블록을 말한다. 서로 다른 공정에서 상이한 역할을 하는 기능 블록을 만들어 이를 하나로 패키징하는 이기종 패키징 기술이다. 2D로 결합하면 SoC가 되고, 3D로 쌓으면 3D 패키징이 된다.

왈틀 이사는 “칩렛은 서로 다른 제작사에서 각 기능 블록을 만들고 이를 후공정 단계에서 통합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각 파운드리 업체들이 인터페이스와 재료⋅공정을 표준화해야하는데 현재 모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레벨래키지(PLP)도 주요 첨단 후공정 기술 중 하나다. 인텔이 PLP 장비 업체 선정을 시작하면서 세미콘웨스트에 참가한 장비 업체들도 각자 개발한 PLP 장비를 선보였다. 하지만 PLP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KIPOST 2019년 3월 13일자 <PLP, 패키지 기술의 미래가 되기 위한 3가지 난제> 참고)

커시 부사장은 “PLP는 제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후공정 비용을 낮추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하지만 웨이퍼보다 더 넓은 크기의 패널을 다루기 때문에 수율 관리가 어렵고 생산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EV그룹에서는 PLP가 휨(Warpage) 현상에 노출되기 쉬우며, 공정 균일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중 더 큰 문제는 공정 균일성 유지다. 대량 양산을 위해서는 결국 같은 공정 레시피를 계속 반복해야하는데, 균일성을 갖추기 힘들면 그 자체로 대량 양산이 어렵다.

그는 "한국은 첨단 패키징에 있어서 EV 그룹에게 중요한 곳"이라며 "한국 고객사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EMS 센서도 새로운 시장

 

EV 그룹의 또다른 주력 제품은 MEMS 장비다. 

모바일 기기의 진화에는 항상 센서가 함께 했다. CIS가 가장 많이 알려졌지만 마이크로폰, 각·가속도 센서 등 MEMS 센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설계와 제조를 바꿔 센서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물인터넷(IoT)의 영향으로 소형화·최적화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자동초점(AF)⋅미러(Mirror) 등 광학 MEMS 센싱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EV 그룹이 ‘헤라클레스 NIL’ 장비를 내놓은 건 이 때문이다. 

먼저 ‘헤라클레스 NIL 300㎜’은 레이저 다이오드, 발광다이오드(LED), 광 증폭기 등 포토닉 장치(Photonic device)를 겨냥해 출시됐다. 

나노임프린트 노광(NIL) 장비로, NIL은 자외선(UV) 감광액(PR)을 실리콘웨이퍼에 뿌린 후 마치 도장을 찍듯 실리콘 웨이퍼에 스탬프를 찍어 패턴을 만든다. 

현재 반도체 양산 라인에 쓰이는 노광 장비처럼 값비싼 광원을 쓸 필요가 없어 경제적이고, 마스크와 웨이퍼가 서로 미세하게 어긋나서 발생하는 불량 문제 등에서 자유롭다. 

 

EV그룹의 MLE 기술은 마스크 없이 기판에 패터닝을 구현한다./EV그룹
EV그룹의 MLE 기술은 마스크 없이 기판에 패터닝을 구현한다./EV그룹

‘MLE(Mask-less)’는 MEMS, 고밀도 인쇄회로기판(HD PCB), 첨단 후공정 기술에 적합한 장비로, 2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회로 선폭을 구현할 수 있다. 웨이퍼부터 패널까지 다양한 기판을 지원한다.

공간 분해능도 뛰어나 저항성 및 기타 감광성 물질의 패터닝이 가능하다. 값비싼 고해상도 포토마스크가 필요 없어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처리량과 수율은 대량 양산에 적용해도 무방할 정도다.

커시 부사장은 “MEMS 센서는 공정·설계의 변화는 물론 새로운 재료 등의 도입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웨이퍼 본딩, 다이(Die) 봉지(encapsulation)에 대한 추가 요구 사항도 나오고 있어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커시 EV그룹 부사장은 EV그룹 부사장이자 북미 지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EV그룹 북미 지사에서 고객 지원 담당 이사를 역임, 기술 영업과 고객 지원 등을 책임졌습니다. 지난 2001년 EV그룹에 입사하기 전에는 퍼킨엘머 광전자(PerkinElmer Optoelectronics)에서 근무했습니다.
헤르만 왈틀 EV그룹 이사는 아시아태평양, 유럽, 붐기 등 주요 시장에서 EV그룹의 판매 업무를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 EV그룹에 합류하기 전에는 암달의 독일 지사(Amdahl Deutschland)에서 중앙 유럽 서비스를 총괄했고 스위스, 오스트리아 지사장으로도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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