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 수명 탓...TV보다는 IT용 패널 우선 생산
"증착 방식 대비 생산비 15~25% 절감"

이르면 내년쯤 잉크젯 프린팅 공정으로 만든 첫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제품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잉크젯 프린팅은 값비싼 OLED 진공 장비들이 필요 없어 OLED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분류된다. 아직 양산 기술이 안정화되지 못해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일본 JOLED가 내년에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 적용된 OLED 양산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8일 밝혔다. JOLED는 재팬디스플레이(JDI)의 자회사다. 지난 2015년 소니와 파나소닉의 OLED 사업을 합쳐 설립됐다가 2016년 JDI가 일본 산업혁신기구로부터 관련 지분을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미국 카티바의 OLED용 잉크젯 프린터. /사진=카티바 홈페이지
미국 카티바의 OLED용 잉크젯 프린터. /사진=카티바 홈페이지

JOLED는 설립 당시부터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 적용된 OLED 생산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모회사 JDI 경영난 탓에 삼성⋅LG디스플레이 처럼 수조원의 OLED 투자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존 증착 방식의 OLED 생산라인 건설에는 최소 2조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잉크젯 프린팅 공정 투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OLED 증착 라인에 고가의 진공 장비들이 동원되어야 하지만, 잉크젯 프린팅은 진공이 아닌 대기압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대신 산소와 수분을 막기 위한 질소 챔버가 동원된다. 진공을 걸었다가 풀어주는 시간이 제외되는 만큼 공정 시간도 단축된다.

OLED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변동비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마치 문서를 인쇄하듯 화소가 형성되는 부분에만 유기재료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소재 사용률이 95%에 달한다. 낭비 없이 재료를 사용하는 셈이다. 기존 증착 기술은 유기재료를 고열로 끓여 기화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료 사용 효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IHS마킷에 따르면 4K UHD 규격의 65인치 TV 패널을 만드는데, 기존 증착방식 WOLED는 585달러가 소요된다. 이에 비해 잉크젯 프린팅 방식(RGB OLED)으로는 441달러 정도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잉크젯 프린터를 이용해 생산했을 때의 생산비용 비교. /자료=IHS마킷
잉크젯 프린터를 이용해 생산했을 때의 생산비용 비교. /자료=IHS마킷

문제는 소자의 수명이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용 소재는 LG화학(듀폰 사업부 인수), 독일 머크, 일본 스미토모가 개발 중인데, 종전 증착 방식 소재 대비 수명이 짧다. 가장 수명이 취약한 청색 재료의 수명은 지난해 초까지 불과 1000 시간 안팎에 불과했다. 하루 8시간씩 매일 쓰면 120여일만에 화소가 열화된다는 뜻이다.

혁신적 기술로 평가 받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 그동안 OLED 양산 라인의 봉지 부문에만 일부 도입될 수 밖에 없던 이유다.

이 때문에 잉크젯 프린팅 공정으로 생산된 OLED가 먼저 침투할 시장은 TV 보다는 모니터⋅노트북PC 등 IT용 패널이 될 것으로 보인다. TV가 한 번 구매하면 10년 안팎까지 사용하는데 비해, 모니터⋅노트북PC는 교체주기가 짧기 때문이다. 아직 청색 재료의 수명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TV에 비하면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체이스 리 IHS마킷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잉크젯 프린팅 OLED 생산능력은 2020년 20만9000㎡에서 2024년 730만㎡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일본과 중국 패널 업체들이 한국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의욕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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