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7월 5일

 

무역보복이란 통상 심각한 무역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취하는 게 국제적 관례로 여겨진다. 그런데 수교 이래 단 한번도 대일 무역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한국이 무역역조의 당사자인 일본으로부터 되레 수입 금지를 당하는 웃지 못할 무역보복 조치를 맞았다. 지난 수십년간 엄청난 규모의 대일 무역역조를 극복하지 못한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한 반도체 3대 소재 즉,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고순도불화수소가 대표적이다. 이들 3개 소재를 지난해 우리가 일본에서 사들인 비율은 무려 각각 94%, 91%, 44%에 달했다. 서글픈 대일 무역역조의 현실을 되짚어본다. 

◆2018년 대일 무역적자는 240억달러, 한국 시장은 봉

작년 한국은 일본에 총 305억달러 규모를 수출하고 546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무역적자 규모가 최고에 달했던 지난 2010년(361억달러)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지난해에도 무려 240억달러(약 27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양국 간 교역이 시작된 지난 1965년 이래 대일 무역수지는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지난 2014년 이후에는 일본은 5년간 한국과의 교역에서 미국·홍콩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흑자를 얻고 있다.

무역역조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해할만하다. 완성품이나 소비재가 아닌 대부분 첨단 중간 소재, 부품, 기계류들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일 수입 규모 1위 제품은 반도체 제조장치(61억달러)다. 반도체(45억달러), 철강판(24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반도체 제조장치만 보더라도 전체 수입량의 32%를 차지한다. 상위 10개 품목에서 전체 수입량 중 일본산 비중이 가장 높은 제품만 4개(반도체 제조용 장비, 플라스틱 제품, 기초 유분, 원동기 및 펌프)에 달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지난해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18년도 회계기간(2018년 4월~2019년 3월) 해당 국가에서 흑자를 예상한다는 답변은 한국 진출 기업이 84.9%로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68.1%)이나 중국(71.7%)을 크게 앞서는 결과다.

◆반도체 강국의 부끄러운 대일 의존도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988년 이후 대일 교역에서 단 한 차례도 반도체 분야에서 대일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올들어서만 적자규모가 14억1300만달러(1조6500억원)를 넘어섰다. 1998년 이후 누적 적자는 506억달러(59조1767억원)에 달한다. 오히려 이 기간 무역수지 적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1988년 8억7000만달러(1조175억원)였던 적자 규모는 2003년 20억달러(2조3390억원)를 돌파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34억9000만달러(4조816억원)와 32억8000만달러(3조83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만 적자 규모는 14억1300만달러(1조6525억원)에 달했다.

◆대일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8년간 10대 주력산업중 7개가 대일 경쟁력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유관영 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의뢰로 작성한 ‘한일 경제관계의 변화와 대일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주력산업 가운데 대일 경쟁력에서 열세를 보인 산업은 2000년 5개에서 2018년 7개로 증가했다. 반대로 우위 산업은 5개에서 3개로 감소했다. 대일 경쟁력은 수출이 더 많으면 우위를, 수입이 더 많으면 열위로 평가된다.

지난 2000년 열위였던 5개 산업은 기계류, 전기전자제품, 화학공업제품, 철강금속제품, 플라스틱ㆍ고무ㆍ가죽제품 등이다. 이 중 전자전기제품과 플라스틱 등 2개 산업은 2018년에 경쟁력이 더 떨어졌다. 2000년 우위였던 광산물, 생활용품, 농림수산품, 섬유, 잡제품 등 5개 산업은 모두 대일 경쟁력이 약화됐고 생활용품과 잡제품은 우위에서 열위로 바뀌었다. 반도체의 경우 2000년에는 대일 수출과 수입의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작년에는 수입(45억1900만달러)이 수출(12억3800만달러)의 3배를 넘어서며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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