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 막는 전력 소모량… 새로운 '무어의 법칙'으로 혁신 불가피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불과 3년 전, 구글의 인공지능(AI)과 이세돌 기사가 맞붙기 전까지만 해도 AI는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할 때도,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AI가 개입한다. 

IT 산업에서만 AI가 활용되는 게 아니다. 교육⋅농업⋅자동차⋅헬스케어⋅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를 연구하고,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AI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세미콘웨스트(SEMICON WEST 2019) 행사 첫 날인 8일(현지 시각) 열린 ‘AI 디자인 포럼(AI Design Forum)’에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미래 AI 시대를 위해 반도체 업계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에 대해 논했다.

현재 AI는 다른 어떤 기술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 소모량이다. 재료가 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에게 이를 학습시켜 추론을 통해 서비스로 내보내기 까지 전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쓰인다.

개리 딕커슨(Gary Dickerson)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AI 도입률은 혁신의 속도, 사회의 적응력, 보안과 안전성으로 결정된다”며 “여기에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추가해야한다”고 말했다.

 

개리 딕커슨 AMAT 회장 겸 CEO가 AI 디자인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KIPOST
개리 딕커슨 AMAT 회장 겸 CEO가 AI 디자인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KIPOST

MIT에 따르면 AI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에는 자동차 5대가 수명주기 내내 배출한 탄소와 맞먹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오는 2025년 AI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량은 세계 전력소모량의 10%에 달할 전망이다.

학습을 거쳐 완성된 알고리즘이 수천억, 수조대의 기기에 들어가게 되면 그만큼 에너지 소모량도 커진다. 미국에서 한 해 생산되는 에너지가 12조 와트시(Wh)인데, 이걸로는 5~8W급 CCTV 5억대도 동작시키지 못한다. 

업계는 AI의 전력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전과 다른 구조(Architecture)를 활용하고 있다. AI 컴퓨팅 아키텍처는 수많은 단순 작업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병렬식으로,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는 고속 메모리로 데이터를 읽어들여 낮은 정밀도로 연산한다.

하지만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AI가 세계 에너지 방정식에 영향을 주지 않고 도입되려면 AI가 학습·실행되는 클라우드와 단말(Edge)의 와트 당 성능과 처리량(Throughput)이 수십, 수백배 개선돼야한다.

 

다시 무어의 법칙이다

이를 위해선 반도체의 기술 발전이 불가피하다. 다시, ‘무어의 법칙’이 돌아왔다.

무어의 법칙은 공정 기술을 발전시켜 2차원(2D)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2년마다 2배씩 올린다는 통설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를 지키기 위해 혁신을 거듭해왔다.

이번 행사에서 업계는 무어의 법칙을 새롭게 정의했다. 공정 기술을 넘어 아키텍처와 구조, 소재, 첨단 패키징 등을 통해 집적도가 아닌 성능·전력효율·크기·가격(PPAC)을 그만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리사 수(Lisa su) AMD 회장 겸 CEO가 AI 디자인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KIPOST

리사 수(Lisa su) AMD 회장 겸 CEO는 지난 10년간 AMD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소프트웨어와 전력관리, 마이크로 아키텍처의 효율성, 부품 통합 등으로 40%에 가까운 성능 개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리사 수 회장은 “AMD는 앞으로 5년간 공정 기술은 물론, 마이크로 아키텍처의 개선과 이기종 플랫폼(Heterogeneous Platforms), 멀티 칩 아키텍처로 반도체의 성능을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딕커슨 AMAT 회장은 가속기, 니어 메모리(Near memory), 차세대 메모리, 인메모리 컴퓨트(In-Memory Compute), 새로운 고성능컴퓨팅(HPC)을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가 개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중 현재 출시된 건 가속기 뿐이다.

니어 메모리와 인메모리 컴퓨트는 연산 장치와 메모리 사이의 병목현상과 데이터 교환 시 발생하는 전력소모량 및 지연시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두된 기술이다. 니어 메모리는 연산 장치와 메모리를 가깝게 배치하는 것이고, 인메모리 컴퓨트는 메모리와 연산 장치를 통합한 것을 뜻한다. 

자일링스는 반도체의 용처와 역할에 따라 아키텍처를 구분하고 각각 도메인 특화 아키텍처(DSA)를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에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에서적응형컴퓨트가속화플랫폼(APAC)으로 세대 교체를 선언했다.

딕커슨 AMAT 회장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위한 새로운 각본(New playbook)이 필요하다”며 “전통적인 무어의 법칙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어의 법칙을 따라 반도체 기술을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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