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용 프린터의 '카트리지 잉크' 역할
시장조사업체 "2023년 44억달러까지 시장 성장"

화학소재 기반의 전자재료 업체들이 3차원(3D) 프린터용 필라멘트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필라멘트는 사무용 프린터의 ‘카트리지 잉크’ 처럼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소모품이다. 주로 플라스틱 등 색상이 다양하고 가공성이 좋은 재료들이 필라멘트 재료로 널리 쓰인다.

3D 프린터용 필라멘트. /사진=All3DP
3D 프린터용 필라멘트. /사진=All3DP

필라멘트는 통상 직경 1~2㎜ 사이의 가느다란 실 형태로 길게 뽑아 프린터 노즐에 물려서 돌아간다. 특정 3D 프린터 제품에 전용으로 개발되기도 하고, 모든 3D 프린터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제품도 있다. 

3D 프린터는 지금은 교육이나 샘플 제작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점차 의료 등 특수 산업으로 용도가 늘어나고 있다.

 

세방산업, 하이비젼시스템 자회사와 협력

 

납축전지용 부품 전문업체인 세방산업은 최근 PLA(Poly Lactic Acid) 대비 습기에 강하면서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보다 수축 안정성이 높은 글리콜 변성 폴리에틸렌(PETG) 필라멘트를 개발했다. 

교육용이나 목업(Mock-up) 제작용으로 가장 많이 쓰인 소형 3D 프린터는 보통 PLA나 ABS 필라멘트를 주로 사용했다. 두 소재 모두 가공성이 좋고, 다양한 색상으로 뽑아내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PLA는 습기에 약하고 강도도 물러 사포 등으로 후가공하기가 어려웠다. ABS는 강도는 높지만 인쇄 과정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고, 수축 안정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세방산업이 개발한 PETG 필라멘트는 이 같은 PLA와 ABS의 단점을 각각 개선했다. ABS 대비 수축은 덜 되면서 수분 흡수도 덜 된다. 냄새를 유발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함유량이 29.3μg/㎥로, ABS 대비 70분의 1에 불과하다. 수분 흡수율은 0.59%로, PLA(1.06%) 보다 낮다. 

세방산업은 지난해 3D 프린터 전문업체인 큐비콘에 3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는 한편, 3D 프린터 관련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큐비콘은 광학검사장비 업체인 하이비젼시스템의 자회사다. 

필라멘트 롤을 장착한 3D 프린터가 제품을 인쇄하는 모습. /사진=안석현 기자
필라멘트 롤을 장착한 3D 프린터가 제품을 인쇄하는 모습. 사진 왼쪽이 PLA 필라멘트. /사진=안석현 기자

전통 전자재료 업체들, 3D 필라멘트 시장 진출

 

독일 바스프, 네덜란드 DSM, 미국 듀폰 등 화학업체들 중 기존 전자재료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들도 3D 필라멘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바스프는 탄소섬유 강화 폴리에틸렌(PET-CF) 필라멘트로 기능성 3D 프린터 소재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PET-CF는 탄소 함량이 15%에 달한다. 재료의 안정성이 높고 마모에 대한 내성도 강해 유리나 폴리에터이미드(PEI) 등의 소재에 직접 프린팅 할 수 있다.  내열성은 최대 100℃다. 

DSM은 탄소 함량을 10%에 맞춘 폴리아미드 필라멘트(제품명 노바아미드)로 3D 프린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노바아미드는 탄소 섬유가 10% 강화됐지만, 성형 가공 특성은 탄소가 함유되지 않은 일반 플라스틱만큼 좋다. 강성도 높아 의료용 보철물, 제조용 지그 및 고정장치, 고성능 부품 제조에 적합하다.

3D 프린터용 지역별 시장 전망. 단위 : 10억달러 /자료=마켓츠앤드마켓츠
3D 프린터용 지역별 시장 전망. 단위 : 10억달러 /자료=마켓츠앤드마켓츠

듀폰 역시 특수 산업용으로 사용 가능한 필라멘트 소재를 선보이고 있다.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강한 ‘자이텔’과 고무에 버금가는 유연성을 가진 ‘하이트렐’로 3D 프린터용 필라멘트 시장에 진출했다. 듀폰과 합병한 다우케미칼 역시 지난 2017년 ‘이볼브3D’라는 이름의 3D 프린터 필라멘트 제품군을 선보인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는 “3D 프린터용 필라멘트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하며, 오는 2023년 44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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