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파(LF)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저전력블루투스(BLE)·초광대역(UWB)으로

자동차 스마트키의 통신 규격이 바뀌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키에서 쓰는 저주파(LF)가 주파수 신호를 가로채는 ‘릴레이 공격(Relay attack)’ 등 보안에 취약하고, 차량의 위치 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다.

저주파를 대체할 통신 규격으로 떠오르는 건 근거리무선통신(NFC), 저전력블루투스(BLE), 초광대역통신(UBW)이다. 국내에서는 NFC와 BLE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 UBW도 개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보안 강화하려고 만든 스마트키, 보안 구멍이 되다

스마트키는 열쇠 복제 등으로 인한 도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됐다. 차량과 스마트키의 거리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스마트키 버튼을 누르면 키에서 저주파 신호가 나가고, 차량의 안테나에서 이를 인식해 문을 열고 닫는 방식이다.

 

전자파의 분류. 주파수 대역이 낮을수록 파장이 길다./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전자파의 분류. 주파수 대역이 낮을수록 파장이 길다./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하지만 저주파는 기본적으로 위 아래로 물결치는 모양의 전기적 신호를 보내는데다, 파장이 길다. 때문에 주파수 신호를 가로채는 스니핑 공격(Sniffing attack)과 증폭기로 신호 도달거리를 5~6배 늘려 스마트키를 가진 운전자가 멀리 있더라도 문을 열 수 있는 릴레이 공격(Relay attack)에 약하다.

실제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이같은 방식으로 아우디·BMW·포드 등 10개 브랜드의 차량 10대 중 9대의 스마트키의 보안을 뚫어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독일운전자협회(ADAC)도 스마트키고 차문을 여닫고 시동을 거는 ‘키리스(Keyless) 시스템’이 릴레이 공격에 취약하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ㅎ나 추가 도난 방지 장치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독일 자동차클럽(ADAC)은 운전자가 가진 스마트키의 주파수 신호를 탈취해 제3자에게 보내 자동차의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고 지적했다./ADAC
독일 자동차클럽(ADAC)은 운전자가 가진 스마트키의 주파수 신호를 탈취해 제3자에게 보내 자동차의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고 지적했다./ADAC

스마트키 보안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LF를 대체할 통신 규격을 찾기 시작했다. 유럽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NFC와 BLE가 채택됐고, 지난해 UWB도 상용화됐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향후 출시될 신차에 NFC 및 BLE 기반 키리스 시스템을 넣을 계획이다. 스마트폰 속 NFC·BLE를 활용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 문을 여닫고, 시동을 켤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쌍용자동차도 지난해 BLE를 활용해 스마트폰이 스마트키 역할을 할 수 있게 한 키리스 시스템을 개발하고 BLE 위치 측정 기술 개선 및 보안성 확보에 한창이다. UWB 또한 국내 1차 부품 업체(Tier1)가 개발 중이다.

 

NFC vs BLE vs UWB, 보안과 편의성

세 가지 통신 방식을 쓰면 스마트키의 보안에는 더 이상 문제가 없는 걸까.

 

통신 방식별 사양./KIPOST 정리

NFC는 교통카드, 모바일 결제 등에 쓰이는 기술이다. 모바일 결제를 할 때 카드를 리더기에 가까이 갖다대야 하듯, NFC 기반 키리스 시스템도 차량의 10㎝ 이내에 있어야 차량이 신호를 인식할 수 있다.

도달거리가 짧다보니 증폭기를 활용해도 수 m 내외에 불과해 LF보다는 보안성이 높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스마트키를 활용해 차량의 위치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키가 가방 안에 있어도 인식을 못할 수 있어 편의성이 다소 떨어진다.

BLE는 신호 도달 거리가 10m로 넓다.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 차량을 끄고 켜는 것 외에도 스마트키에 운전석 위치나 룸미러 방향 등 사용자 정보를 저장, 차에 타기 전 차량을 미리 제어할 수 있다. 전력소모량이 낮고 한 번에 여러 개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LF와 마찬가지로 선형 방식으로 신호를 주고받지만 신호를 전송할 때마다 다른 주파수 채널을 활용해 보안을 확보했다. 가장 큰 단점은 정밀 위치 측위 성능이 2~3m로 떨어져 키리스 시스템에서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에서야 스마트키로 상용화된 UWB는 500㎒ 이상의 대역폭을 활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나노초(㎱) 혹은 피코초(ps) 단위로 신호를 쏴주는 임펄스(Impluse) 무선 방식으로 주파수를 가로채는 것 자체가 어렵다.

고주파를 활용하고 대역폭이 넓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데다 위치 측위 정밀도가 10㎝ 정도로 높다. 다른 통신 규격보다 보안과 편의성이 높지만 스마트키에 들어갈만한 작은 반도체로 기능을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NXP반도체⋅데카웨이브 등 반도체 업체들이 이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고 재규어 랜드로버가 지난해 출시한 일부 차종에 UWB 기반 키리스 시스템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지난해 말 ‘UWB 얼라이언스’가 출범하면서 생태계도 커지기 시작했다. UWB 얼라이언스에는 현대기아차⋅데카웨이브⋅알테로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UWB는 아직 부품단가가 비싸 고급 차종부터 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라며 “다른 통신 규격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고, 차량의 위치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완성차 업계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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