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들이 비싼 약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규제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약가 인하를 위한 의료 보험 체계 개편도 한창이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도 약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도 약가 인하 정책에 불을 당겼다. 
 
우리 정부도 최근 의료보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규제를 개정하는 등 약가 인하 압박에 나섰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제약, 바이오 섹터 주가가 약해진 이유다. 

제약, 바이오 산업이 주춤한 것과 달리 질병 예방을 위한 진단 관련 투자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기 진단으로 질병을 예방해야 전반적인 보험 비용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병뿐 아니라 암 등 질병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체외진단 분야가 앞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체외진단 키트. /LG블로그
▲체외진단 키트. /LG블로그

 

체외진단 시장, 대세 상승의 서막

▲바이오 세계시장 규모
▲바이오 세계시장 규모.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체외진단은 내시경 등으로 체내 조직을 떼내 검사하는 체내 진단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체내 진단에 비해 간단하고 비용이 저렴하며, 부작용도 적은 편이다. 

지난해 세계 체외진단 시장은 6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2023년에는 83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로슈, 지멘스, 다나허, 애보트, 써모피셔 등 상위권 기업들이 세계 체외진단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미국 시장을 보면 진단 관련 기업 주가 상승률이 높은 편이다. 진단 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도 활발하다. 오바마 헬스케어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보험 업계를 중심으로 체외진단 키트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우리 정부도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등 규제 완화로 체외 진단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체외 진단은 방식에 따라 크게 8개로 분류된다. 면역화학적진단, 분자진단, 자가혈당측정, 현장진단, 혈액진단, 임상미생물학적진단, 조직진단, 지혈진단이다. 

면역화학적 진단은 체외 진단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자가혈당 측정기 시장은 두 번째 규모다. 

기술적으로 체외진단은 미생물>항체>분자순으로 발전해왔다. 분자 진단은 혈액, 침, 소변 등에서 나오는 검체로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균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식이다.

질병을 조기 진단 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암, 당뇨, 고혈압 등 비감염성 질환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정부가 분자 진단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분자 진단 관련 기업들이 성과를 내는 것도 이 효과다. 

아직 분자 진단 시장은 규모 자체는 작지만, 가장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분야다. 

현장진단기기(Point Of Care Test, POCT) 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POCT는 심장질환 바이오마커, 임신진단, 콜레스테롤, 혈중 가스 측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 분야를 중심으로 유망한 기업들이 향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외진단 시장 분류
▲체외진단 시장 분류. /SK증권

체외진단 시장의 BTS, 준비된 ‘슈퍼스타’ 기업은 어디에

체외진단은 용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도 분류된다. 종합병원에서 임상의들의 진행하는 ‘액체 생검(Liquid Biopsy)’과 현장에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래피드 테스트(Rapid Test)’다. 

래피드 테스트는 임신 진단기 처럼 간단한 키트로 질병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침으로 내성 결핵을 테스트하는 키트를 판매하는 셰파이드라는 회사가 래피트 테스트 분야에서 유명하다. 비상장 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래피드 테스트 분야에서 나름 앞선 기업으로 평가된다. 

액체생검은 암 세포가 깨지면서 생기는 미량의 DNA 조각 또는 조직에서 유리된 종양 세포를 사람의 체액(혈액, 소변, 분변, 객담 등) 속에서 찾아내 진단한다.

액체생검에서 중요한 요소는 cfDNA(세포 유리 DNA), CTC(순환종양세포), 액세좀(모든 세포에서 발견되는 미세세포 등) 등 바이오 마커다.

암세포의 괴사, 세포 자살 과정에서 혈액으로 분비되는 cfDNA가 널리 알려진 바이오 마커다. 
악성 암환자의 말초 혈액에서 주로 발견되는 CTC도 유명한 바이오 마커다. 혈액 속 CTC는 극미량 존재한다. 고난도 분리,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

액체 생검 진단 방식으로는 크게 NGS(Next Generation Sequences)와 PCR(Polyrase Chain Reaction)이 있다. 

NGS는 한 번의 시퀀싱으로 다양한 바이오 마커를 분석할 수 있다. 다만 민감도가 낮아 혈액 샘플 중 2% 이상 마커 농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NGS로 폐암 액체생검을 제공하는 가던트헬스가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NGS 1등 업체 마크로젠이 주목할 만하다. 

PCR은 요소들을 잘게 쪼개어 DNA의 특정 부위만 증폭시키는 분석법이다. 무기물에 가깝기 때문에 배양이 쉬운 편이다. 통상 NGS 대비 4분의 1 비용이다. 한 번에 하나의 바이오 마커만 정량 가능하다. 1% 미만의 바이오 마커도 정량 가능하다. 

PCR 분야에서 돋보이는 기업은 지노믹트리다. 이 회사는 DNA 메틸화 바이오 마커를 기반으로 암 조기진단 기술을 확보했다.  

대장암, 방광암, 폐암에서 신규 바이오 마커 발굴이 유력하다. 현재 대장암은 확증임상 단계이며, 방광암 및 폐암은 탐색임상 단계다.

파나진은 PCR로 적합한 항생제를 골라주는 동반진단 기업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PNA(Peptide Nucleic Acid)을 이용한 RT-PCR clamping 독자 기술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동시다중 분자진단 시약 업체 씨젠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회사는 정확한 검사(DPO), 실시간검사(TOCE), 동시다중검사(MuDT) 세 가지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eeplex,, Anyplex, Allplex 등 대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Allplex가 주력이다. 

유럽 매출 비중이 55%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실시간으로 다양한 검사를 제공하는 키트가 장점이다. 현재 호흡기, 소화기, 여성 감염검사 등에서 유효성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약제 내성, 암진단, 유전자형 검사로 확대 가능성이 높다. 

내년 말 타깃으로 써모피셔와 FDA 인허가 추진 중이다. 

체외진단 업체 중 드물게 제대로 실적이 나오는 게 장점이다. 올해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 1400억, 영업이익 140억원이다. 

 

◇용어설명

1. 민감도 : 질병이 있는 사람을 양성으로 검출하는 비율

2. 특이도 : 질병이 없는 사람을 음성으로 검출하는 비율

3. cfDNA :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나 암 조직 세포들이 사멸이나 괴사 과정을 거쳐 혈액 내로 흘러 다님. cfDNA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거나 모니터링. 동반진단에도 활용 가능. 

4. 탐색 임상시험 : 임상적 유효성을 예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소규모로 임상시험

5. 확증임상시험 :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 대규모 임상시험. 규제 기관으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서 승인을 받고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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