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OLED 재료에 사용하지 않던 물질
TADF 활용 가능성도 높여

올 초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S10’이 디스플레이 관점에서 크게 개선된 점 중 하나는 청색 화소의 효율이 이전 대비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그동안 형광 기술이 적용된 청색 화소는 인광 방식의 적색⋅녹색에 비해 혁신의 속도가 더뎠다. 갤럭시S10에 적용된 청색 형광 재료는 기존에 청색 도판트(Dopant)에는 사용되지 않던 붕소(보론) 화합물을 처음 상용화해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S10. /사진=삼성전자

붕소, 푸르스름한 빛 제거하고 극청색만 발산

 

삼성전자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한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S10용 패널 생산과 함께 일본 JNC를 청색 도판트 공급사로 지정했다(KIPOST 2019년 4월 9일자 <대안 없던 청색 OLED 재료 시장에 나타난 JNC> 참조). JNC는 LCD용 액정 등을 공급하던 치소의 후신이다. 이 회사가 OLED 재료 시장, 그것도 일본 이데미츠코산이 석권하고 있던 청색 도판트 시장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JNC가 단번에 하이엔드 패널의 재료 공급사 지위를 꿰찰 수 있었던 건 이 회사가 붕소 화합물을 청색 도판트에 사용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판트에 붕소를 사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은 전자주개(Electron Donor)와 전자받개(Electron Acceptor) 사이의 결합을 견고하게 고정시킨다는 것이다. 도판트 분자 내부는 전자주개와 전자받개 사이를 전자가 이동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빛으로 변환하는 구조다. 

붕소화합물 도판트의 분자 구조. 가운데 붕소(B)를 중심으로 전자주개-전자받개 구조가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자료=네이처
붕소화합물 도판트의 분자 구조. 가운데 붕소(B)를 중심으로 전자주개-전자받개 구조가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자료=네이처

그런데 전자주개와 전자받개 간의 결합이 단단하지 못하면 상호간 위치가 회전을 하거나 길이가 짧아졌다가 길어지는 등의 변화를 겪게 된다. 마치 축구공을 찰 때마다 골대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바뀌면서 슛을 넣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유사하다.

이 경우, 청색 화소에서 발산하는 빛의 파장이 넓게 분포한다. 즉 진한 파란색과 더불어 푸르스름한 색까지 동시에 발산된다. 실제 OLED에서는 푸르스름한 빛을 잘라 내고 진한 청색만 취하게 되는데, 이는 청색 형광재료의 발광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이었다. 

갤럭시S10의 색상 스펙트럼. 스펙트럼의 반치폭이 좁을수록 샤프한 색감을 낸다. /자료=디스플레이메이트
갤럭시S10의 색상 스펙트럼. 스펙트럼의 반치폭이 좁을수록 샤프한 색감을 낸다. /자료=디스플레이메이트

그러나 붕소화합물로 만든 도판트는 전자주개와 전자받개 사이의 관계자 딱딱하게 고정되어 있어 특정 파장의 파란색 빛만을 추출할 수 있다. 종전 비유를 도입하자면 골대의 위치가 항상 일정해 슛을 하기가 용이한 상황인 셈이다. 

질소와 탄소로 이뤄진 기존 청색 도판트가 35나노미터(nm) 크기의 반치폭을 갖는데 비해 JNC의 붕소화합물 도판트는 22nm의 반치폭을 갖는다. 

반치폭은 특정 물질이 발산하는 빛의 파장 영역이다. 반치폭이 클수록 색상이 흐리멍텅하고, 반치폭이 작을수록 적확(샤프)한 색감을 얻을 수 있다. 덕분에 청색 재료의 발광 효율도 10% 정도 개선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QD-OLED 구조. 가장 아래 청색 OLED 층을 2~3중으로 쌓을 계획이어서 청색 재료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QD-OLED 구조. 가장 아래 청색 OLED 층을 2~3중으로 쌓을 계획이어서 청색 재료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하이엔드 패널에 JNC 도판트를 전면 도입했고, LG디스플레이도 곧 이데미츠코산 대신JNC 재료를 양산 라인에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도 OLED 패널을 활용한 TV 패널(QD-OLED) 개발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향후 청색 재료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QD-OLED 패널은 아래쪽에 청색 발광층을 2~3층 수직으로 쌓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TADF 상용화 가능성도 높여

 

삼성⋅LG디스플레이가 붕소화합물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도판트가 향후 열활성화지연형광(TADF) 재료로 응용될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TADF는 이론적으로 25% 정도인 형광물질의 효율을 1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OLED 기술이다. 지난 2012년 일본 규슈대학의 아다치 교수가 발표했으나, 아직 수명 문제 탓에 상용화되지는 않고 있다. 

TADF 재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단일항(Singlet State)과 삼중항(Triplet State) 사이의 에너지차를 1.0eV 미만으로 줄이는 게 관건이다. 그래야 역계간전이(Reverse Inter-system Crossing) 현상이 쉽게 발생하면서 TADF 현상이 발생하는 조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TADF의 발광 원리. S1과 T1의 격차가 작을수록 TADF 현상이 잘 발생한다. /자료=네이처
TADF의 발광 원리. S1과 T1의 격차가 작을수록 TADF 현상이 잘 발생한다. /자료=네이처

붕소화합물을 이용한 도판트는 TADF 활용을 감안해 개발한 것은 아니나 단일항과 삼중항 사이의 에너지차가 기존 재료 대비 극소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TADF는 효율도 좋지만, 인광 물질에 들어가는 고가의 이리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유용한 기술”이라며 “붕소화합물 도판트가 TADF 상용화 길을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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