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현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미국 정부와 중국 화웨이 간의 갈등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속 지켜봐왔던 분들은 한 가지 지점에서 의아스러운 점을 발견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미국 밖 회사, 그러니까 미국 국적이 아닌 회사들이 화웨이에 부품 및 소프트웨어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는 건데요. 그것도 아주 신속하게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를 제재 대상에 올렸으니, 미국 회사. 예컨대 구글, 퀄컴, 인텔, 브로드컴 등이 화웨이와의 비즈니스 관계를 끊겠다는 건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최근 뉴스에 나오는 걸로 봐서는 영국 arm이 화웨이와의 관계를 단절했고요. 독일 자일링스도 일부 반도체 칩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는 것을 끊기로 했습니다. 일본 파나소닉도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끊겠다는 보도가 지난 23일 나오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는 아직 공식적으로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겠다는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묘한 늬앙스를 남기기도 했죠.

여기서 짚어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비록 영국, 독일, 일본, 대만 등 각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왜 각 국의 기업들이 앞서서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려할까요. 매출 하락이 너무 뻔한데요. 아시다시피 화웨이는 지난해 2억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업체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미국 상무부가 가지고 있는 수출관리규정, 즉 EAR이라는 제도 때문입니다. 이 EAR은 미국 외 업체들이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 부품을 포함한 제품을 제재 대상에게 판매했을 때, 동일하게 제재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예컨대 100원짜리 카메라 모듈을 화웨이에 납품한다고 생각해보자구요. 카메라 모듈은 각종 렌즈와 액추에이터, 컬러필터 등 여러 소재부품들의 복합체입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화웨이에 납품하는 카메라 모듈의 소재부품 중 50원어치가 미국산이다. 그러면 미국 상무부는 이것을 미국산 부품의 ‘재수출’로 판정해버립니다. 정확히는 미국산 부품이 25%를 넘으면 미국산의 재수출로 판정하죠.

그러면 재수출 판정을 받으면 어떻게 되느냐. 거의 제재 대상과 동일한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일단 엄청난 벌금과 과징금을 내야 하고요. 법인, 그러니까 그 회사 역시 제재 대상, 즉 엔터티 리스트(Entity List)에 등재됩니다. 당연히 비즈니스 관계가 끊기겠죠. 여기에 미국 내 자산까지 몰수됩니다.

최근에 이 같은 사례가 있었는데요. 중국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회사죠. 중싱통신, ZTE라는 이름으로 잘 알고 있는 회사입니다. ZTE는 이란과 북한에 미국산 부품을 재수출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약 3개월 동안 제재 대상에 등재됐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박았던 이 회사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3분의 1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자 그러니까, 이번에 화웨이와 거래를 끊기로 한 arm이나 자일링스 등은 ZTE와 같은 사례가 되고 싶은 않은 것이죠.

비록 arm이 반도체 설계 IP를 제공하는 영국 회사이지만, 자신들의 기술 중에 미국 소프트웨어나 특허가 직간접적으로 25% 연관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독일 자일링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완벽하게 피해서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에 대한 확신도 없는데 만약 화웨이와 거래하다가 재수출로 판정나면? 천문학적인 벌금은 물론이고, 최소 수개월간 회사 문 닫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자 그러면 우리 회사가 파는 부품 중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25% 이상 포함됐는지를 판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는 EAR 가이드라인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KIPOST 사이트에 원문과 번역문을 올려놓았습니다. 시간 되실때 한번씩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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